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준 - '연쇄범죄란 무엇인가'

 최근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연쇄범죄를 주제로 다루는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연쇄범죄가 자극적이고 흥미롭게 사건을 전개할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연쇄범죄가 익숙해지고 나열할 예시가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강호순, 유영철 등의 전국의 연쇄살인범들이 검거, 처벌되고 있으나, 아직 우리나라가 재범 방지 대안이나 형량, 교화 방법 등에서 미흡하다는 시각 또한 존재한다.
 범죄학자이자 전 형사 김복준은 그의 저서 <연쇄범죄란 무엇인가>를 통해 연쇄범죄에 대한 연구와 사례를 프로파일링했다. 저자는 연쇄범죄의 경우 수법, 범행 동기, 피해자의 수가 일반적인 범죄와 매우 다르다고 서술했다. 또한, 연쇄범죄는 초반에 검거하지 못할 시 모방범죄나 현장 훼손으로 인해 범행을 추적하기 점점 힘들어지므로, 연쇄범죄의 유형, 사례, 수사 과정을 정립함으로써 연쇄범죄자를 빠르고 체계적으로 검거해야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책은 총 세 개의 장으로 나뉘는데, 1장에서는 연쇄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기 전 공통적으로 갖는 심리적 단계의 흐름을 서술한다. 2장에서는 연쇄범죄를 살인, 강간, 방화 세 주제로 나누어 범죄자들의 성격과 유형을 분석한다. 3장에는 수사관의 비전문성, 범죄 피해자 보호 소홀 등 현재 우리나라가 연쇄범죄를 다루는 방식의 미흡성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저자의 의견이 담겨있다. 
 가장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2부의 연쇄범죄 사례집은 다양한 연쇄범죄 사례를 카테고리별로 분석했다. 저자는 해외 사건과 국내 사건 사례를 분리하여 설명하는데, 국가별로 다른 처벌에 대한 기준과 형량이 눈에 띈다. 또한,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은 외국에서는 고려하지 않거나 가중처벌 대상이지만 국내에서는 통상적인 감형 사유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박사방’을 만들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로 징역 40년을 선고 받은 조주빈은 본인을 악마에 비유했다. 일부 기자들은 그의 유년기와 학창 시절을 조사해 그에게 서사를 부여하며 그를 우상화하기에 바쁘다. 책은 연쇄범죄자들이 본인을 심판자 등 대단한 존재라 여기며 그 역할에 심취하는 경우가 많다고 서술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들이 단죄한다고 여기는 대상이 어린아이, 노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기울어 있음을 지적한다. 매체 속 연쇄범죄에 대한 환상은 거짓이고, 범죄자들이 주장하는 심판은 변명이며 기자들이 분별없이 가해자의 서사를 부여하는 것은 잘못이다. 피해자의 발생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확한 프로파일링과 분석을 통해 범죄를 빠르게 해결하고 예방하는 것, 단지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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