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문학상에는 총 16명의 50편의 응모작이 있었다. 전체적으로도 예년에 비해 좋은 시들이 많았고 특히 당선작과 가작 모두를 선정하는 기쁨을 맛보았다. 시가 일상의 퇴락을 벗어나되 도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새로운 현실로 창조하는 행위라면 당선작인 도준엽과 가작인 우원균의 시는 시인이 왜 세상을 새롭게 보게 만드는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다.

도준엽의 시들은 언어적 실험이나 작품의 완성도 모두에 있어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당선작으로 꼽을 만큼 수작이다. 당선작으로 선정한 ‘련’은 아버지의 법이 지배하는 일상에서는 억압된 에너지를 맘껏 즐겁게 풀어놓으면서도 일상으로 돌아오는 아슬아슬한 균형을 보여준다. 하지만 가끔 씩 다시 일상을 탈주하겠다는, “고스란히 진흙탕을 나뒹구는 꿈”을 꾸겠다는 반복되는 욕망은 궁극적으로 균형을 넘어서서 탈주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균형과 탈주의 욕망을 함께 거머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도준엽 군의 경우에는 이 모순된 두 욕망을 능란하다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그리고 연이라는 구체적인 이미지를 통하여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다. ‘춘정’은 주제나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너무 능숙하여 경계심이 이는 작품이며, 쉽기 읽히며 약간은 감상적이긴 느낌도 주는 ‘어느 취한 밤’에서는 기형도의 대중성이 연상된다. 특히 “떨리는 입김으로 흐릿이 흰빛을 그리는데/ 밤은 아직 어둡고,/ 무던한 걸음에도 겨울밤은 그렇게/ 까마득하다”라는 마지막 연이 그러하다. 도준엽의 시는 결함이 없어 보일 정도로 농익어 있다. 이것이 이 시에서 느끼는 경이로움의 원천이지만 동시에 이제는 이를 벗어나 존재를 걸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가작인 우원균의 ‘꿈꾸는 낚시꾼’은 일상에서의 탈주를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그 탈주는 구체적인 이미지로 어둠 속의 빛이기도 하지만 주로는 관념이다. 이 관념의 해체가 앞으로 시인으로서 우원균이 화두로 삼아야할 지점이다. 하지만 우원균의 뛰어난 점은 여유롭게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일상의 의무와 속박을 넘어서는데 있다. “모퉁이 한 켠 참 밝다”라는 귀절에서 주체가 세계를 모두 통제 · 지배 · 조작할 수 없으며 오히려 세계 속에 던져진 존재라는 하이데거의 생각이 감각적으로 와 닿는다.

조애리/ 인문사회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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