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설 분야에 투고된 작품은 모두 4편이었다. 응모작의 수준이 모두 고른 편은 아니었지만, 투고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들이 작품의 형상화에 반영되어 있어 읽는 즐거움을 주었다. 그러나 작품에 적용된 알레고리나 환유 같은 문학적 장치들이 현실의 어떤 부분을 포착하고자 하는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최종적인 고려에서 제외된 이상언과 오양균의 작품은 모두 노골적인 알레고리를 사용하고 있어 의도가 쉽게 노출된다는 점이 아쉬움을 주었다. 따라서 과도한 형식미를 추구하려 한 작품들보다는 진솔하게 자신의 메시지를 차분하게 전달한 작품들에 손을 들어주게 되었다. 최종적으로 고민했던 두 작품은 원소연의 <범생이와 날라리>와 서예윤의 <잘가요, 아저씨>이었다.

원소연의 <범생이와 날라리>는 학창 시절의 이야기가 주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이 작품은 경쾌한 단문을 바탕으로 모범생과 날라리 사이의 위선적인 표면을 한 꺼풀 벗기는데 성공하고 있다. 다만 현재 시제와 과거 시제를 혼동해서 사용한 것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현재 시제는 장면을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 보이는 데는 효과를 발휘하지만, 시적 화자와 작중 인물의 관점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반성적 시선을 가지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액자소설 구조를 도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영의 시선이 10년이라는 시간적 시차에도 불구하고 거의 변화가 없다는 것은 항상 현재 시점으로 진행되는 문체의 가벼움 탓일지도 모른다.

서예윤의 <잘가요, 아저씨>는 예술 학교의 연기 수업을 통해 만나게 된 한 아저씨와의 일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탄탄한 문장력을 바탕으로 차분하게 사건을 전개해 나가면서 기본에 충실한 점이 주효했다. 모노로그를 통해 내면의 상처를 에둘러서 표현하는 아저씨 이야기를 관찰자의 시점으로 나지막하게 보듬고 있는 것이 진솔한 맛을 준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아저씨의 연기로 인해 립스틱에 난 스크래치를 입술에 문지르며 희미하게 만드는 장면은 상처에 관한 탁월한 은유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 개인의 체험이 여과 없이 수필처럼 고스란히 담겼다는 것 때문에 당선작으로 꼽기에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어 가작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소설은 허구적 양식을 바탕으로 하는 예술이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수상자를 비롯하여 응모자 모두의 질정을 바란다.

이정엽/ 인문사회과학과 대우교수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