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노조의 <리셋 KBS 뉴스9>가 보도한 ‘총리실 민간사찰 문건 2,619건 입수’로 세상에 알려진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는 현재 논란의 정점에 서 있다. 초반엔 대통령의 하야를 논의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며 분위기가 가열되더니, 곧이어 청와대와 민주통합당의 반박 주고받기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여당은 ‘80%가 참여정부 시절의 사찰이고, 이 중 3건은 불법이다’, 야당은 ‘물타기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라며 각각 특검과 특별수사본부의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이 유린당하고 있음에도, 이번 사태는 선거와 맞물려 여야의 처절한 물어뜯기 공방으로 점철되었다. 이 형국에 가세해 언론들은 여야의 입장을 입맛대로 골라 담기 바쁘다. 특히 사건의 본질과 문건 본연의 내용은 외면한 채, 현 정권의 해명에만 힘을 실어주려 하는 일부 언론의 노력은 눈물겹다. 이들의 행태는 언론인지 기관지인지 구별되지 않는 매체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확인해준다. ‘과연 이 나라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민주주의 국가가 맞는가’라는 아주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하는 현 사태에서, 우리는 정의로운 언론의 부재를 절감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국판 워터게이트’라고 표현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지난 1972년 미국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비밀공작반이 민주당 본부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되어, 닉슨 대통령이 임기 중 자진 사임한 사건을 말한다. 미국 정치사의 오점이자 민주주의 수호의 결실인 이 사건은 민간인 불법 사찰과 유사하다고 생각되기 쉬우나, 사찰한 대상의 범위를 비롯해 두드러지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그 중 하나는 해당 사건에 대한 언론의 반응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한 <워싱턴포스트>는 당시 여당이었던 공화당을 적극 지지하는 성향의 언론사였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들이 지지하는 정부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사실을 더 깊이 파헤치고 잘못을 심판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지지하는 정당의 잘못을 어떻게든 덮기 위해 몸부림치는 우리네 언론사들과는 너무나도 다르지 않은가.

같은 언론사에 몸을 담았을지언정, 가장 낮은 자세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는 언론인들이 있다. 이들은 뒤꽁무니를 쫓기고 밥그릇을 빼앗겼으며 직장 동료가 줄줄이 해고되기도 했다. 그래도 꿋꿋하게 정의를 염원하는 그들이 뜻을 이루고 복귀하기를, 그래서 먼 훗날 이 사태의 영웅으로 기록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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