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쯤 깊어지는 고민이 있습니다. ‘내년 계획’입니다. 어느 시점에 어떤 일을 할지, 그 전후에는 무엇을 할지 상상합니다. 예를 들자면 1월에는 운전면허를 준비하고, 3월에는 사회복무요원을 시작하고, 여름엔 취업 공부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당연히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기에, 다양한 버전을 준비했습니다. 그것마저 벗어나는 게 현실의 묘미겠지만요.
이에 이어지는 고민이 바로 ‘인생 계획’입니다. 큰 틀에서의 진로 고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매일 같이 잠깐 쉴 틈만 생기면 떠오르는 고민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세부 계획들은 모두 큰 인생 계획을 따라가니, 인생 계획의 수립은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죠.
중학생 때도, 고등학생 때도 나름 생각하던 인생 계획이 있었습니다. 상상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계획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아는 것이 많아지고, 다양한 얘기를 들으면서 인생 계획을 여러 번 바꾸곤 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학자가 되어보고 싶기도 했고, 학교에 다니며 선생님이 되고 싶기도 했고, 뉴스를 보면서 공무원이 되고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점점 계획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전문성이 깊어질수록 나아갈 길이 확실해지면 모르겠지만, 확신보다는 오히려 길을 잃고 흐름에 쓸려가는 기분입니다. ‘일단 대학원 가고 생각해볼까.’ 친구들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럴수록 좀 더 많은 것을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이 담긴 과거의 상상들과 현실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새로운 계획을 찾아 써 내려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목적을 가진 우리 학교 학생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이 학생이 주변과 비슷하게 정석대로 대학원을 가서, 좋은 연구를 해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겠지만, 분명히 다른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다른 방법으로 같은 목적을 이룬 사람의 얘기를 듣게 된다면, 이 학생은 새로운 계획을 하나 늘릴 수 있겠죠.
계획을 하나씩 잃고 적당히 흐름 속에서 표류하고 있는 많은 학생에게, 아직은 더 많은 꿈, 계획을 외쳐도 괜찮지 않을까 제안하고 싶습니다. 허무맹랑해 보일 수 있겠지만, 우린 아직 경험할 수 있는 일이 많기에 나아갈 수 있는 길도 많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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