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항상 첫 문장이 가장 어렵다. 어떤 주제의 글을 써야 할지, 방향은 어떻게 잡아야 할지, 어떤 말을 풀어갈지 많은 고민을 한 후에 어렵게 첫 문장을 적기 때문이다.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첫 문장은 결국에는 글을 다시 엎게끔 만들거나, 글쓰기를 다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운하지 않고 무엇인가 마음에 걸리는 것을 남긴다. 그래서 나에게 첫 문장을 쓰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신중한 첫 문장은 기사뿐만 아니라 인생에도 적용된다. 내가 하는 수많은 선택은 내 인생 여러 기사의 첫 문장이 되어준다. 지금의 선택이 글 한 편을 결정하는 것이다. 진로, 학업같이 인생의 큰 갈래를 정하는 선택부터 동아리, 봉사활동 등 내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해줄 선택들까지, 대학에 와서도 꽤 많은 첫 문장을 썼다. 가끔 헤매기도 하고, 멈출 때도 있지만, 신중하게 시작한 첫 문장들로 나름 괜찮은 글들을 써가고 있는 것 같다.(그렇게 믿고 싶다.)
 그러나 기사를 쓰다 보면, 생각 없이 쓴 첫 문장이 오히려 글 쓰는 데에 탄력을 주는 경우도 있다. 자연스러운 글이 아닐지라도 일단 몇 문장 생각나는 대로 적고 나면, 그다음 내용은 나름 괜찮게 쓰이기도 한다. 그런데 인생의 무엇을 결정할 때에는 일단 적고 보는 것이 나에게 두렵게 느껴질 때가 많다. 실패하지는 않을까, 아직 준비가 덜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선뜻 첫 문장을 적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망설임 때문에 놓친 기회들도 더러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놓친 기회들은 다시 새로운 도전에 발목을 잡는다.
 졸업이 슬슬 다가오고 있어서인지 요즘 내가 놓친 기회들과 망설임이 부쩍 많이 생각난다. 그때 그냥 한 번 해볼 걸 그랬다는 생각... 이미 지나간 것은 묻어두고, 앞으로는 좀 더 과감하게 첫 문장들을 써보려 한다. 
 어느덧 신문사에서의 다섯 학기가 다 지나고, 이제 마지막 신문만 남겨두고 있다. 2년 반 동안 매번 기사를 쓰면서 즐겁다 느낀 적도 있었지만 글 쓰는 것이 버겁거나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마무리를 잘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카이스트신문 기자로서 작성하는 마지막 기사를 앞둔 현재, 앞으로 내가 내 인생의 기자로서 써 내려 갈 기사들의 첫 문장은 좀 더 과감하고 당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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