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봄학기가 끝나고, 이제 가을학기를 앞두고 있다. 3월 2일에 개강 예정이던 지난 봄학기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감염병 위기 경보가 ‘경계’로 격상됨에 따라 2주 뒤인 16일로 연기되었고, 뒤이어 개강 이후 최소 2주간은 원격수업을 진행한다는 학교 측의 계획이 발표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학교는 지난 3월 13일, 학내 구성원의 안전과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원격수업 무기한 연장을 결정했다. 학부생 대부분이 등교하지 않고 집에서 원격으로 수업을 수강하는 유례없는 학기가 시작되었다.
전기에 입학한 새내기 학우들에게 첫 봄학기는 뜻깊은 학기이다. 새로운 꿈과 포부를 품고 출발하는 학기이자 손꼽아 기다려온 대학 생활을 맞이하는 학기이기 때문이다. 새내기 배움터와 동아리, 수업 등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학기이기도 하다. 예년과 다른 ‘특별한’ 첫 학기를 맞은 새내기 학우들은 지난 학기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조만간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맞이하게 될 캠퍼스 생활에 학우들은 어떤 소망을 품고 있을까? 본지는 우리 학교에 합격한 순간부터 첫 방학을 맞이한 지금까지 새내기 학우들이 품었던 감정과 사연을 담았다. 새내기과정학부 20학번 김재령, 차민, 최현진 학우가 인터뷰에 응했다.

입학 후 맞이할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나 계획이 있었는지
최현진: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바람이 컸다. 다양한 배경과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앞으로의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소소한 생활을 기대했다.
김재령: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과 동아리 활동에 기대가 컸다. 대회나 공모전에 나가고 봉사활동을 하려던 계획도 세웠었다.
학교가 아닌 집에서 조금은 특별한 첫 학기를 보내게 됐다. 개강 연기와 원격수업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이 어땠는가
차민: 고등학교의 답답한 생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꿈꾸고 있었는데, 계속 집에서만 지내야 한다는 소식에 우울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이런 처지를 놓고 푸념하기도 했었다.
최현진: 처음 몇 주는 너무 우울했다. 새로운 생활을 꿈꿨는데 이전과 같은 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지루했고, 수업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김재령: 어느 정도 예상했기에 큰 감정의 동요는 없었다. 다만 입학 전 계획했던 것들이 무산돼서 많이 아쉬웠다. 내년에는 공모전이나 대회에 꼭 나가고 싶어서 알아보고 준비하는 중이다. 돌아오는 가을학기에는 꼭 학교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집에서 한 학기를 보내면서 아쉬웠던 점은 무엇이었고 반대로 좋았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최현진: 고등학생 때 꿈꿔왔던 대학 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아쉬웠다. 수업도 비대면으로 하다 보니 피로도는 높아지고 흥미는 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대면 강의를 했다면 보기 힘들었을 고등학교 친구들, 동네 친구들과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점은 좋았다.
김재령: 아쉬웠던 점도 참 많았지만, 좋았던 점도 그만큼 많았던 것 같다. 특히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다 보니 부모님과 같이 있을 기회가 좀처럼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부모님의 모습이 3년 전에 머물러 있고, 부모님도 나의 모습이 3년 전에 머물러 있었던 거 같다. 이번 원격수업을 계기로 부모님과 많이 대화하고 부딪히기도 하면서 부모님을 더 이해하게 되었다. 중학교 친구들과도 함께 보낼 시간이 늘어서 좋았다.

공유하고 싶은 첫 학기의 경험이나 추억이 있었는지
김재령: 랜덤으로 배정된 룸메이트 친구와 한 번도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종종 연락하며 지냈다. 그러다가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나눌 이야기가 없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연락이 끊기게 됐다. 그런데 그 친구로부터 생일날에 생일 선물을 받은 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 직접 만나지 않아도 친밀감을 쌓을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온라인 수업은 전반적으로 어땠는가
김재령: 녹화된 강의를 본 수업이 많았는데, 그런 수업은 집중도도 떨어지고 주말에 강의를 몰아서 보다 보니 주말에 대학을 다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교수님께 질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직접 검색을 하며 지식을 찾다 보니 좋은 점도 있었다. 수업과 교육과정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지식을 찾아보며 강의를 이해하는 경험은 새롭고 재밌었다.
최현진: 피로도가 컸다. 온종일 같은 자리에 머무르며 모니터를 보고 수업을 들어야 해서 그랬던 것 같다.
차민: 과목마다 달랐던 거 같다. 봄학기에 수강한 과목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건 ‘프로그래밍 기초’였다. 교수님께서 Zoom을 통해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주셔서 온라인 수업이었음에도 오프라인 수업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한편, 녹화된 수업 영상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재생하는 수업도 있었다. 이런 수업은 실시간 질문이 불가능하고, 영상의 음질이나 화질이 낮아 수업에 집중이 잘 안 되어 불만족스러웠다.

지난 봄학기는 본인에게 어떤 추억으로 남을 것 같은가
최현진: 또 경험하고 싶지는 않지만, 마냥 나빴던 기억으로만 남을 것 같지는 않다.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며 앞으로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 이것저것 생각할 기회가 있었던 학기로 기억될 것 같다.
김재령: 애증의 추억처럼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계획했던 많은 일이 수포로 돌아갔지만, 대신 계획에 없던 좋은 경험을 많이 하며 지냈던 학기였기 때문이다. 잊히지 않는 한 학기일 것 같다.

다른 친구들은 지난 학기에 대해서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김재령: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 갈망이 많았던 친구도 있었고, 개강하면 5개의 동아리에 들어가서 활동할 거라는 포부를 밝힌 친구도 있었다. 그래서 원격수업이 결정됐을 때 실망했던 친구들이 많았다. 그런데 막상 온라인으로 개강을 맞고 나니 집에 있는 게 익숙해져서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 싫다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다고 느꼈다.

가을학기는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
김재령: 작년부터 각종 사회 이슈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다. 다가올 가을학기에는 사회적 소수자나 정치 등 다양한 사회 분야에 대한 상식을 쌓고 싶다. 관련해서 책도 많이 읽어보고,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많은 만큼 사색에도 잠겨보고 싶다.
최현진: 다음 학기도 비대면 수업이 되었으니, 횡설수설했던 봄학기와는 달리 좀 더 체계적이고 즐겁게 공부하고 싶다.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할 계획이다. 알찬 가을학기로 기억에 남을 수 있게끔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인류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무엇이 가장 하고 싶은가
최현진: 해외여행을 꼭 가고 싶다. 작년부터 계획해왔던 해외여행이 코로나19로 인해 무산되어 많이 속상했었다. 예전의 삶으로 돌아간다면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
김재령: 평범한 대학 생활을 누리고 싶다. 또, 할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가고 싶은 생각도 간절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노약자분들이 밖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많이 힘들어하시는 것 같다. 모쪼록 이번 사태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남은 대학 생활 동안 이루고 싶은 꿈이나 목표는 무엇인가
김재령: 학점 수에 얽매이지 않고 듣고 싶은 과목은 다 들어보고 졸업하고 싶다.
최현진: 학업에 있어서든, 인간관계에 있어서든 후회 없는 대학 생활을 하고 싶다. 우리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고, 끊임없이 도전하여, 나중에 대학 생활을 돌이켜봤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사는 것이 목표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현진: 비록 새내기 시절은 비대면인 채로 학교생활도 제대로 못 해본 채 지나가겠지만, 그만큼 앞으로 우리 학교에서 지내게 될 시간이 더욱 기대된다. 조만간 상황이 좋아져서 꼭 20학번 새내기들이 다 같이 만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