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정원 축소 행정처분에 이의 신청 ... “법 취지에 맞는 집행 희망해”

 지난달 13일,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2020학년도 대학별고사 선행학습 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하 선행학습 금지법)을 위반한 우리 학교에 대해 시정명령을 확정했음을 알렸다. 해당 보도자료에서 교육부는 DGIST,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중원대학교, 그리고 우리 학교가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출제하는 등 선행학습 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또한, 전년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선행학습 금지법을 위반한 우리 학교에 2022학년도 입학정원 일부 모집정지 처분을 사전 통지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모집정지 처분의 수준은 대학의 이의 신청 절차를 거쳐 심의위원회 심의로 최종 확정되며, 우리 학교의 소관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도 위반 사실을 통보하고 감독 조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에서 선행학습 금지법 위반으로 판단한 두 문항은
 우리 학교는 2019학년도 학사과정 입학전형에서도 교육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해당 문항은 일반전형 생명과학 1번 문제로, 헤모글로빈과 미오글로빈의 산소 분압에 따른 산소 포화도 그래프를 보고 헤모글로빈의 산소 전달 능력이 미오글로빈보다 효율적인 이유와 헤모글로빈의 그래프가 S자형으로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하는 문제이다. 교육부는 해당 문항에 대해 ‘헤모글로빈과 미오글로빈의 구조적 차이와 이에 따른 산소 결합력, 산소 해리 곡선의 차이는 교육과정에서 다루고 있지 않다’며 선행학습 금지법을 위배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입학처는 “해당 문제는 헤모글로빈이 미오글로빈보다 산소 분압이 높은 곳과 낮은 곳에서의 산소 포화도 차이가 크다는 것을 그래프를 보고 유추할 수 있으면 쉽게 답할 수 있는 문제”라며 “헤모글로빈과 미오글로빈의 구조적 차이에 대한 지식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치 않다”고 반박했다. 헤모글로빈의 산소 포화도 곡선이 S자형인 이유를 묻는 문항에 대해서도 “생명과학 II의 ‘효소’ 단원을 연계한 복합적인 추론을 요구하는 문제”라며 “학문 통합적인 지식과 논리적인 사고를 통한 그래프의 해석 과정과 결론을 유도해나가는 과정을 확인하는 문제이므로 교육과정 위배 요소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번에 시정명령을 받은 문항은 2020학년도 학교장추천전형 및 고른기회전형 수학 1번 문제로, 0 이상의 범위에서 정의된 함수가 확률밀도함수가 되는 상수의 값을 구하는 문제이다.

 교육부는 해당 문항을 풀기 위해서는 대학 교육과정에서 학습하는 이상 적분 개념을 알아야 한다며 고등학교 수학 교육과정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입학처는 이에 대해 “이 문제는 유한한 구간 [0, M]에 대한 정적분을 구한 뒤 극한을 취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이 개념은 고등학교 과정의 미적분과 함수의 극한 단원에서 배운 개념을 응용한 문제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또한,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확률밀도함수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확률변수의 범위가 무한한 경우도 함께 설명하고 있다”며 교육부의 결정을 반박했다.

두 차례의 시정명령이 있기까지의 과정은
 우리 학교는 작년 3월, 교육부에 2019학년도 선행학습 영향평가 결과 자료를 제출했다. 교육부는 이 자료를 분석한 뒤 같은 해 7월 10일, 상기한 생명과학 문항을 지적하며 소명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이에 우리 학교는 소명자료 제출과 함께 구두소명을 진행했고, 교육부는 이를 토대로 같은 해 9월 18일 우리 학교에 선행학습 금지법 위반에 대한 시정명령을 통보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여 제출하도록 했다. 입학처는 “당시에는 특별한 행정처분이 없었다”며 “‘주의’ 조치로 인지하여 별도의 이의 신청을 제기하지 않고 수용했다”고 전했다.
 한편 교육부가 수학 문항을 지적하며 우리 학교에 2020학년도 대학별고사 선행학습 영향평가 분석 관련 소명자료 제출을 요청한 건 지난 7월의 일이다. 이에 우리 학교는 소명자료를 제출하고 구두소명을 하였으나, 교육부는 지난 9월 17일 우리 학교에 시정명령을 통보했다. 학교는 이에 불복하여 같은 달 29일 교육부에 이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달 12일 우리 학교의 이의 신청을 수용하지 않음을 통보함과 동시에, 위반 사실에 따른 행정처분을 사전 통지했다. 해당 행정처분은 우리 학교가 2년 연속 대학별고사에서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함으로써 선행학습 금지법 제10조 제1항을 위반한 사실에 근거한다. 행정처분의 내용은 우리 학교의 2022학년도 총 입학정원에서 위반 문항으로 시험을 시행한 모집단위 인원 125명의 2%인 2명의 모집을 정지한다는 것이다.

KAIST, 교육부의 행정처분에 대해 재차 이의 신청해
 입학처는 “우리 학교는 교육부 통제에 따라 고정된 입학 정원을 유지하는 다른 학교와 달리 학칙에서 부여된 총 정원 970명까지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으나, 교육의 질적 수준 유지 등을 고려해 750명 내외의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며 “2명의 입학정원 축소는 현실적으로 우리 학교의 학생 선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행정처분 자체보다는 본 이슈의 핵심인 수학 문항에 대한 입장 차이를 고려해 교육부의 행정처분 원심에 대해 지난달 26일 재차 이의 신청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학교는 ▲해당 문제가 교과서에 기반하여 고교 교과과정 범위 내에서 출제되었다는 점 ▲교과 지식에 응용력을 더하면 충분히 풀이할 수 있다는 점 ▲매년 3월, 과목별 고교 현직교사 2인을 초청하여 전년도 면접 문제에 대해 사후검증을 하고 있고, 그 결과 선행학습 규제에 대한 위배요소는 없었다는 점 등을 이의 신청 사유로 제시했다.
 한편 입학처는 향후 같은 문제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2021년도부터는 교육과정 분석 및 검토를 더 철저히 할 예정이며, 선행학습 규제와 관련한 면접 문제 검증 절차도 기존 1단계에서 별도의 검증위원회 검증 절차를 추가한 2단계로 강화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또한, “선행학습 금지법의 취지에 동의하지만, 법이 입법 취지에 더욱 잘 맞게 집행되기를 희망한다”며 “입시 문항의 일부가 고교 범위를 벗어났는지 여부를 형식요건에 의해 판단하기보다는, 그러한 문항의 출제가 실제 선행학습을 유발하여 고교 교육 정상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의한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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