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학위수여식은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지난 2월에 예정됐었던 졸업식이 6개월이 지난 8월 28일에 온라인으로 개최된 것이다. 동료 선후배와 가족들의 축하를 받으며 지난 학창시절의 우정과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졸업식의 흔한 풍경은 감염병의 위협으로 인해 볼 수 없게 되었다. 
학위수여식이라는 행사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일부 외국의 사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어찌보면 졸업식은 의례적인 기념 행사일 뿐일지도 모른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이미 많은 학생들이 졸업식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경향을 감안한다면 비록 불가피하게 선택하게된 것이지만 최초의 온라인 졸업식에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학기동안 기숙사가 폐쇄되고 올 가을에도 비대면 수업이 계획되어 있는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컴퓨터 또는 휴대전화 화면 앞에서 학창생활을 마무리하게 되는 올해의 졸업생들은 의례적이라도 위로와 축하의 말 한마디를 들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된다.
올해 졸업생들은 유난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 새로운 출발을 해야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설레임과 희망으로 가득해야 할 졸업식이지만, 통제할 수 없는 사회적 난관으로 인해 졸업생들은 혼란과 무력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정부와 학교가 위기 극복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뾰족한 대책은 없다.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다수의 학부 졸업생들은 과거와 다른 연구환경에 적응해야 하며, 사회로 진출하는 졸업생들은 우울한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계획했던 해외 유학 또는 해외 취업이 코로나19로 인해 좌절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올해 졸업생 대표 강윤정 박사는  “그 누구보다도 많이 실패하고 좌절”했지만, “어찌 보면 저는 단 한번도 실패하지 않았었고, 지금의 저를 완성하기 위한 과정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강 박사의 고백이 동료 졸업생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여느 때 같았으면 학위수여식 행사장에서 졸업생들이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던 많은 사람들을 만났을 것이다. 물심 양면으로 지원해 주었던 가족들, 고민을 함께 나눴던 친구와 선후배들, 학문적 의욕을 북돋워주던 스승들과 인사를 나누며 그동안 받았던 많은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을 것이다. 졸업식 행사장을 오가다 보면 행사 진행을 준비하는 직원들과 마주치며 쾌적한 환경 속에서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해온 이들이 많이 있었음을 돌아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모니터를 통해 참여하는 비대면 졸업식에는 그동안 함께 했던 이들과 만나고 축하하며 감사할 수 있는 자리가 없다. 감염병의 위험을 피하는 대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다. 앞으로 비대면 학위수여식이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시절이다. 자기자신을 돌보기도 버거운 여건이지만 그럴수록 주변을 살펴보는 기회를 가져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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