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크레인 - '자유를 향한 비상'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벤 크레인의 세상은 혼돈으로 가득하다. 자신의 머릿속을 형편없이 조율된 이퀄라이저로 비유하는 그는, 낯선 상황에 던져질 때 맥락과 정보들이 제멋대로 얽혀 해독할 수 없는 무언가로 바뀐다고 말한다. 그런 그가 세상에 갓 나온 아들을 보고 가장 처음 느낀 감정은 막대한 공포였다. 스스로의 인생조차 통제할 수 없는 자신이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한 벤은 자신의 아내와 아들을 버리고 숲으로 도망치는 최악의 선택을 한다.
 그곳에서 그는 매를 만난다.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매의 삶에 매료된 그는 다친 매를 구조하고 훈련시키는 일에 몰두한다. 사회에서 항상 외로워하던 그는 자연으로부터 소속감과 안정을 얻는다. 매를 만난 계기는 가족으로부터의 도피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각자 다른 성격을 가진 매들을 돌보며 그는 5살이 되었을 자신의 아들을 마주할 용기를 낸다. <자유를 향한 비상>은 저자가 한 생명의 따스한 관찰을 통해 다른 대상을 향한 깊은 사랑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서술한다.
 책은 매와 교감하며 함께 사냥을 나가기까지의 과정과 아들과 여러 차례 만나며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을 번갈아 설명한다. 저자는 매의 야생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먹이와 보금자리를 주고, 깃털과 눈빛의 상태로 건강을 진단하거나 사냥 중 입은 부상을 치료한다. 애정 깊은 관찰을 통해 매와의 우정을 쌓아가던 저자는 어쩌면 아들을 사랑하는 방법도 근본적으로 같을지 모른다 생각하며 아들과의 재회를 준비한다.
수 년 만에 다시 만난 아들은 저자의 우려와 달리 그를 반갑게 맞아준다. 호기심과 승부욕이 가득 찬 명랑한 소년을 보고 그는 어릴 적의 자신과 자신이 사랑했던 이, 자유로운 매의 모습을 겹쳐본다. 아들을 만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저자는 아들의 모든 모습과 사랑에 빠진다.
 저자가 매, 아들과 맺는 관계의 공통점은 그들과 교류할 뿐 소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최선을 다해 매를 돌보고 사냥 감각을 길러주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매가 자연에서 살아갈 힘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매는 저자에게 친밀감을 느낌에도 때가 되면 뒤돌아보지 않고 떠난다. 아들은 상냥하고 자연에 박학다식한 아버지를 좋아하지만 보호자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버지 없이 함께한 세월 동안 아들과 어머니 사이에 저자가 끼어들 수 없는 정서적 공감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들과의 거리를 실감할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동시에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 말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본인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그들을 사랑하는 것뿐이라 믿는 그는 어느새 완연한 아버지의 모습이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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