국군의 날이면 어김없이 ‘군인 아저씨께’로 시작하는 편지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 저에게 편지의 대상인 국군장병들은 두려움을 모르는 강인한 영웅으로 그려졌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아저씨라 불리던 그들은 스물을 갓 넘긴 청년들이었으며, 11년이 흐른 지금 저는 어느새 천안함 사건의 희생자들보다 나이 들게 되었습니다. 11년 동안 그들이 만들어준 안전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동안,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시간은 2010년 3월 26일에 멈춰 있습니다. 합당한 보상을 받아야 했던 그들은 11년간 정쟁의 도구로 이용당하며 상처를 봉합 받지 못한 채 고통받았고, 이제는 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억조차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부끄럽게도 저 역시 3월 26일이 되기 전에는 천안함 사건을 잊고 있었다고 고백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의 뉴스를 보면 천안함 사건을 추모하는 기사에 비해 이 사건을 자신의 이익에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의 언행에 관한 기사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를 떠나 프랑스로 건너간 최광수 씨(사건 당시 병장)는 “보수는 이용하고 진보는 외면했다.”라는 말로 천안함 생존 장병들이 겪은 무관심과 비참함을 표현했습니다. 또한, 생존장병 전우회장인 전준영 씨는 한 인터뷰에서 “생존 장병들은 여전히 패잔병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신분을 숨긴 채 살고 있습니다. 국가는 생존 장병들에게 예우와 취업을 약속했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스스로 아픔을 입증해 국가의 지원을 받고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약속으로 이루어진 이 사회에서 공동체를 위해 희생당한 이들에게 충분한 예우와 보상을 표하지 않으면, 안전이 깨지고 희생은 배가 되어 돌아온다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우리는 그 사실을 11년간 겪은 가슴 아픈 사건들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따뜻한 날씨와 길거리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으로 마음이 설레는 요즈음이지만, 작은 시간이라도 내어 천안함 사건의 희생자들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하늘의 별이 된 모든 젊은 청춘들을 추모합니다. 그리고 11년 전의 기억을 지닌 채 견뎌온 58명의 생존 장병들과 지금도 우리나라를 위해 애쓰는 국군장병께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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