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가을학기가 끝나갈 무렵이면 내년도 학생사회를 대표할 학부 총선거로 캠퍼스에 플래카드와 포스터가 가득했지만 올해 교정에는 적막만이 가득하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지속되면서 학생들의 과외 활동이 사라졌고 학생회비가 삭감됐으며 학생회 활동도 위축됐다. 학생들은 12월 2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제34대 총선거에서 총학생회 선거에 나서서 경쟁하는 후보조차 없는 상황은 학생회가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 
 학생회의 입장에서 보면 감염병의 확산과 비대면 수업의 장기화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수업권을 침해받지 않도록 학교 당국과 토론하며 노력을 다한 결과가 학생들의 무관심이라는 사실이 억울할 수 있다. 학생들이 오지 않는 학교에서 역설적으로 학생들의 의사를 대표할 수 있는 학생회가 더욱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하였는데 정작 학생회의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학교 당국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 학생들의 대표인 총학생회를 대화의 상대로 인식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제 학생회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공론장을 가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학생들이 솔직하게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다양한 익명 커뮤니티가 있으며, 학생회 선배들이 아니더라도 SNS와 웹페이지 등을 통해 학교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결국 일반 학생들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축제, 카포전 등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이 학생회의 중요한 역할인데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행사들이 모두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고, 그만큼 학생회의 존재감 또한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학내 자치단체의 학생회장 선거가 위기에 처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무산된 총학생회 선거는 차치하더라도  17개 학내 자치단체들 중에서도 10개 자치단체에서 후보가 없거나 후보들의 자격요건 미달로 인해 선거가 치러지지 못하게 됐으며 7개 자치기구에서만 정상적으로 선거가 진행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생사회에서 논의해야 할 다양한 사안들이 산적해 있는데 학생회가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학생회의 위기가 학생 사회와 공동체의 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학생들은 학생회라는 지도부 없이도 서로 소통하고 토론하며 공론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학생회 선거는 이제 후보자가 없으면 무산되고 봄이 오면 다시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학교 본부는 총학생회를 학생의 공식 대표로 인정하고, 학교 외부에서도 학내 사안이 있으면 총학생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런데 학생회는 왜 위기에 빠졌을까? 아마도 학생회장을 선출하는 학생들이 학생회를 자신들의 대표자라고 생각하는데 주저하기 때문일 것이다. 날로 개인화하는 세태를 원망할 수 있겠지만 학생들을 탓한다고 학생회가 살아나지는 않는다. 내년에 새로 출범할 학생회는 학생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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