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정관천. 우물 바닥에 앉아서 하늘을 보다. 기자에게 이보다 어울리는 말은 없었다. 학술부에 몸을 담고 있는지라 학내 교육정책에 대해서 논할만한 자리는 없었지만, 기자 나름대로는 꽤 ‘식자’ 흉내를 내고 다녔었다. 학점 평균이 어떻고, 등록금제도가 어떻고… 남대문에 문턱이 있는가, 없는가를 두고 설전을 벌이면 꼭 남대문을 본 적이 없던 사람이 이긴다고 했던가, 기자가 딱 그 꼴이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남대문에 문턱이 있다고 아득바득 우기는 사람을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들려면, 직접 남대문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학교는 우리를 저 멀리 이국땅, 코펜하겐으로 던져주었다.

고백건대, 기자는 비행기라는 놈을 처음 타봤다. 출장 내내, 기자는 (생명줄로서) 존경해 마지않는 편집장님 뒤꽁무니를 쫄래쫄래 따라다녔다. 텝스용 영어는 생존에 충분치 않았고, 결국 대부분의 의사소통은 (가이드로서) 훌륭한 편집장님이 담당했다. 하지만 기자가 본 풍경, 사람, 결정적으로, 방문했던 덴마크공대는 이 지면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기자에게 ‘컬쳐쇼크’를 선사했다. 말 그대로 기자는 ‘촌놈’이었다.

이제, 돌아오는 비행기 고도 삼만 오천 피트 상공에서, 기자는 깊이 반성한다. 지금까지는 너무나도 근시안적인 관점에서 학교 정책을 비판해 왔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은 그러지 않을 것이다. 이제, 알고 덤비겠다. 학교가 기자를 머나먼 이국땅에서 개안시켜 주었듯이, 나도 넓어진 시야로 학교 정책 전방위에서 진지하고 깊은 고민을 함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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