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제48대 대학원 총학생회 <NOW>(이하 원총)가 ‘2020 KAIST 대학원생 정신건강 실태 보고서’를 발간했다. 교내 정신건강 인프라 확충 사업은 원총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최동혁 부원총회장은 “해당 사업이 대학원생의 삶의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공약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책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부딪힌 가장 큰 어려움은 정책위원회의 전문성이 적어 교직원의 주관적 견해를 통해서만 문제를 파악해야 했던 점”이었다며 “개인적인 견해가 아닌 객관적 사실로서의 문제 원인을 찾고자 자료조사와 스터디를 거듭하던 중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추후 협의 과정에 사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이번 보고서를 발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해당 보고서는 원총 홈페이지(gsa.kaist.ac.kr)의 공지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는 대학원생의 열악한 정신건강 실태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보고서 발간 배경 ▲교내 정신건강 관련 기구 현황 ▲대학원생 설문조사 및 집중면접조사 결과 ▲교내 스트레스 클리닉 이용 수기 ▲교내 정신건강 서비스의 문제점 및 해결 방안을 수록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학교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정신건강 관련 기구는 스트레스 클리닉, 상담센터, 옴부즈퍼슨 등 10여 개가 넘는다. 최 부원총회장은 “우리 학교 상담센터의 상담사 수는 학생 수가 두세 배 많은 서울대학교나 연세대학교의 상담사 수와 비슷하고, 상담의 만족도 또한 꽤 높다”며 “우리 학교 정신건강 인프라는 생각보다 잘 구축된 편”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설문조사는 지난 4월 22일부터 30일까지, 정신건강 질병을 겪어본 적이 있거나 겪고 있는 우리 학교 대학원생 총 21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의 질병 분포는 ▲우울장애 28.2% ▲수면장애 26.3% ▲불안장애 20.3% ▲강박증 7.6% 등으로, 우리나라 평균 정신질환 분포와 다르게 우울장애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 인프라와 관련하여 가장 시급하게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는 스트레스 클리닉의 의료진 충원 문제를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트레스 클리닉에는 현재 3인의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근무 중이나 총합 근무시간은 주당 60시간에 불과하다. 이로 인한 진료 적체 현상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KAIST 스트레스 클리닉을 방문한 설문 응답자 63명 중 50.9%가 교내 스트레스 클리닉 예약 후 첫 진료까지 1주 이상 기다렸다고 응답했으며, 2주 이상 기다렸다는 응답도 20.7%에 달했다. 정신질환에 대한 구성원의 인식 개선도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부원총회장은 “교내에 좋은 인프라가 있음에도 질병을 감추기 위해 외부 병원에 다니는 경우가 많음을 이번 보고서를 통해 확인했다”며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는 것처럼 정신질환도 경중에 상관없이 치료받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최 부원총회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제안한 내용의 일부를 학교에서 수용한 성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 부회장은 학교로부터 ▲스트레스 클리닉 의료진 충원 ▲교내 정신건강 인프라의 개선을 논의하는 자리인 ‘정신건강관리위원회(가칭)’ 신설 ▲의료상조회에 대한 안내 강화 ▲상담 예약 시스템 개선 등을 약속받았다며 “학생들이 겪고 있던 어려움이 신설될 위원회로 상당 부분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또한, 최 부원총회장은 “이번 보고서 작성을 통해 교내에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많은 학우와 이야기할 수 있었다”며 “학우들이 별다른 사회적 압력 없이 자유롭게 치료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속히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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