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평, 윤이형, 최진영, 백수린, 임솔아 - '몬스터: 한낮의 그림자'

‘아빠를 죽일 거야. 오늘 저녁, 우리 손으로’. 고등학생 쌍둥이의 일기장을 본 화자의 머릿속에는 호기심, 공포, 절망감이 가득하다. 화자는 쌍둥이를 이해하기 위해 출근해서 일하는 내내 남편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짚어간다. 그러나 회상이 계속될수록 두 아이는 점점 더 큰 공포가 되어 다가올 뿐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몬스터는 어떤 모습인가요?” 침대 밑에 숨어있다가 아이가 잠들면 나와 활개를 치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존재. 괴물은 인간과는 다른 모습이거나 이치에 크게 벗어나 있는 행위를 하는 이를 지칭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내면은 괴물의 어떤 면을 두려워하는 걸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손원평, 윤이형, 최진영, 백수린, 임솔아 다섯 명의 소설가가 각자의 상상 속 괴물 이야기를 꺼내 왔다.
괴물, 두려움을 주제로 한 다섯 편의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내면의 공포와 마주하도록 한다. 손원평 작가의 <괴물들>은 자신의 남편을 살해할 것이라는 두 아이의 일기를 발견한 화자의 하루를 그린다. 완전해 보이는 가족의 일그러진 이면을 들춘 이 작품은 틀에 맞추어 탄생시킨 가족의 실체를 비판했다. 윤이형 작가의 <드릴, 폭포, 열병> 속 화자는 책임에 대한 역설을 늘어놓는다. 독자들이 화자의 언변에 설득되는 동안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는 사건의 전말은 도덕적 잣대를 흐리며 인간 본연의 이기심을 조명한다. 백수린 작가는 <해변의 묘지>에서 외국으로 교환학생을 갔던 화자의 기억을 통해 죽음의 필연성을 섬뜩하게 묘사했다. 평화롭고 이국적인 프랑스 니스의 묘사와 생생한 죽음의 표현이 이루는 극명한 대비가 인상 깊다.
각 작품은 설화 속 괴물이 아닌 평범한 일상 속, 낯익은 인물에 내재한 폭력성을 다룬다. 독자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상황이나, 한 번쯤 해 본 익숙한 생각을 하는 인물의 모순에서 비롯된다. <손을 내밀었다>의 저자 임솔아 작가는 “사람이라는 자격도 제한된 수의 의자에 앉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놀이”라며 “자기 자신이 사람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괴물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것”이라 언급했다. 소수에게만 허용된 이해의 영역에 머무르기 위해 다른 이들을 괴물이라 지칭하는 세상, 선과 악의 언어를 비틀어 자신에게 필요한 새로운 ‘옳음’을 만들어내는 세상. 가장 익숙한 풍경에서 느껴지는 스산함은 그 어떤 괴물보다도 깊은 내면으로 스며든다. 다섯 작가가 제시하는 새로운 공포의 형태는 사회가 추구하는 완벽함과 옳음의 잣대가 개인에게 가하는 압박을 호소한다. 가족, 사회, 규범, 시간 등 개인을 둘러싼 그림자가 드러난 지금, 대낮의 세상은 결코 전과 같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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