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마리스코, 브라이언 셔프 - 슬픔의 위안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는 이가 언젠가 내 곁을 떠나야 한다는 진실과 마주한다. 특히 사별의 경우 이별의 기간은 평생이 된다. 죽음은 늘 천천히 그리고 확연하게 다가오고 있지만, 우리는 애써 이를 부정하고 있을 뿐이다. 남겨지는 것보다 떠나는 것이 더 쉽다는 가수 데이브 매슈스의 말처럼, 남겨진 사람은 떠난 사람의 흔적을 정리해야 할 뿐 아니라 그 사람이 없는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슬픔을 드러내길 꺼리는 문화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죽은 이를 언급하기보다는 침묵한 채 고립되는 쪽을 택한다.
론 마라스코와 브라이언 셔프의 저서 <슬픔의 위안>은 남겨진 사람들이 고립되었다고 느끼지 않도록, 그들의 감정을 공유하고 위로하기 위해 쓰인 책이다. 저자는 남겨진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의 궤적을 키워드로 묶어 네 개의 장으로 나눴다. 사별을 겪은 사람들이 겪을 고충을 나열하고, 그들이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며 느끼는, 어쩌면 조금은 부정적일 수 있는 감정들을 변호한다. 고통을 상쇄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활동을 소개하고, 사별 후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문득 튀어나오는 여운 깊은 감정들을 보듬어 주기도 한다. 각 장마다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의 인터뷰와 글 등을 소개하며 고립된 이들에게 같은 감정을 느끼고 동행하는 이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는 점이 인상 깊다.
사별을 경험한 이들은 조그마한 사물로도 떠난 이가 떠올라 눈물을 쏟기도 하고, 주변의 악의 없는 실수에 마음이 베이거나, 생전에 그들을 더 보살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들에게 휴식과 독서, 스포츠 등의 일반적인 위안거리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과할 정도의 식사나 주위를 향한 건조한 태도가 자신이 받을 상처를 덜어줄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사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저자는 책 전반에서 말장난과 비유를 사용하는 등 재치 있는 태도를 유지한다. 이런 태도는 사별이 극복하지 못할 거대한 재앙이 아니라, 누구나 한번쯤 겪는 아픔임을 일깨워주는 듯하다.
슬픔은 숭고하고 가치 있는 감정이다. 하지만 슬픔에 동반한 무기력함과 두려움에 빠져 평생 멈춰서는 안 된다. 책은 누군가를 떠나보내 가슴이 도려낸 듯 아프다는 것은, 당신이 그 사람을 소중하게 여겼으며 상대방도 그만큼 당신을 사랑했다는 증거라며 다독인다. 저자는 슬픔을 회피하지 말고 직시하라고 한다. 슬픔이 가져오는 부정적인 감정에 잠식되지 말고, 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에는 떠난 사람과 함께한 기억을 추억으로 남기고 일상에서 다시 웃음 지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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