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는 유년 시절과 학창 시절 추억은 대부분 지금 사는 이 집에서 이루어졌다. 내가 6살이 되는 해에 이 집에 이사를 왔으니, 올해로 19년째 같은 공간에 머무는 것이다. 그만큼 이 집 곳곳에는 나의 추억과 우리 가족의 추억이 남아있다. 이런 집을 남겨두고, 한 달 뒤면 우리 가족이 이사를 한다.

    이삿날이 얼마 남지 않아 짐 정리를 조금씩 해나가고 있다. 집에 물건을 쌓아두고 사는 편이 아니라 어머니께서 이 집에 사는 동안 종종 짐 정리를 해왔는데도 정리할 것들이 꽤 되었다. 더는 입지 않는 낡은 옷, 언젠가 쓰겠지 남겨두었던 잡동사니 등 생각보다 정리할 것들이 꽤 되었다. 그중에는 어머니께서 일부러 남겨두신 물건들도 좀 있다. 언젠가 나랑 동생이 한 번 눈으로 확인하며 추억을 회상한 뒤에 버리려고 남겨둔 옷, 동화책 같은 것들이다. 그렇게 남겨 놓은 지 1년이 넘었는데도 동생은 군대에, 나는 학교에 가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정말 정리할 때가 되어 물건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물건 하나하나에 얽혀있는 추억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느꼈다. 초등학생 때 입었던 청재킷 하나에도 그 당시 나의 키, 외모, 성격부터 그 옷을 입었을 때의 기분, 교실에서의 추억까지 새록새록 떠올랐다. 유치원생 때 썼던 일기를 보면서는 상상력과 아이 감성에 감탄했다. 어렸을 적 읽었던 과학책은 그 당시에는 그렇게도 읽기 싫었는데, 지금은 재미있게 느껴진다.

    이사를 계기로 집 안에 있던 물건을 이것저것 둘러보니 새삼 지난 시간 동안 참 많은 추억을 쌓았고, 꽤 많은 것들을 기억하고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추억과 경험들이 모두 지금의 나를 이루는 데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것을 느꼈다. 이 추억들이 잊힐까 이 모든 물건들을 다시 또 끌어안고 가고 싶지만, 지금은 지난 물건을 버리며 정리하는 비움의 미덕을 실천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비록 물건은 떠나보내지만, 추억은 내 기억 속에 영원히 소중하게 자리할 것이다. 대신 이렇게 비운 공간에는 또다시 즐겁고 행복한 추억이 채워지길 바란다. 들어올 자리를 만들어 놓아야 새로운 기억들도 좀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새집에 들어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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