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대학원 정원일 교수팀] 특정 표면 마커를 가진 자가골수세포를 투여하면 간경변증 치료 가능

우리 학교 의과학대학원 정원일 교수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김자경 교수 공동연구팀이 자가골수세포를 이용해 새로운 간경변증 치료법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간장학 분야에 저명한 학술지인 <헤파톨로지> 4월 온라인 판에 게재되었다.
자가골수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은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정식으로 등록 신청되어 있으며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한 연세대학교에서는 내년 6월까지 이 치료법을 이용한 치료 예약이 잡혀있는 상태다.

간이 딱딱해지는 병, 간경변증

지나친 음주 등으로 간이 손상되면 간 성상세포는 MCP-1이라는 단백질과 함께 우리 몸에 필요한 것 이상의 콜라겐을 분비한다. 이 콜라겐이 간에 쌓이면 간이 딱딱해지며 간 기능이 저하되는데, 이것이 바로 간경변증이다. 한편, 염증세포는 표면에 MCP-1의 수용단백질이 있어 MCP-1을 수용해 염증이 커지는 것을 유발한다.

간이식 이외에는 치료법이 없었다

여태까지 간경변증은 간이식 이외에는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간이식은 면역 거부반응 때문에 적합자를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비용도 비싸서 환자에게 부담이 크다. 또 간이식 수술을 받은 후, 면역 거부 반응으로 인해 나타나는 염증 때문에 이를 억제하는 약을 정기적으로 먹어야 한다. 그러나 이 약은 부작용으로 간 이외의 다른 기관의 저항성을 떨어뜨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로 인한 다른 염증이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간세포의 재생을 돕는 인터류킨-10

새로운 치료법은 환자에게 자신의 골수세포를 투여하는 치료법이다. 투여한 골수세포중 특정 골수세포 또한 염증세포와 마찬가지로 세포 표면에 MCP-1의 수용 단백질을 가지고 있다. 결국, 투입되어 혈관을 돌아다니던 특정 골수세포는 이 수용 단백질 때문에 간 성상세포에 붙어 인터류킨-10(interleu-kin-10)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인터류킨-10은 염증을 억제하는 항염증작용과 콜라겐이 쌓이는 것을 막는 항섬유화작용을 해, 간경변증을 호전시킬 수 있다.

그림 3. 골수세포가 간성상세포에 붙어 작용하는 모습= (좌) 골수세포 투입 전 간성상세포의 모습 (우) 골수세포 투입 후 골수세포가 간성상세포에 붙어 인터류킨-10을 분비하는 모습 /정원일 교수 제공

표면 마커를 통해 임상실험 근거마련

세포는 표면에 있는 ‘표면 마커’로 구별할 수 있다. 정 교수팀은 인터류킨-10을 분비하는 골수세포가 어떤 표면 마커를 가졌는지 알고자 실험을 수행했다. 형질이 다른 쥐 두 마리를 준비해 한 쥐의 골수세포를 다른 쥐에게 투여한다. 골수세포를 제공한 쥐의 골수세포에서만 나타나는 표면 마커가 있는데, 이 표면 마커와 반응하는 항체는 이미 알려져 있다. 이 항체와 골수세포를 투여한 쥐의 간세포를 반응시키면 제공한 쥐의 골수세포들을 따로 골라낼 수 있다. 이를 분석해 인터류킨-10을 분비하는 골수세포를 찾았으며 이 골수세포는 CD11b와 Gr1이라는 표면 마커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
골수세포를 이용한 간경변증 치료 연구는 이전에도 시도되었다. 그러나 환자의 병이 치료되더라도 이에 관한 명확한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해 치료법으로 발전하지 못했었다. 이번 정 교수팀의 연구는 골수세포가 인터류킨-10을 분비해 간경변증을 호전시킨다는 것에 대한 논리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함으로써 이를 치료법으로 개발시킬 과학적 토대를 마련했다.

이식수술 필요 없는  획기적인 치료법

자가골수세포를 이용하면 간이식 수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환자의 골수세포를 뽑아 투입하는 것이므로 면역 거부 반응이 없고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
김 교수팀의 임상실험 결과 환자의 70%가 간경변증이 호전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자가골수세포를 투입한 후 48시간 내에 자가골수세포를 이용해 치료가 가능한지를 알 수 있어, 이 방법으로 치료가 어려운 경우 신속하게 간이식 수술 등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중개연구로서 최초의 성과

우리 학교 의과학대학원은 기초 연구와 임상실험을 접목한 중개연구를 목표로 한다. 이번 연구는 실제로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한 중개연구의 1호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정 교수는 “임상실험 환자 30%가 호전되지 못한 이유, 골수세포가 장기간동안 보이는 변화에 대한 연구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라며 “서류상의 허가가 나면 후속연구를 계속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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