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KI빌딩(E4) 퓨전홀에서 제17대 총장 후보 소견 발표 및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3인의 총장 후보가 참여했으며, 학내 구성원은 Zoom을 통해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본지는 KAIST 교수협의회의 총장 후보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와 후보 3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총장 선임 과정과 각 후보의 비전 및 선거 공약에 대해 알아보았다.
 총추위는 KAIST 교수협의회 회칙에 따라 지난 7월 21일 구성됐다. 교수 5인의 추천을 받은 전임직 교수들이 총추위 위원으로 입후보하고, 교수들의 직접 투표 결과 상위 7인의 후보자가 총장 후보추천위원으로 선출됐다. 이후 교수협의회에서는 설립 50주년을 맞는 2021년 2월 제17대 KAIST 총장 선임에 앞서 학교의 비전과 사명을 구성원들과 함께 구상하고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총장 후보 선출을 위해 ‘KAIST 100년을 생각하는 총장’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은 총추위가 구상한 15개의 문항으로 이루어졌으며, 설문조사 항목은 ▲바람직한 총장의 역량과 자질 ▲KAIST의 사명 및 중장기과제, 단기 현안 ▲총장 선출 거버넌스의 세 항목으로 구성됐다. 지난 8월 18일부터 23일까지 6일간 진행된 설문조사에는 전임교원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207명이 참여했으며, KAIST 총장의 역량 및 자질 등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내용은 후보자 선출에 반영되었다.
 총추위는 제17대 총장 후보 지원자 중 서류심사를 통해 선발된 5인과 인터뷰를 한 후, 심층 토론과 위원들의 무기명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 3인을 확정했다. 총추위 김상율 위원장은 후보 선발 기준에 대해 “바람직한 총장의 역량으로 ▲재정확보 역량 ▲KAIST 자율경영 및 글로벌화 역량 ▲행정, 경영 역량을 고려했으며, 총장의 자질로는 ▲장기적 비전, 통찰력 ▲소통, 화합, 친화력 ▲결단력, 추진력을 충분히 갖춘 후보를 선발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한편, 총추위에서 지난 4일 확정한 총장 후보 최종 3인은 전기및전자공학부 김정호 교수, 신소재공학과 이혁모 교수, 기계공학과 임용택 교수(가나다순)이다. 본지는 지난 17일 진행된 제17대 총장 후보 소견 발표 및 토론회와 각 후보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각 후보자에 대해 알아보았다.

후보자가 생각하는 KAIST의 비전은
김: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최근 우리 사회는 온라인 사회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전 분야에 많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며, 비대면 사회로 대표되는 온라인 경제, 온라인 교육, 온라인 생산과 유통 등의 문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KAIST의 교육과 연구 방식, 제도, 행정도 이에 맞추어 발전해야 한다. 또한, 캠퍼스 운영, 계획, 설계도 이러한 사회와 기술의 변화에 앞서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우수한 교수와 학생을 유치하고, 예산 규모도 증대해야 한다. 이것은 국가와 국민이 KAIST에 요구하는 사명이기도 하다. 여기에 부응하고 선도하는 KAIST 다음 50년의 설계가 필요하며, 선택과 집중 전략이 요구된다.
 먼저 KAIST가 배출하는 인재는 전 세계 인류의 보배 같은 인재가 되어야 한다. 인류의 행복, 건강, 지속발전 그리고 번영에 기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튼튼한 기초 지식과 창의력, 응용력, 실현 능력과 소통 능력까지 갖추어야 한다. 또한, 글로벌 사회에 협력할 수 있는 도전적인 인재로,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와 국가의 과학기술을 선도해야 한다. 종합적으로는 5C(Creativity, Challenge, Communication, Collaboration, Culture)를 갖춘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KAIST는 인류사회의 발전과 번영에 기여하는 창의적이고 원천적인 기초 학문을 창출하는 동시에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원천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더 나아가 세계적인 벤처 창업 사관학교가 되어야 한다. 그 결과 국민 모두가 자부심을 느끼고,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게 지내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이: 현시점을 지난 50년간 과학기술에 대한 열정과 혁신적 성과를 계승·발전시키고 향후 50년 KAIST를 인류사회 주요 문제를 해결하는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대학으로 이끌어 갈 큰 비전과 리더십이 필요한 때로 생각한다. 짧은 시간 우리 학교가 이뤄낸 가시적인 성취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어떤 발전이 필요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KAIST를 세상을 변화시키고 인류 삶의 질 향상에 도전하는 선도적 글로벌 대학으로 만들겠다.


임: KAIST가 이공계 주요 분야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종합 이공계 대학으로서 우리나라 과학기술과 산업기술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또한, 사회적 감수성과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선도적인 과학기술 인력을 배출해 과학기술의 새로운 지식과 가치를 창출하고, 궁극적으로 국가와 인류의 번영에 공헌해야 한다. 이 같은 비전을 통해 지식 창출, 혁신, 동기부여, 시장 창출에 기여하는 인재양성의 요람으로 ‘역시 KAIST답게’ 우리 학교가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김: 지난 50년 동안 KAIST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눈부신 발전을 해왔다. 이제 또다시 도약할 때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래서 ‘KAIST 다음 50년을 설계하고, 성공적으로 출발한 총장’, ‘KAIST를 가장 사랑한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이: ‘함께 가는 리더십’, ‘KAIST 모든 구성원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노력한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또한, 아무리 바빠도 각자의 성과를 돌아보며 일하는 조직문화를 이루어내겠으며, KAIST 전체 구성원과 함께하는 열린 파트너십으로 세계의 중심에 KAIST의 위상을 드러낼 수 있는 초석이 되고자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


임: 교육과 연구 환경 개선을 위해 ‘즉시, 반드시, 될 때까지’ 노력한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KAIST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와 해결 방안은
김: 우수한 인재, 예산과 자원의 확보가 필요하다. 이는 총장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이다. 특히 우수 교수와 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8년 이내에 1조 예산 시대를 열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신규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과 인프라 구축 예산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 그뿐만 아니라 연구 환경을 개선하여 매년 10% 정도의 연구비를 증대하여 연간 7,000억 원 연구비 시대를 열겠다. KAIST는 현재 본원, 문지캠퍼스, 홍릉캠퍼스, 도곡캠퍼스와 성남 ICT 캠퍼스로 분산되어 있다. 이제 이들을 가상캠퍼스로 묶어 가상환경에서 연결되는 새로운 개념의 캠퍼스를 창출하겠다. 더 나아가 창업과 산학협력이 활발한 연구실은 판교나 분당에 연구실을 마련하겠다. 또한, 미국 실리콘밸리에도 협력 사무실을 설치하여 본원의 지리적 단점을 극복하겠다.
 본원의 설계도 보완하겠다. 스마트 모바일 캠퍼스 개념을 도입하여 자율 주행 자동차, 드론, PAV 등 차세대 3차원 운송수단 테스트 베드로 활용하겠다. 여기에 더해 캠퍼스 환경을 개선하고 학생들의 융합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벤치, 소파, 회의실, 카페, 식당 시설을 개선하여 아름다운 캠퍼스로 꾸미겠다. 부족한 공간을 보완하기 위해 지속해서 건물을 신축하겠다. 신규 건물 확보를 위한 예산확보, 설계, 신축 또는 완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안락하고 쾌적하고 깨끗한 캠퍼스를 완성하겠다.


이: 우리 학교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 ‘캠퍼스 마스터플랜 수립’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전국에 흩어져 있는 캠퍼스의 종합적인 활용방안 마련 및 기능 재정비 ▲글로벌 리딩 산학협력센터 유치 ▲KAIST와 산업체 간의 유기적 네트워크 형성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임: 총장으로서 해결해야 할 KAIST의 현안에는 ▲재정 건전성 확보 ▲전문연구요원 제도 유지 ▲인사제도 개선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중 재정 건전성 확보나 전문연구요원 제도 유지를 위해서는 KAIST가 남들이 하지 못하는 연구를 선도적으로 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 결과를 교수와 학생들이 만들어내서 국가 안보와 새로운 시장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 교수들이 원하는 연구를 도전적으로 마음껏 할 수 있는 교육 환경 및 연구 환경이 마련된다면 KAIST 교수들의 역량과 애교심이 이를 이룰 것이라고 믿는다. 이를 위해 인사제도를 예측 가능하도록 개선하고자 하며, 아울러 교수의 기본연구비와 학위논문연구비를 5,000만 원 정도까지 인상할 것을 관계 당국에 건의하고자 한다. 또한, 현재 석·박사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Stipend도 전액 정부가 지원할 것을 요구하겠다. 이렇게 마련된 예산을 모두 교육과 연구 환경 개선에 투입하여 앞서 언급한 선도적인 연구를 통해 새로운 연구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풍토 조성에 앞장서겠다.

차별화된 공약 하나를 소개한다면
김: 코로나19 이후 전염병, 암과 같은 인류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KAIST는 제일 먼저 의료 생명 분야에 집중적인 연구와 교육이 필요하다. 그 방법으로 ‘KAIST 과학기술 의학전문대학원(가칭)’ 설립을 추진하려고 한다. 이를 공론화하고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여 입법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 4년 총장 재임기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한편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혁신의 중심에 인공지능이 있다. KAIST가 이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선도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의 기초는 수학, 확률, 통계와 전산학 등이다. 인공지능의 기초 모델링 연구와 AI-X로 불리는 응용 분야는 무한하다. 인공지능은 인문학, 예술, 경영학, 자연과학, 공학, 의학을 연결하는 융합 학문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인공지능 기초 연구와 응용 연구, 그리고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서 ‘인공지능학과(가칭)’를 설립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학과로 발전시키겠다.


이: 차별화된 공약으로는 Stipend의 일괄 정액제로의 변경이 있다. 소견서에서 ‘현재 대학원생의 Stipend 제도를 미국식 RA 및 TA처럼 급여 일괄 정액제로 시행하겠다’며, ‘국내 최초로 해당 시스템을 정착시켜 대학 시스템 개혁 선도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임: KAIST를 ‘역시 KAIST답게’ 발전시키기 위한 인사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교수협의회와 협의하여 교수가 열심히 노력했을 때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져 불이익을 받지 않게끔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인사제도를 개선하겠다. 학생이나 교수에게 참견하는 총장이 아닌, 학생 및 교수와의 소통을 강화하여 동기부여를 통해 모두가 행복하게 각자 원하는 업적을 이루도록 교육과 연구 환경을 개선하는 총장이 되겠다.

이전에 시행된 정책 중 개선이 필요한 정책이 있다면
김: 코로나19로 교육환경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KAIST는 연구 분야뿐만 아니라 교육에서도 세계를 선도해야 한다. 온라인 교육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그에 맞는 기술도 개발할 것이다. 이를 위해 Education 4.0을 지속해서 발전해가도록 할 것이다. 학부 학생들이 인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도록 인문학 융합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 인문학, 예술 분야의 우수 교수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과목은 전 학문 분야에 도입하도록 하여 융합 연구와 교육을 촉진하겠다. 융합을 촉진하고 교류하는 방법으로 학부 1학년 전 과목을 Pass/Fail로 학점 체계를 전환할 것이다.


이: 자주 변하는 인사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 개선 방안으로는 인사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논문의 참신성(Novelty)과 영향력(Impact)을 위주로 인사 평가를 진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임: 단순히 구호로만 그치는 정책이 아닌, 실제로 이룰 수 있는 정책을 구성원과 함께 만들어가고자 한다. 이 자리를 빌려 사회적 감수성의 중요성에 관해 언급하고자 한다. 우리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했을 때 조직에 잘 적응하고, 협업 정신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하는 데 각별히 신경 쓰겠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학생들이 자긍심과 주인의식을 고양하도록 ‘KAIST의 공동체 의식’을 배양하고, 학생들의 사회적 감수성을 높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학내 구성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김: 지난 50년간 KAIST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눈부신 발전을 해왔다. 이제 또다시 도약할 때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본인이 KAIST 총장이 된다면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 KAIST가 한 번 더 도약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자나 깨나 KAIST 생각만 하여 국민과 학교 구성원 여러분께 보답하도록 하겠다.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활기찬 학교로 만들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KAIST 문화’를 수립할 것이다.


이: 학생들에게 성취와 업적만을 강조하는 교육은 마음의 건강까지 책임지지 못한다. 학생들의 마음 건강 증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학과장을 하며 학과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을 많이 했으며, 총장이 되어서도 학생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소통할 기회를 많이 만들 생각이다. 앞으로 ‘Making peaks higher’를 추구하면서도 낙오자가 생기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


임: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총장이 구성원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이용해 어느 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유도하기보다는, 모든 구성원이 자긍심과 주인의식을 높여 각자의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자로서 KAIST가 사회적 감수성과 국제경쟁력을 갖춘 선도적인 과학기술 인력을 배출해, 배출된 인재들이 국가와 인류를 위해 지식 창출, 혁신, 동기부여, 시장 창출에 이바지하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총장이 되면 재정 건전성 확보, 전문연구요원 제도 유지, 인사제도 개선을 위해 ‘즉시, 반드시, 될 때까지’ 노력할 것을 구성원들에게 약속한다. 많은 응원과 질책을 부탁드린다.

3인의 후보는 다음 달 6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되는 평교수들의 온라인 선출 투표를 통해 최종 2명의 후보로 압축돼 KAIST 이사회 산하 총장후보심사위원회에 추천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