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은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더불어 우리들의 오랜 벗, 노래와 술도 우리에게 힘이 되는 에너지이다. 처음 전시의 이름을 접했을 땐 자연과학적인, 또는 인문사회학적인 에너지의 의미가 동시에 떠오른다. ‘프로젝트 대전 2012’는 이 두 가지를 모두 내포한다. 과학도시 대전의 정체성을 특성화하면서도 인문학적 에너지도 포함하는 대규모 전시인 것이다. 

대전 전체가 전시관

이번 전시의 특징은 도시 전체가 전시관이라는 것이다. 크게 대전시립미술관, 엑스포과학공원 한빛탑, 한밭수목원, 대흥동 네 장소로 구분된다. 과학도시 곳곳에 예술작품을 배치함으로써 과학과 예술의 실질적인 융복합을 실천하고 있다.   

왜 에너지 아닌 에너르기인가

전시의 이름은 에너지가 아닌 에너르기이다. 왜 일본말을 쓰냐고 반발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반일감정이 고조된 현 시점에서 도시 하나를 대표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이러한 이름을 쓰는 것이다. 사실 이 이름은 동서양의 언어를 합친 단어다. Energy의 알파벳에서 -gy를 한자어 氣를 차용해 Ener氣가 된 것이다. 과학과 인문을 넘어 동서양을 통합한다는 의도가 이름에 담겨있다.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의 다섯 전시관이 모두 에너르기 전시를 위해 쓰이고 있다. 이곳은 유화, 설치미술, 공작, 영상미술 등 다양한 현대미술의 콜렉션이다. 관람객이 직접 만져보고 조정하며 체험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다.

-아쿠스마플로르 (그레고리 라세르, 아나이스 메트 덴 앙크스트)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전시장에 설치되어 있는 조형 식물을 만지면 관람객이 만지는 부위마다 다른 소리를 낸다. 식물들은 천연의 센서이며 다양한 에너지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데 착안한 작품이다.

▲ 도축된 소 한 마리의 피로 만든 오브제 (장지아) /박소연 기자

-도축된 소 한 마리의 피로 만든 오브제 (장지아) 

도축된 소 한 마리의 피를 활용한 조각들이다. 이 작품은 도축되어 죽어가는 소와 소멸되는 에너지를 형상화했다.  

-그라비셀스 (세이코 미카미, 소타 이치가와)

관람객이 직접 작품 위에 서서 중력장과 공간의 휘어짐을 그래픽으로 확인할 수 있다. 중력과 저항의 상호작용에 대한 새로운 지각을 제시한다.

별다른 분류 없이 에너지라는 키워드가 담겨 있는 작품을 산발적으로 모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엑스포과학공원 한빛탑

1993년 지어진 대전의 명물 한빛탑에서도 전시가 진행된다. 전시회는 1층과 2층 전망대에 나누어 열린다. 작품들은 예술가와 과학자의 1:1 매칭워크샵과 과학예술융합세미나 등을 통해 탄생했다.

▲ Heart (임동열, 박종철) /박소연 기자

-Heart (임동열, 박종철)

자동차의 엔진을 심장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임동열 씨가 우리 학교 박종철 학우(기계공학전공 박사과정)와 협력해 만들어졌다.

-Fractal Canvas Illusion (안광준)

프랙탈 착시효과를 하나의 예술로 활용했다. 자연을 이루고 있는 구조를 작품으로 표현함으로써 공학도 출신인 작가의 성향을 내세우면서도 미술품의 가치를 드러난다.

한밭수목원

수목원 곳곳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작품들은 수목원 내 하나의 요소에서 영감을 얻거나 수목원에서 얻을 수 있는 물건들을 재료로 제작된 작품이 많다. 한밭수목원 전시관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나들이 온 시민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14개의 작품이 수목원 내에 배치되어 있으니, 산책하면서 작품을 찾아 감상하는 쏠쏠한 재미를 챙길 수 있다.

소리나무-진산의 행복한 고목 (성동훈)= 한밭수목원 곳곳 현장예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박소연 기자

-소리나무-진산의 행복한 고목 (성동훈)

철물로 만든 나무모형에 세라믹 종을 설치했다. 바람이 불면 청아한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재료는 철이지만 나무가 주는 따뜻한 이미지가 관람객들과 함께 공원에서 하나의 이미지가 된다.

대흥동 일대

카페거리로 유명한 대흥동 거리에 자연스럽게 작품이 배치되어 있다. 인파가 많이 다니는 곳에서 직접적으로 대중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다. 작품들은 대중들의 참여를 유도하면서 작가가 생각하는 에너지를 그들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전시기간  11월 18일까지
관람료  시립미술관 7,000원, 엑스포과학공원 한빛탑 2,500원 (성인 기준, 나머지 전시관은 무료)
관람시간  10:00~19:00(월요일 휴관)
문의  (042)602-3200  dmma.daejeo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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