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바이오및뇌공학과 명예교수가 제17대 총장에 취임했다. 신성철 총장 재임 시 교학부총장을 역임한 이 신임 총장은 전임 총장이 추진해 온 정책을 계승 발전시키되, 우리 학교만의 특징을 바탕으로 한 교육과 연구의 혁신을 강조하였다. 이 총장이 강조한 변화의 비전을 교수와 학생, 교직원 등 학내 구성원들과 공유하며 함께 이뤄나가기를 기원한다.

    우리 학교는 연구와 교육의 변화를 주도해 온 창의와 혁신의 아이콘이지만, 한편으로는 과학기술 사관학교라는 별명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일사불란한 목표지향형 조직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상반된 특징은 지난 50년간 우리 학교의 성장과정에서 비롯한다. 우리 학교는 1인당 국민소득이 3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던 시절 과학기술 발전만이 살길이라는 목표 속에서 태어나, 해외 유수의 연구중심 대학들을 따라잡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고속으로 성장했다. 조국의 경제성장을 위한 과학기술인의 희생과 헌신이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잡았다.

    선진국의 기술을 학습하던 추격자에서 새로운 가치와 기술을 창조해내는 선도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했다.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미국 대학의 제도를 우리 학교에 접목시키기 위해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러플린 박사를 총장으로 선임하였고, 이후 10여년간 서남표, 강성모 총장은 미국의 대학행정 모형을 기본으로 대학행정의 변화를 추구하였다.

    우리 학교는 각종 양적 지표로 확인할 수 있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제도개편 과정에서 학교 당국과 학내 구성원들은 큰 진통을 겪었다. 우리는 향후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 과거의 진통의 원인에 대해 진단해 보고 학내 구성원들의 열정과 역량을 생산적이고 발전적으로 모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전임 신성철 총장은 양적 성장을 넘어선 질적인 도약을 강조하며 싱귤래러티 제도를 도입하고 융합기초학부를 설립하는 등 미국 모형을 넘어선 대안적 발전전략을 모색하였다. 신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우리 학교 동문 출신인 이광형 총장은 카이스트 특유의 혁신을 강조하며 질문하는 학생을 육성하고, 문제를 정의하는 연구를 지원하며, 융합연구를 촉진시키겠다고 약속하였다.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학생을 키워내고, 연구의 판을 뒤집는 연구자들이 오고 싶어하는 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 학교 구성원들은 과학기술 사관학교 시절의 생도와 훈육관과는 다른 가치와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격의없이 소통하며, 수평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 총장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도전정신과 후배 연구자 및 제자들과의 격의 없는 소통을 중시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임 총장이 임기동안 구성원들과 소통하며 향후 50년을 준비할 수 있는 우리만의 도전과 혁신의 문화를 가꾸는데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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