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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상상의 시작은 작은 호기심이다.
[320호] 2009년 07월 01일 (수) 이효나 기자 same-emas@kaist.ac.kr

영화를 보면 항상 따라붙는 크레딧. 우리가 접하는 다수의 영화에서는‘번역 - 이미도’라는 문구를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인생은 아름다워’,’식스센스’,‘ 쿵푸팬더’등 450여 편이 넘는 다수 영화를 번역했기에 일부 사람들은‘이미도’를 팀이나 회사명으로 착각하기까지 한다. 현재는 외화 번역가뿐만 아니라 작가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해운대의 한 커피숍에서 처음 대면한 이미도 씨의 모습은 열정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한 번도 공개하지 않은 가족사진을 공개하겠다면서 보여준 그림에는 그가 현재 기획 중인 영어 관련 만화의 캐릭터가 담겨 있었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캐릭터를 설명하는 그의 모습에서 그의 일에 대한 열정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가 끝나자 부산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다며 데려간 조개구이집에서 그의 인생관을 들으며, 그와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다
※ 이번 호에서는 명확한 단어의 의미전달을 위해 일부 단어를 영문으로 사용하었습니다

부산으로 작업하러 자주 오시나 봐요
 글 마무리할 때 자주 와요. 원고 다 써놓고 최종 탈고해서 넘기기 전에는 제일 밀도있게 작업이 잘돼요. 풍경 자체가 매우 아름답잖아요. 서울에 있으면, 저 자신이 유혹에 손길을 건네기도 하고 집중도 잘 안돼요. 서울에서보다 1.5배에서 2배 정도 효율적인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혼자 있으니 잡념도 없어지고 글도 잘 써져요. 매주 신문에 연재하는 글도 맞춰야 하고요. 나름 의미 있는 연재를 하고 있어요. 영화를 텍스트로 해서 쓰는 칼럼인데 영화가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놓는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쓰고 있어요. 작년에 제의받을 때 한글/한문 혼용이 아닌 한글/영어 혼용의 칼럼을 써달라고 부탁을 받았고 제목도 영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 글쓰기의 기본 키워드는‘LIFE’입니다. Love, Imagination, Film, English의 앞글자를 땄어요. 영화를 보면서 영어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쓰고 있습니다. 상상력은 물론 글 속에 포함되어야 하고 사랑은 어디서든 없어서는 안 될 요소죠.

다양한 활동을 하시네요. 이런 일들을 동시에 하려면 시간 관리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저에게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독신이기 때문에 거느릴 가정이 없어요. 혼자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다양한 것을 해 볼 수 있는 여건이 됩니다. 또한, 제가 하는 일들이 모두 즐거워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주어진 일을 원만하게 잘 해내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자유롭게 일을 하지만 동시에 시간을 잘 관리하는 편입니다. 지난 십여 년간 영화를 번역하면서 한 번도 마감을 어겨본 적이 없습니다. 시간에 치이면서 일을 해 본 적 역시 없고요. 일과 놀이를 같게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저는 행복합니다.
 단 한 가지 원칙이 있다면 정말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저녁식사 이후에는 일하지 않습니다. 보통 친구를 만나거나 영화를 보는 등 놀이에 시간을 씁니다. 이와같은 시간이 창의력을 키우는 시간이죠. 일을 할 때에는 이렇게 뽑아낸 창의력을 사용하는 시간이고요.

크레딧을 보다 보면‘번역 이미도’라는 문구를 자주 보게 됩니다. 번역한 작품 수가 어느 정도 되는지요
 주로 맡는 영화들이 상업영화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작품을 번역한 것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16년 동안 450편 이상의 영화를 번역해왔습니다. 예전에는 한달에 3편 정도 번역을 했지만 2004년 이후에는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번역 작업량을 조금 줄였습니다. 그리고 이쪽 시장에서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번역량을 줄이면 새로 번역일을 하시는 분들이 번역할 기회가 늘겠죠.


좋아하는 영화나 영화대사는 어떤 것이 있나요
 물론 일을 할 때는‘번역해야지’라고 전투태세를 갖추려고 하지만, 그전에 영화를 볼 때는 저도 관객입니다. 관객으로서 마음에 들었던 영화는‘식스센스’입니다. 소통의 중요성을 공포영화로서 표현한다는 것이 훌륭하지 않습니까? 이 잘 만든 영화를 국내에서는 제가 최초로 봤습니다. 보고 나서 영화사 관계자 분들께서 이 영화에 대해 묻더라고요. 그런데 영화에 대한 내용을 도저히 말할 수가 없더라고요. 브루스 윌리스의 정체를 얘기해 버리면 결정적인 것을 망쳐버리는 게 되잖아요. 그래서 끝내 이야기를 안 하려고 했는데 어떤 얘기든 해도 좋다고해서 공개를 했죠. 그랬다가 나중에 맞아죽을 뻔 했습니다.
 그리고‘쿵푸팬더’나‘슈렉’같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요. 제가 좋아하는 대부분의 영화는‘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굿 윌 헌팅’등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게 하는 영화입니다.
 번역가로서는 한 영화에서 좋은 대사가 많이 나오길 바라요. 한두 대사라도 정말 주옥같은 대사가 나온다면 고맙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에서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에게 자신에 대한 칭찬 한 번 해보라고 말하자 남주인공이“너는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해”라고 말하죠. 얼마나 진솔하고 꾸밈없습니까. ‘굿 윌 헌팅’에서 아내를 잃은 남자에게 로빈 월리엄스가 “It's not your fault”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스스로를 더 사랑하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누구나 기다려온 말이에요. 항상 갈구하는 말이죠. 이를 영화 속 대사에서 듣고 사람들은 감동을 하며 위안을 얻게 됩니다.


번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석희 번역가라고 인문과학 관련 도서를 많이 번역하신 분이 계세요. 그분은‘번역이란 장미꽃밭에서 춤추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춤추는 행위는 즐겁지만, 가시가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고 때로는 고통 역시 따르겠지요. 저는 그분의 말에 밥숟가락 하나 얹어서‘번역은 장미꽃밭에서 맨발로 춤추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왕의 남자’에서 보신 외줄타기. 외줄은 양쪽 끝 두 개의 기둥에 묶여 있죠? 그 두 기둥을 창작과 반역이라고 합시다. ‘번역은 반역이다’라는 말 들어보셨죠? 언어 속에 담긴 의미나 문화적 차이 때문에 있는 그대로 해석한다면 그 의미를 완전히 전달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반역이 필요한 것이죠. 반역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위험성에 대해 항상 신경을 써야 하고, 동시에 단순 번역이 아닌 우리식 정서에 맞게끔 필요한 창작을 해야 합니다. 그 기둥 사이에 놓인 아슬아슬함이 외줄타기와 같습니다. 보는 사람은 스릴 있지만, 이 균형을 맞추려면 가진 것을 예술적으로 잘 표현해야 합니다.


번역을 할 때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영화를 보는 계층은 다양하죠. 이를 1, 2, 3, 4군이라고 놓고 각 군의 입장에서 다 합쳤을 때 공통적인 접점을 찾으려 합니다. 책이든 영화든 번역가가 접했을 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석해서 번역하죠. 재미있는 표현으로 말하자면 번역가는 영화를 자막을 통해 읽어주는 사람입니다. 일부 층의 만족도를 높이기보다는 다양한 층의 불만족을 줄이기 위해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어요. 책은 주석을 달 수 있고 분량의 제한을 거의 받지 않지만, 영화는 2줄 이내의 자막을 통해서 내용을 전달해야
하죠. 그러다 보니 필요에 의해서 번역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대사는 추려내기도 해요. 실제 미국에서도 이 정도 내용만 살려달라고 따로 표시해서 압축된 대본을 보내줍니다. 우리나라 영화가 외국에 나갈 때도 마찬가지이죠. 모든 내용을 자막으로 처리하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책번역보다 영화번역이 어렵고 조심스러운 면이 있어요.
 또한, 유머코드가 달라서 포커스가 다르기도 하죠. 외국에서 흔히 하는 농담이 우리에게는 낯설고 의미 없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될 수 있는 대로 이런 영화는 피하고 싶어요. 그런 맥락에서 식스센스는 번역하기 좋은 영화죠. 번역하기에 자유롭습니다. 하지만, 이에도 불구하고 항상 번역하고 싶은 장르의 영화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애니메이션은 복합장르로 다양한 재미를 제공하며 어른도 아이도 즐길 수 있는 언어유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우리식으로 번역할 때의 재미가 쏠쏠합니다. 예를 들어 슈렉에서 ‘far faraway kingdom’이라는 왕국이 등장하죠. 사실 그건 스타워즈 패러디에요. ‘far faraway kingdom’을 그대로 번역한다면 ‘멀고도 먼 왕국’이지만 이는 고유명사다운 느낌이 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를 토속적인 방언을 활용해서‘겁나먼 왕국’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즉각적으로 느낌이 전달되잖아요. 보람되죠. 이러한 창의적인 각색을 할 수 있는 장르가 애니메이션이에요.

요즘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음에도 선생님이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1차 언어를 잘하면 번역을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입니다. 이를 우리말로 옮겨야 되기 때문에 우리말을 더 잘해야겠지요. 우리나라 문학작품을 해외에 소개해서 노벨문학상 수상을 목표로 삼는다면 우리말도 잘해야겠지만 그쪽 언어를 더 잘해야겠지요. 영어는 사전이나 영어를 더 잘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그것을 옮길 때에는 순수창작이거든요. 물론 제2의 창작이라고 하더라도 창작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문학적 상상력과 문장력도 뛰어나야 됩니다. 이러한 면에서 저를 관객이나 영화 관계자들이 선호한다고 생각합니다.


번역을 할 때 특별한 원칙이 있나요
 네, 있습니다. 번역가, 신화연구가, 작가이신 이윤기 선생님은“번역은 밴 아기 낳기이며, 창작은 안 밴 아기 낳기지만 궁극적으로는 번역도 안 밴 아기 낳기를 지향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이처럼‘창작하는 글쓰기를 하는 번역가’의 자세를 잃지 않으려 합니다. 또한, 관객이 영화를 보고 나온 다음“앗, 내가 자막을 읽었었나?”하는 착각이 들 만큼 번역이 쉽고, 명료하고, 자연스러운 번역을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마지막으로, TV의 코미디 프로그램 등이 퍼뜨리는 유행어나 인터넷 언어에 의지하지 않습니다.

원어민과 같이 살아있는 영어를 잘하고 싶어요. 이를 공부하는 방법 소개 부탁합니다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하겠습니다. 먼저, 필사즉생-‘베껴라, 그러면 영어가 산다’는 뜻입니다. 미국 초등학생용 영영사전을 하루에 한 페이지씩 베끼세요. 총 3만 5,000개의 단어를 만날 것입니다. 미국인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평생 가장 많이 사용하는, 즉 활용 빈도가 가장 많은 단어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만날 것입니다. 공책에 베끼면서 ‘나만의 영영사전’을 만드세요. 설명과 문장까지 모두 암기한다는
각오로 베끼세요.
 그리고 적자생존-‘적어라, 그러면 영어가 산다’는 뜻입니다. 대화체 문장에 강해질 것입니다. 그런 다음‘Letters to Sam’등의 산문집이나 소설책을 공책에 똑같이 적으면서 베끼세요. 직장에 다닐 때‘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베끼면서 문학적 상상력과 문장 창작력 키우셨다는 신경숙 작가님처럼!
 1년이 걸리든, 2년이 걸리든 이 두 가지 방법으로 베끼기가 일정 부분 완성되어야 듣기와 말하기의 숨통이 트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KAIST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
 독서를 많이 하세요. 독서는 상상력을 키워주는 보고입니다. 자연과학 서적의 독서와 인문과학 서적의 독서를 통합하는 그런 독서를 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여행을 많이 하세요. 여행은 발견이고, 깨달음입니다. 여행은 우리의 가슴 속에 품은‘마음의 지도’에 위도와 경도와 등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위도는 친구와 연인입니다. 경도는 스승과 절대자입니다. 등대는 보모, 형제, 가족입니다. 그들을 통해 우리는 인생을 지혜롭게 살찌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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