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폭우로 시설 침수뿐만 아니라 하천이 범람하고, 산사태가 일어나는 등 기록적인 최장기간 장마로 인해 전국적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최근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로 인해 아열대성 기후대로 변한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호우가 집중되기 때문에 매년 피해가 반복되는 반면, 우기가 지나면 물이 부족해 농업용수나 생활용수 공급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인간의 삶에 가장 소중한 자원이자, 때론 큰 피해를 주기도 하는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조절하기 위한 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한정된 수자원을 다양하게 활용하다
우리나라의 연평균강수량은 1,299.7㎜로 세계평균의 약 1.6배이나,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연강수총량은 세계평균의 1/6에 불과하다. 또한, 강수량이 홍수기인 6~9월에 집중되고,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이며, 좁은 국토에서 지역마다 편차가 심해 한정된 수자원의 관리를 더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수자원 총량 중 우리가 이용하는 양은 약 28%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증발하거나 바다로 유실되어 사용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홍수나 가뭄관리 등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이용하기 위해 댐, 저수지, 보 등 인공 구조물을 건설해 왔다. 과거에는 농업용수나 소규모 수력발전을 위한 단일목적의 소규모 댐이 주로 건설되었으나, 1960년대 후반부터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충분한 생활용수와 공업용수의 공급이 가능하고, 산업용 전기 생산은 물론 홍수를 조절할 수 있는 다목적댐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그 예로 1973년 준공된 북한강 상류의 소양강댐과 1986년 남한강 상류에 건설된 충주다목적댐은 용수 공급과 발전을 통해 과거 우리나라의 급격한 경제 성장을 가능하게 했으며, 수도권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홍수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 주고 있다. 그러나 개발과 보존이라는 시대적 시각의 변화에 따라 최근에는 홍수와 가뭄의 조절 외에도 생태계 보호와 지역 관광 발전을 촉진하는 친환경적 매개체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홍수와 가뭄을 막는 거대한 물그릇
댐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댐의 수위를 적절히 유지해 홍수기에는 빗물을 담아 하류의 홍수 피해를 줄이고, 가두어 놓은 물을 이듬해 홍수기가 오기 전까지 농업용수, 생활용수 등으로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것이다. 국가가뭄정보포털을 보면 가뭄 대응을 위해 댐-보 등의 연계 운영을 통해 용수를 급수하고, 하천의 유량을 유지하기 위해 댐에서 방출하는 용수를 감량해 먼저 필요한 생활용수나, 공업용수, 농업용수에 공급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평상시에는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하던 용수를 댐이라는 물그릇에 담아, 필요할 때에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댐이 운영 중이다. 수자원에 관련된 다양한 통계와 기술 동향을 볼 수 있는 MyWater 홈페이지에서는 홍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댐의 수위가 어떻게 유지되고, 방류되고 있는지 운영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홈페이지에서는 현재 조류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댐과 저수지는 물의 양을 조절하는 것뿐만 아니라 양질의 수질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좋은 수질은 수돗물 정수 비용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수자원의 상품적 가치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댐에 저장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물의 위치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다
우리나라 댐 사업의 관련 법률을 찾아보면 댐은 높이에 따라 분류되는데 15m 이상을 대댐(大댐, Large Dam)이라고 정의한다. 댐은 공학기술의 백화점이라 부를 만큼 다양한 기술이 어우러진 토목기술의 결정체이다. 만약의 일에 대비해 완벽히 안전하게 설계해야 하고 사회경제적인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대한 댐은 에너지적 관점에서 보면, 큰 위치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많은 양의 물을 보관하고 있다. 이러한 물의 엄청난 하중은 댐에 의해 지지되고 있으며,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지면 터빈을 돌리면서 물의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전환된다.
이 터빈의 회전 운동은 교류발전기와 연결되어 있어 전기에너지로 변환되고, 변압기를 통해 고전압으로 변환되어 송전선을 통해 필요한 곳에서 활용된다. 용수 확보나 재해 예방의 단일 목적의 댐과 달리 다목적댐은 경제성을 고려하는 만큼,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발전시설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대전 주변의 대청댐은 다목적댐으로, 수력발전소를 가지고 있으며 연간 201GWh의 전력을 생산해 중부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 이 전력량은 중유의 일종인 벙커C유 약 30만 드럼분에 해당하며 연간 41억 원의 유류 대체 효과를 보인다. 이처럼 수력발전은 석탄 연료의 사용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수력발전은 물을 제외한 특별한 연료가 필요하지 않아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화력발전보다는 발전 단가가 낮으나 원자력발전보다는 비싸다. 또한, 댐은 많은 양의 물의 위치에너지를 저장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저장 가능한 에너지양이 화학 배터리보다 매우 많다. 최근 세계는 신재생 에너지로 에너지 정책이 전환되는 추세이지만 태양열이나 풍력발전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의 전력 공급은 날씨에 의존하기 때문에 불안정하다. 그러나 댐은 상시 발전이 가능해 에너지 수급의 불안정에 따른 주파수 부하 변동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고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수력발전은 신재생에너지의 불안정한 공급을 보완하기 위해 미래에도 중요한 발전 방식으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도 수자원의 재활용과 이러한 배터리와 같이 에너지를 저장하는 특성을 극대화한 양수발전소 건설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특히 유럽 스마트그리드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스위스에서는 양수발전을 극대화하고 있다. 양수발전은 화력발전이나 원자력 발전의 야간 잉여 전력을 이용해 물을 상류 댐으로 끌어 올려 위치 에너지로 저장하고 전력이 많이 필요한 시간에 운동에너지로 바꿔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된다.

 

물, 냉난방과 태양광 발전에 활용되다
댐의 깊이는 깊게는 100m에 달하기 때문에 대부분 댐의 심층수는 연중 섭씨 약 15도 정도 내외를 유지한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댐에서 공급되는 일정한 수온의 상수도 물을 이용해 수열 냉난방을 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친환경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 예로 서울특별시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 옆 롯데월드몰에서는 냉난방에 사용하는 에너지의 20~25%를 수열 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물은 비열이 높아 온도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열량을 흡수해야 한다. 즉, 물은 열량을 많이 흡수하고 방출할 수 있어 훌륭한 냉매 역할을 할 수 있다. 여름에는 건물 내부의 열기를 빼내기 위해 히트펌프를 돌리면 내부의 열을 많이 흡수해 온도가 올라간 물을 다시 시원한 물로 교체해 지속해서 내부의 온도를 낮춘다. 겨울에는 이와 같은 원리로 물의 열 방출을 통해 내부 온도를 높인다.
수열 냉난방을 위한 많은 양의 물은 댐에서 상수관을 통해 공급되며, 기존 냉각탑과 달리 진동과 소음이 적고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수열 에너지의 활용뿐만 아니라 댐수면을 활용하면 태양광 에너지를 사용할 수도 있다. 댐은 넓은 수면적을 가지고 있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기에 적합하다. 이는 산을 추가로 개간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경우와 달리 환경을 훼손할 염려가 없다. 물론 태양광 패널의 성분이 생활용수나 농업용수로 활용되는 댐의 수질을 오염시키거나, 태풍이 왔을 때 안정적으로 시설이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화학융합시험 연구원에서 실시한 실험에서 수질오염이 거의 없으며, 강한 태풍에도 구조물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또한, 한국수자원공사는 2011년부터 합천댐과 보령댐, 충주댐에 수상 태양광을 설치한 뒤 환경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으며,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안전성이 입증되었다. 현재 수상 태양광은 여러 검증을 통해 확대될 수 있을 정도로 신뢰성을 확보했으며, 패널 설치가 가능한 면적의 6% 이내를 수상 태양광으로 활용할 경우 연간 92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745GWh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 온실가스나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에 영향주는 댐
댐 건설과 운영은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그 때문에 건설 계획부터 운영에서 환경성 평가를 엄밀하게 해야 한다. 또한,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연구하고 적용하고 있다. 그 예로 대체서식지를 설치하거나, 상·하류 어류의 이동을 돕기 위한 어도(Fish Way), 양서파충류 이동통로, 완충수림대, 생태 통로, 어류 인공산란장 등을 조성하여 생태계의 급격한 환경변화 및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직접적인 댐 건설의 영향으로는 상류 수자원의 조절로 인해 하류로 공급되는 하천 유량이 변하는 것이 있다. 갈수기에는 댐에서 일정하게 하천생태 유량을 의무적으로 내려보내기 때문에 하천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주지만 어떤 사람들은 수량의 변동 때문에 생태계가 변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기존의 환경과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동식물 상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기존에 물이 부족하던 지역이 수량이 늘어난다면, 물에 의존적인 수생, 양서류 같은 생물체에는 유익한 환경이 조성되며, 지하수 수위 또한 변화하면서 주변의 습지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 의해 주변의 조류나 초식 동물이 번성할 수 있다. 홍수기에는 당연히 댐이 홍수를 막아 하류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본연의 큰일을 한다.
이러한 영향은 긍정적 측면이 크지만,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은 단순하지 않다. 균형의 붕괴로 인해 조류가 증가하고 부영양화가 일어나 수질을 나빠지기도 한다. 또한, 댐이 동물들의 이동 경로를 제한하기 때문에, 주변 동물의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 이로 인해 생명체 간의 경쟁이 일어나 생물 종 다양성에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국지성 호우로 인한 홍수와 이상 가뭄이 발생하는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댐은 이러한 상황에서 수량을 조절하기 위한 역할을 하면서 기존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빈도가 잦아지는 강한 지진으로 인해 댐이 무너질 위험성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러면 인간뿐만 아니라 하류 생태계가 한꺼번에 모두 파괴될 수 있으므로, 댐의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하고, 이러한 문제 상황 발생 시에 대처하기 위한 예방이 필요하다.

최근의 집중호우로 인해 발생한 자연재해를 통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댐이 홍수조절 역할을 잘 수행했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다. 그러나 인간의 힘으로는 거대한 자연의 재난을 막을 수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댐은 자연재해의 예방과 수자원의 확보, 에너지의 생산 기능을 하는 등 다양한 목적을 하는 유익한 건축물이지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새로운 건설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선 현재 건설된 댐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그동안 건설된 댐에서 환경적인 영향이 어땠는지를 반면교사 삼아 친환경적인 댐을 신중히 건설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지속가능한 환경 보존과 함께 인간 삶의 영위를 위한 적절한 댐 건설은 우리의 숙제이다.

 

감수 | 성균관대학교 수자원 전문대학원 염경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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