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 치러진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미국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미국인의 선거이지만 이번 선거에는 특히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초강대국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가에 전세계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에 더해 4년전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지속해 온 편가르기와 선동정치, 규범과 제도를 무시하는 기행, 힘의 정치에 바탕을 둔 미국 우선주의 대외정책에 지친 이들이 우려 속에서 선거 결과를 지켜보았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가 패배하고 바이든 후보가 승리를 거두면서 일견 미국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선거불복을 시사하는데서 알 수 있듯이 정치적 양극화와 증오의 정치의 상흔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올해 선거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면서 현대의 대의민주주의 제도가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회복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승자독식형 대의민주주의가 극단적 포퓰리즘의 확산을 막는데 실패하고 위기에 봉착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중국 정부와 일부 학자들은 능력주의에 바탕을 둔 중국식 제도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미국의 민주주의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하였다. 하지만 미국의 유권자들의 선택으로 트럼프는 재선에 실패하였고 민주주의 제도가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하는 최적의 제도는 아닐지라도 오류를 수정하는 자정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였다. 
 바이든은 특별히 매력적인 후보가 아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심판하고자 하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모아 사상 최대의 득표수로 당선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트럼프 또한 7,200만표를 획득하면서 재선에는 실패했지만 미국 역사상 최대 득표를 했던 오바마 대통령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의 증오의 정치를 지지한 유권자들이 여전히 이렇게 많다는 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트럼프 지지세력이 건재하다는 점으로 볼 때, 정치적, 사회적 양극화가 바이든의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향후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복원될지는 여전의 의문으로 남아있다. 한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양극화에 따른 대립의 정치가 심화되어 왔다. 올해 4월 치러진 우리 나라의 총선에서 여당이 60%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두었지만, 지역구의 정당 득표율을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각각 49.1%와 41.5%의 지지를 획득하였다. 민주당이 우위를 점하였으나 보수층도 여전히 두텁게 유지되는 가운데,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 팬덤 정치가 득세하며 상대 정당을 대화와 타협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적’으로 간주하는 증오의 정치가 지속되고 있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대화와 협력 없는 대결의 정치가 지속된다면 한국에서도 트럼프와 같은 지도자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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