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은 점차 고갈되어가는 기존의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자연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전략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원자력 발전은 다량의 방사성물질을 생성해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고, 핵무기 제조를 위해 오용될 가능성과 핵폐기물 처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최근에는 원자력 발전 이후 생겨나는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및 안전한 관리가 핵심 현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사용후핵연료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처리 과정을 거치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꾸준한 관리 필요한 사용후핵연료
 원자력발전소는 원자핵이 붕괴하거나 핵반응을 일으킬 때 방출되는 에너지를 이용해 발전기를 돌려 전력을 생산한다. 이러한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는 우라늄이 연료로 사용되는데, 이때 발전에 쓰이고 남은 우라늄 연료를 사용후핵연료(Spent Nuclear Fuel)라고 한다. 사용전핵연료와 외관상으로 차이는 없지만 원자로 내에서 일어나는 핵분열 연쇄반응과 중성자 포획 등으로 방사선과 높은 열을 방출해 물질 구성이 달라진 상태이다. 우리나라가 이용하는 발전용 원자로는 경수로형 원전과 중수로형 원전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이를 기준으로 사용후핵연료도 경수로형과 중수로형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경수로형 핵연료는 농축도가 3~5%인 농축우라늄을 사용하고, 중수로형 핵연료는 우라늄-235(U-235) 농축도가 0.7%인 천연우라늄을 사용한다. 경수로형 핵연료의 경우 4년 정도 사용하면 우라늄-235가 약 1%로 줄어들고, 더 이상 발전에 사용되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우라늄 연료로 바꿔줘야 한다. 중수로형 핵연료의 경우에는 9개월 정도 사용하면 핵연료를 교체한다. 두 원자로 모두 처음 사용전핵연료에는 우라늄만 존재하지만 원자로 내에서 핵분열 연쇄반응이 진행되면서 기존의 우라늄은 원자로 내에 존재하는 중성자를 흡수하고, 사용후핵연료 내에는 플루토늄, 세슘, 스트론튬 등과 같은 다양한 방사성핵종이 생기게 된다. 또한, 핵분열을 통해 쪼개지며 생성된 원소를 핵분열생성물이라 하며 중수로는 사용후핵연료의 약 0.8%를, 경수로 사용후핵연료의 약 4~5%를 차지한다. 핵분열생성물은 초기 열 및 방사선 발생의 대부분을 유발하고 긴 반감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물과 기체를 이용해 안전히 보관하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이후 몇 단계에 걸친 처리 및 처분 과정을 거친다. 가장 먼저 원전 내 최소 5년 이상 저장하는 임시저장 단계를 거치고 그 이후에 원전 밖 부지에 저장하는 중간저장 단계를 거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임시저장시설만 운영하고 있고, 중간저장시설은 논의 중이다. 임시 및 중간저장 단계에서 보관할 연소된 사용후핵연료는 긴 시간 동안 발열해 굉장히 뜨거운 상태이다. 사용후핵연료의 발열량과 방사능 양은 서로 비례하기 때문에 각별한 보관이 필요한데, 특히 뜨거운 사용후핵연료가 안전한 상태로 관리될 수 있도록 적절하게 표면 온도를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실 사용후핵연료는 연소되지 않고 남아 있는 우라늄과 새로 생성된 플루토늄을 함유하고 있어 재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한·미 원자력 협정으로 인해 사용후핵연료의 재활용이 금지되어 있는 상태이고 영구처분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는 원전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에서의 보관을 통해 관리된다. 더불어 사용후핵연료 재활용에 대해서는 한미간 국제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방법은 크게 습식저장, 건식저장 두 가지 방법으로 구분된다. 우선 습식저장방식이란 사용후핵연료를 저장 수조에 넣어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방법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모든 원자력발전소에는 습식저장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습식저장방식은 두꺼운 콘크리트 구조물로 만들어져 있고 내벽은 스테인리스 이중구조로 설계되어 사용후핵연료 온도가 섭씨 30~40도를 넘지 않도록 보관한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이지만 냉각시스템 가동에 따라 시설 운영비가 증가하고, 2차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건식저장방식은 물 대신에 기체를 냉각제로 사용하는 저장방식이다. 습식저장방식에 비해 더욱 안전하고, 비용측면에서 저렴해 세계적으로 건식저장방식을 사용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월성 원자력발전소에서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어 건식저장방식은 또다시 4가지 기술로 나눠진다. 첫 번째 금속 캐스크 방식은 사용후핵연료를 고방사성 물질을 저장하는 금속 캐스크 용기에 건식저장하는 방식이고, 두 번째 콘크리트 사일로 방식은 탄탄한 콘크리트로 만든 처분용기인 콘크리트 사일로에 사용후핵연료를 건식저장하는 방식이다. 세 번째 횡형 콘크리트 저장모듈 방식은 캐니스터라는 부품을 활용하는데, 캐니스터는 엔진이 정지하고 있을 때 연료 탱크와 기화기에서 발생한 증발가스를 흡수한다. 이러한 캐니스터 부품을 콘크리트 내에 수평상태로 고정시킨 후 건식저장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볼트 저장방식은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 금속 튜브를 설치해 사용후핵연료를 봉인하는 방식이다.

최종적으로 재처리 또는 심층처분해
 중간저장 단계 이후 사용후핵연료는 국가 정책에 따라 재처리 및 재활용 과정을 거친 후 처분되거나 바로 영구처분된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은 국가별로 에너지 수급상황, 기술수준, 국민적 수용성 및 대내외 정치외교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만약 재처리 과정의 수행이 결정되면 화학 공정을 통해서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고, 그 과정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재처리 공법은 용매추출법(Solvent Extraction)에 기반을 둔 퓨렉스(PUREX) 방식으로, 사용후핵연료에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분리 추출해낸다. 퓨렉스 재처리 공법에서는 용매를 이용한 추출 작용이 용이하도록 사용후핵연료를 질산으로 녹인다. 용해 단계를 거친 사용후핵연료는 일반적으로 높은 불용해성을 지닌 액체로 바뀌고 세 단계의 용매 추출 공정으로 보내지게 된다. 이어 30%의 인산 트리부틸을 등유나 수소화된 프로필렌 삼합체에 녹인 유기 용제를 통해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회수한다. 질산에 녹은 사용후핵연료와 유기 용제는 서로 혼합하기 때문에 핵분열생성물은 계속 질산에 남고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유기 용제에 남게 된다. 이후 플루토늄의 산화수를 바꿔, 용매와 친화성을 떨어뜨려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다시 분리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핵확산방지조약(Non-Proliferation Treaty)에 따라 플루토늄만을 순수하게 추출하지 않고 우라늄과 초우라늄 원소의 혼합물 형태로 회수할 수 있는 파이로프로세싱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재처리나 재활용 단계를 거치지 않는다면 사용후핵연료는 바로 영구처분 단계로 넘어간다. 영구처분은 사용후핵연료를 인간의 관리 없이 영구적으로 인간 생활권에서 격리하는 것을 의미하며, 사용후핵연료에서 나오는 높은 열과 방사선으로부터 인간 및 환경이 나쁜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필요하다. 영구처분 방식으로는 심층처분, 해양처분, 우주처분, 빙하처분 등이 과거 검토된 바 있으나 현재는 경제성과 안전성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심층처분이 가장 적절한 것으로 평가되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권고와 함께 모든 국가에서 이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심층처분 방식은 사용후핵연료를 부식과 압력에 장기간 견딜 수 있는 처분용기에 담아 공학적 방벽을 더하고 지하 500m~1,000m 깊이의 심부 자연 암반에 묻는 방식이며, 실제로 핀란드에서는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아 2015년 11월부터 심층처분 방식의 처분시설 건설을 시작했다.

더 나은 미래 위한 투명한 정보 공유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있어서 현재 임시저장시설만 운영하지만, 해외 다른 나라들은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해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고 있으며 정부와 기업들은 투명한 정보공개와 지역주민과의 의견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먼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원자력발전소를 소유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는 사용후핵연료를 에너지부(DOE)에서 직접처분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에 건식저장시설을 함께 만들어 중간저장단계를 거칠 필요없이 직접 처분이 더욱 수월해지도록 했다. 또한, 미국은 유카마운틴 사용후핵연료 처분 부지 선정을 취소한 후 각계 인사 15명으로 구성된 블루리본위원회(BRC)를 구성하여 공론화 과정을 진행하였고 지역주민과의 소통 및 사용후핵연료 관리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다음으로 프랑스는 사용후핵연료 처분방식은 재처리 등에서 발생한 고준위방사성 폐기물을 스테인레스 강 캐니스터에 밀봉해 처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과정에서 발생한 고준위방폐물에 대해서 부지선정 단계에서 문제 발생 시 언제든지 절차를 되돌릴 수 있고, 처분장이 확정되더라도 주민거부 시 선정된 부지를 취소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는 직접처분 방식을 이용해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하고 있다. 캐나다의 방사성폐기물관리기구(NWMO)는 2005년부터 3년 동안 정부, 기업, 민간 간의 공론화 과정을 수행한 후 30년간의 소내 저장과 30년간의 중앙집중식 저장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심지층에 직접처분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리고 현재 캐나다의 경우 매년 약 2,000t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는데 이를 원전사업자의 책임 하에 발전소 내의 습식 저장시설, 건식저장시설에 저장하기로 했다. 영국은 1956년 상업용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한 국가이고 원자력 에너지 의존도가 24%에 달한다. 그리고 2025년까지 총 500억 파운드를 투자해 신규 원전 8개 원전 세부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영국은 새로운 심층처분시설 설치를 위한 새로운 부지선정 백서를 공표해 공개주의 원칙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일반인들에게 사업 전반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얼마든지 철회할 수 있어 공론화를 가장 잘 수행한 사례로 평가받았다. 마지막으로 스웨덴은 1988년 지하 60m 깊이에 동굴을 뚫어 건설한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SFR)을 운영하는 중이며 이는 세계 유일의 해저 동굴 처분시설이다. 1964년부터 원전 운영을 시작한 스웨덴은 오래전부터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을 고민하며 부지선정을 위해 광역지질조사와 지자체 유치신청을 병행했고, 그 결과 2009년에 처분부지를 포스마크(Forsmark)로 확정했다. 특히 30년 동안 부지선정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면서 발생한 모든 정보를 지역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공유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의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 최종처분장을 결정할 수 있었고, 조만간 시설의 안전성 평가를 거쳐 영구처분장 건설과 운영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매해 약 750t 정도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의 자료에 따르면 한빛원전은 2029년, 한울원전 2030년, 고리원전이 2031년에 순차적으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추가 저장시설 설치를 결정한 월성원전과 세월원전을 제외하면 10년 내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현실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만 운영하고 있고, 추가적인 중간저장시설 건설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가 이루지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현재 가동중인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처리 저장률이 거의 포화에 이르렀을 때 해결책을 찾기 시작하면 시설 완공이 늦어질 뿐만 아니라 지역갈등과 같은 쟁점사항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지속적이고 안전한 원자력 발전을 위해서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꾸준한 관심,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감수 | 원자력양자공학과 윤종일 교수, 임만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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