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재난위험경감사무국은 지난달 12일 국제재난위험경감의 날을 맞아 2000~2019년에 발생한 재해 데이터와 1980~1999년에 발생한 재해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리포트를 발표했다. 1980~1999년에는 4,212건의 자연재해로 인해 30억 명이 피해를 입고, 그중 119만 명이 사망했으며 약 1조 6,30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보았다. 그에 비해 지난 20년간은 7,328건의 재해가 기록되었으며, 이로 인해 40억 명 이상이 영향을 받았으며, 그 중 123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2조 9,70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있었다. 가난한 국가는 부유한 국가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사망률을 보이며 재난에 대응하는 국가 간의 격차 또한 존재했다. 이처럼 재난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피해자의 숫자는 증가했으며, 경제적 손실도 많이 증가했다.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해서 각 국가에서는 자연재해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재해 발생 시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법도 개발 중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각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어떠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기 위해 어떠한 기술이 연구되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증가하는 산불 재해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산불은 서울특별시 전체 면적의 26배에 해당하는 지역을 불태웠다. 지난달 4일 캘리포니아 소방국은 올해 캘리포니아에 발생한 산불로 최소 31명이 사망했으며 8,454채 이상의 주택과 구조물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록적인 산불은 기후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아이다호 대학의 존 아바조글로우 교수는 1979년에서 2015년까지 미국 서부에서 발생한 산림 건조화의 55%가 인간의 인위적인 기후변화 유발로 인해 일어났으며, 이 때문에 1984년에서 2015년까지 4만 2000㎢ 면적의 산불이 추가로 발생했다는 연구를 지난 2016년 발표하기도 했다.
 산불의 발생은 기후 변화로 인한 기온 증가와 습도 감소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한반도 내에서도 계절별, 지역별로 기후 변화의 강도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기후 변화의 지역적 편차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산불 발생 분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예측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도시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고 습도가 감소하는 기후적 효과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우리나라의 산불 발생 증가 추이를 보면 대도시 지역에서 뚜렷한 증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도시화의 영향과 한반도의 전체적인 기후적 영향이 복합적으로 산불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우선 산불 발생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기후 데이터와 산불 발생 데이터의 상관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중선형회귀분석법이라는 통계적인 방법을 사용해 상대습도나 온도, 강수량 같은 각 기상인자가 산불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확인해 회귀계수를 도출할 수 있다. 산불 발생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2개 이상의 설명 변수를 고려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특정 달 또는 계절의 회귀분석계수를 통계적으로 구한 뒤 기상인자별로 대입을 통해 해당 기간에 발생하는 산불 예측값을 구할 수 있다. 이러한 모델은 다양한 기후 시나리오를 적용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기후변화 시나리오로는 SRES(Special Report on Emis)가 있다. SRES는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4차 회의에서 발표된 것으로 총 40개의 서로 다른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담고 있다. 각 모델은 2100년까지의 기후 모델링 결과를 가지고 있으며, 그 결과들을 통해 월별, 연도별 자료 생산이 가능해진다. 기후 시나리오의 특정 시점의 기온, 상대습도, 강수량을 넣으면 그 시점의 다중선형회귀식에 의한 산불 예측값이 도출된다. 이를 통해 지역별로 발생할 수 있는 산불에 대해 산불 방재를 위한 대책을 미리 마련해 둘 수 있다. 또한, 드론을 이용한 감시를 집중함으로써 산불 발생에 즉각적으로 대처해 산불이 확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통계학적 분석을 통한 산불의 빈도 예측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기상청과 산림청은 서로 연계해 다양한 통계 모델을 개발하고 있으며, 기후적 요소뿐만 아니라 산불의 규모를 결정하는 산불연료량의 분포를 추정하는 모델, 바이오매스의 변화량을 예측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앙상블 예보로 위험 기상을 예측하다
 지난 여름 우리나라는 역대 최장 장마 기간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큰 피해를 보았다. 이러한 기상 변화는 특히 삼림이나 농경지, 바다, 하천 주변 주민들의 생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빠르고 정확한 예보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기상청에서는 수치예보 모델을 사용한다. 수치예보란 대기현상의 역학이나 물리적인 변화에 대한 방정식들을 컴퓨터로 연속적으로 수치 적분해 현재의 대기 상태를 분석하고 미래의 대기상태를 정량적으로 예측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컴퓨터의 속도와 메모리 성능이 크게 향상되면서 더 복잡한 모델들이 가능해지고 있다.
 수치 모델은 다루는 현상에 따라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로 기후 모델에서는 장시간에 걸친 대류권과 성층권에서의 일반적인 대기 변화를 대상으로 한다. 두 번째로 현업용 종관 모델은 매일 날씨를 예보하는 데 이용된다. 여기서 종관 규모란 것은 대기 순환의 규모 중 하나인데, 대기 순환의 규모는 공간 규모가 커질수록 시간 규모도 커진다. 크기는 지구 규모, 종관 규모, 중간 규모, 미 규모 순으로 구분되며, 종관 규모의 공간 규모는 102~104km이고 시간 규모는 짧게는 1일, 길게는 1주일 이상이다. 종관 규모의 순환에서는 태풍, 고기압과 저기압을 볼 수 있으며 매일 일어나는 날씨 변화에 큰 영향을 주는 순환이다. 세 번째로 중규모 모델은 지형에 의해 강제된 국지적인 날씨 변동을 예측하는 데 사용된다. 마지막으로 각 상황에 특화된 모델이 존재하는데, 안개나 구름, 난류와 같은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특화된 모델을 만들어 사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 모델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1980년대에 카오스 이론이 기상학 연구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받아들여졌는데, 이 이론은 수치 모델들이 3~4일 후의 일기예보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밝힌다. 모델이 아무리 우수해도 유일한 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게 되면서 3일에서 10일에 대한 예보법이 유일한 해를 구하는 결정론적 기법에서, 가능한 해의 범위를 구하는 확률론적 기법으로 변경되었다. 이를 위해 개발된 것이 앙상블 예보이다. 앙상블 예보는 예측 시간이 길어지면서 커지는 오차를 줄이기 위해 초깃값을 바탕으로 통합 모델을 통해 초기 장을 생산한다. 이후 확률적으로 가능한 여러 섭동방식에 따라 가능한 여러 모델을 구성한다. 같은 초깃값이라도 물리과정을 거치며 발생할 수 있는 약간의 변화인 섭동을 고려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 기상청을 비롯해 캐나다, 영국, 일본, 프랑스, 중국 등의 나라에서 앙상블 예측 시스템을 운용한다. 우리나라는 통합 모델에서 24개의 모델을 추가로 만들어낸 뒤 예측의 중간 과정인 3시간마다 물리과정을 추가해 계산한다. 그 후 점점 모델들의 편차가 커지면 최종 예측단계에서 여러 모델의 평균을 내는 것을 통해 참값과 비슷한 예측이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방식은 예보일로부터 3~ 10일까지 기간에 대해 예측하는 중기 예측에서 활용도가 높고, 발생 가능한 다양한 위험 기상 시나리오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중규모 기상 파악이 어렵다는 점, 확률적인 해석을 위한 고성능의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특히 관측소의 개수가 많아야 하고, 격자 간격보다 작은 규모인 기상현상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지속적인 모델의 개발이 필요하다. 
 올 4월 기상청이 선보인 한국형 수치예보 모델은 지난 장마 기간 동안 예보 적중률이 떨어지며 많은 국민의 불신을 샀었다. 하지만 앞으로 해상도를 높여 국지성 호우를 보다 정확하게 예보할 계획이며 도입되는 새로운 슈퍼컴퓨터를 통해 연산 능력을 증가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다양한 분석 모델이 존재하고, 빠르고 정확한 예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한국형 수치예보 모델을 완성해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복원력 분석으로 빠르게 복구 가능해
 기후변화로 인해 대형화되는 자연재해를 완벽하게 예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10년(2004~2013년)간 자연재해 피해액은 연평균 8,000억 원이지만, 피해를 복구하는 비용은 피해액의 약 2배인 1조 5,000억 원이며 재해복구 지연에 따른 간접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재해발생 가능성을 전제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과 함께 재해 발생 후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복원력을 높이는 정책이 등장하고 있다.
 방재 분야에서의 복원력은 사회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복구능력을 고려한 포괄적인 개념이다.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도시의 구조를 계획하거나, 방재 시설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피해를 견디는 피해저항 능력, 재해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피해 저감 능력, 2차 피해를 방지하는 빠른 피해복구 능력 등으로 구성된다. 방재 복원력을 늘리기 위해 현재 지역의 복원력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때문에 피해 발생 시 복구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시뮬레이션하고 피해가 어떠한 양상으로 확산할지 분석하는 방법 연구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방재시설물 및 구조물 설계기준을 마련해 피해를 견디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또한, 인프라 측면에서 위험도가 높은 지역의 개발을 제한하고 효율적으로 피해 지역의 대피와 물자 수송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시설 구축 또한 필요하다. 
 최근에는 자연재해 피해조사를 위해 드론 촬영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드론 맵핑 기술을 통해 3차원으로 재난 현장의 지형정보와 정사영상 지도를 생성할 수 있어 자연재해 피해 규모를 분석할 수 있다. 또한, 100~250m의 촬영고도에서 고해상의 영상지도를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하천 시설물의 파손 정도나 토사 유출 흔적 등 현장 피해정보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이러한 기술은 산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사태를 관측해 재해 대응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드론을 이용한 촬영은 기존의 항공 촬영보다 저렴해 여러 번 관측이 가능하며, 재해 상황이 변화할 시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자동화된 항적을 통해 능동적인 촬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해의 예측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큰 규모의 기상 현상은 특히 예측이 어려워졌다. 기상 현상의 이변으로 인해 발생하는 집중호우, 태풍 등과 산불 등의 재해를 예측하기 위해 다양한 통계적인 방법이 이용되고 있다. 자연재해를 예측해 철저히 대응해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해 자체를 막지 못하는 만큼, 발생할 수밖에 없는 피해도 존재한다. 더욱 빈번히 발생할 자연재해에서 신속히 이전 상태로 복구하는 능력은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 재해로 인한 피해 가능성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정확히 판단해 적용해야 더욱 빨리 재해 이전의 원래의 삶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 원명수, 이창우, 김경하, 이우균, 임규호, 임상준, 신만용. (2013). 기후변화 대응 산림재해 변화 예측 및 대응전략 개발, 국립산림과학원  
- 초급 예보관 훈련용 교재 수치예보, 기상청
- 한우석, 유진욱. (2015). 기후변화 재해에 대응한 방재 복원력(Resilience) 구축방향. 국토정책 Brief, (51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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