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여행이라면, 우리는 어디를 향해 여행하고 있을까?

 삶이 여행이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 나는, 미래나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할 때 머릿속에 가상의 지구를 그려보곤 한다. 이 가상의 지구는 산과 계곡, 드넓은 평지 등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삶에 대한 만족감이 곧 높이로 정의된 곳이라, 나는 더 나은 삶을 찾아가기 위해 이 가상의 지구를 탐험한다.

 나는 삶이라는 여행의 목적지는 이 가상의 지구에서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가장 높은 곳, 즉 “세상의 꼭대기”라고 생각한다. 행복과 만족감의 요소는 다양하기에 높낮이로 단순하게 정의하긴 어렵겠지만 우리는 모두 우리의 가장 행복한 모습을 찾아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우리 모두 행복의 기준이 다르기에, 가상의 지구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며 세상의 꼭대기가 위치한 곳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우리는 인생 대부분의 시간동안 완만하거나 가파른 경사로를 올라가고 있고, 가끔은 내려가기도 하며, 전과 다른 언덕이나 완전히 새로운 장소를 찾아갈 때도 있다. 우리가 일생 직접 가볼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어서 남들이 높다고 하는 산을 일단 올라보지만, 남들에게는 높은 산도 나에게는 높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많이들 경험으로 깨달았을 거로 생각한다. 오늘은 삶이라는 여행 속에서 나에게 맞는 세상의 꼭대기를 찾아가는 전략 몇 가지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전산과를 전공하다 보니, 최적점을 탐색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수업에서 다루는 인공지능은 앞서 함께 상상했던 것처럼 드넓은 지형에서 최고점(혹은 최저점)을 찾아가는 인공지능이다. 이 인공지능은 주어진 조건은 인간처럼 한 치 앞, 즉 자기 주변만 볼 수 있다는 것이고, 목표는 가장 높은 곳을 찾는 것이다.

 우리가 만나게 될 첫 번째 인공지능은 ‘성실한 인공지능 톰’이다. 성실한 인공지능 톰은 매우 간단하지만 효율적이다. 성실한 인공지능 톰은 부모님께 매 순간 최선을 다하라고 배웠고, 따라서 매 순간 주변의 장소 중 가장 높은 곳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자신이 있는 장소가 주변의 장소보다 높으면 멈춘다. 이렇게 하면 산의 꼭대기까지 최단 거리로 갈 수 있으며, 꼭대기에서 정확하게 멈추게 될 것이다.

 자, 성실한 인공지능 톰은 한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산을 오르기 위해 자가용을 타고 2시간 드라이브를 마쳐 지리산 아랫자락에 차를 세운다. 차에서 내린 톰은 무얼 할까? 안타깝게도, 성실한 인공지능 톰은 2시간의 드라이브가 무색하게 ‘흐잇챠’라는 효과음과 함께 자신이 방금 내린 자가용 위로 올라가서는 “다 올랐다!”라고 말한다. 벌써 뭔가 느껴지지 않는가? 우리는 대부분 매 순간 최선을 택하며 살아왔다. 특히 이 신문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라면 남들보다 더 높은 곳을 갈망하고 더 치열하게 산을 올랐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렇게 매 순간 가장 가파른 곳으로 올라가는 것은, 택시를 타서는 목적지를 말하지 않고 “최단 거리로 가주세요”라고 하는 것만큼이나 어처구니없는 전략이다.

 수업 시간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꽤 단순했다. 성실하지만 실패한 인공지능 톰처럼 자가용 꼭대기에서 멈추는 일을 막기 위해, 새로운 인공지능은 일정 시간마다 랜덤한, 완전히 새로운 장소로 점프한다. 그러면 톰처럼 엉뚱한 곳에 멈출 확률은 줄어들게 되고, 이렇게 다소 발랄한 인공지능 저스틴이 탄생한다. 다소 발랄한 인공지능 저스틴은 톰처럼 자가용을 오르다가, 점프해서 운 좋게 지리산 중턱에 도착하고는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톰처럼 산을 오르는 것에는 재능이 있는 저스틴은 꼭대기에 근접하지만, 인생살이 새옹지마라고 꼭대기 근처에서 다시 산기슭 쪽으로 점프 당하고 만다. 불쌍한 저스틴. 시간제한 동안 산을 다 오르지 못한 저스틴은, 봉우리가 아닌 중턱 즈음에 멈췄지만, 톰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를 얻었다.

 이론적으로 이렇게 최고점을 찾는 인공지능은 두 가지 특성으로 나누어서 보는데, 나는 인공지능에 감정이입을 많이 하는 탓에 탐험심과 탐구심이라고 번역해서 표현한다. 결국 이러한 인공지능을 최적화하는 것은 결국 탐험심과 탐구심의 균형을 잘 맞추는 작업이 된다. 균형을 맞추는 효과적인 접근 중 하나는 금속의 풀림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간단하게만 설명하자면, 금속의 온도를 서서히 식히면 활발하게 움직이던 금속 원자들이 점점 느려지며 최적의 위치를 찾아가는 현상에 비유해 인공지능의 ‘온도’를 서서히 식히는 것이다. 그러면 금속 원자처럼 온도가 높을 때는 에너지가 높아 저스틴처럼 랜덤하게 점프할 확률이 더 높으며, 온도가 낮아질수록 에너지가 낮아져 그 확률 또한 작아지는 방식이다.

 톰과 저스틴, 그리고 이러한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는 인간에 대해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성실한 톰은 한 가지 일만 우직하게 탐구해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지만, 분야 자체가 그다지 맞지 않았다. 반면 저스틴은 끝까지 탐험만 하다가 어떤 분야도 깊이 파헤쳐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 둘의 단점을 보완한 최종진화형 피터는, 젊을 때는 여러 가지 일을 해보았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점점 정착해서 셋 중 가장 나은 목적지에 도달하게 된다. 어떤가. “젊을 때 도전하라”는 말이 조금은 이해가 가는가?

 사람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얻어갈 것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당신이 여태까지 쉬지 않고 최단 거리로 전력질주해온 내 친구들과 비슷한 사람이라면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아직 충분히 젊다. 그러니 그만 달리고 쉬어도 된다. 목적지 없는 여행에서, 쉬면 뒤처질 거라는 생각은 너무나도 큰 착각이다. 길 바깥에는 생각보다 아름다운 것들이 많으며, 설령 길 바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가는 길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확신 없는 달리기는 쉽게 지치기 마련이니까, 꼭, 제발, 지금 쉬어라. 그런데 이왕 쉴 거라면 가만히 앉아 쉬는 것보다는 천천히 새로운 장소들을 여행하는 걸 추천한다. 이 여행은 꼭 어딜 가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이라 코로나 시국에 제격이다.

 이번 주말, 내일, 시간이 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새로운 곳을 여행해보자. 평생 그려보지 않은 그림을 그려보고, 기타를 쳐보고, 글을 써보자. 만들고 싶던 앱, 게임을 구체화해보자. 천천히, 조금씩이라도. 만약에 점프가 성공적이라면, 산을 조금 더 올라보자. 그림 계정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완성해보고, 앱 출시를 위한 계획을 세워보자. 실패하더라도 당신은 남들보다 훨씬 더 넓은 세상을 둘러본 사람이 될 것이다. 성공한다면, 말해 뭐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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