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난달 21일 제26대 학부 총학생회(이하 총학) 총선거가 진행되었다. 오전 8시부터 학생들의 발길이 닿는 곳이라면 매점부터 창의학습관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선거가 시작되었다. 선거가시작된오전 8시부터 선거가 끝난 오후 8시, 개표가 끝난 24일 오전 3시30분까지, 유례없이 뜨거웠던 3각 경선 선거의 현장을 취재해보았다

[23일 오전 8시] 투표 참여 많이 했으면”

 창의학습관 1층 로비, 중앙선거관리위원(이하 중선관위)들이 투표소를 설치하고 있다. 비가 살짝 내리는 날씨 탓일까. 투표소 설치가 늦어져 서두르는 기색이 완연하다. 속속 각 선본들의 참관인들이 도착하고, 각 선본들과 중선관위원들은 학우들이 나타나지 않는 틈을 타 재빨리 자신들의 선거권을 행사한다. 그 틈에 끼어 선거를 하며, 제26대 중선관위 최정은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잠도 몇시간 못자고 선거를 준비했어요. 제 바람은 될 수 있는한 많은 학우가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죠.”
참관을 하느라 종일 투표소에 머물러야 한다는 참관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9시가 가까워져 창의관을 찾는 학우의 걸음이 바빠진다. 중선관위원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투표를 유도한다. 투표를 유도하는 중선관위원 옆을 급히 지나가는 학우는 오재철 학우(전기및전자공학과 10)다.

"수업시간에 늦어 투표를 할 시간이 없네요. 수업이 끝난 틈을 이용해 투표할 생각이에요."


[오전 9시] "참관인도 투표 참여해야죠"
 수업이 시작하는 9시가 지나자 창의학습관에는 학우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편, 같은 시간 매점 건물에 있는 투표소에서도 투표가 진행 중이다. 매점 옆 투표소에 앉아 학우들의 투표를 돕고 있는 중선관위원 옆으로 <올인원>의 윤호진 선본장이 참관인 자격으로 앉아있다.

 “과제도 있고, 써야 할 보고서도 있지만, 잠시 틈을 내어 선본의 참관인 자격으로 투표에 참여하고 있어요. 매점 건물에는 많은 학우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에 많은 학우들이 투표소를 찾아 투표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오전 11시] "투표권 행사할 생각이에요"
 수업이 끝날 시간이 되자, 투표를 진행하고 있는 대학 1호관 투표소에서는 투표에 참여하려는 학우들로 북적이기 시작한다. 한편, 전산동에서는 전산학과 새내기 세미나가 끝난 20여 명의 신입생들이 투표소로 향한다. 신입생이라 투표에 처음 참여해 본다는 학우는 백승근 학우(무학과 11)다.

“신입생이다 보니 대학교의 선거 운동이나 투표 등 선거의 모든 과정이 새로워요. 그렇지만 우리 학교의 한 학생으로서 투표권을 행사해 볼 생각이에요.”

 한편, 수업이 끝난 학우들이 투표를 하고 돌아간 대학1호관은 중선관위원들과 <내일> 선본의 참관인인 윤영선 학우(무학과 11)외에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대학1호관에서 학우가 투표소에 몰리는 시간이 지나가서 사람이 없네요. 지금 점심도 못 먹고 투표소를 지키고 있는데, 투표하러 오는 학우가 없으니까 조금은 맥이빠지네요.”


 같은 시간, 매점 건물에 위치한 투표소에서는 중선관위원들이 직접 나와 무심하게 지나치는 학우를 붙잡으려 “투표하세요”를 연신 외치고 있다. 매점 앞에서 중선관위원으로 투표를 담당하는 학우는 김은진 학우(산디과 07)다.

 “12시인데, 투표율이 12% 가량되요. 생각보다 투표를 많이 해 주고 있으신 것 같아 기쁘네요. 매점 투표소에는 투표 인원이 많은 편이 아니라 매점에 오신 학우를 대상으로 투표를 하고 있어요.”

사진/ 한연승 기자

[오전 12시] "투표율, 작년과 비슷할 듯"


 점심시간에 선거가 집중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서측회관에서는 점심시간에 표가 집중되며 50명 이상의 학우가 투표권을 행사했다. 같은 시간, 북측 학부식당에서는 외국인 학우도 선거에 참여한다. 선거에 참여한 외국인 학우는 나네렛 학우다.

 “저는 두근두근을 뽑았어요. 예전부터 선본 관계자를 잘 알고 있어서 고민하지 않았어요.”
 한편, 학부식당에서는 현 총학 ‘우리누리’의 곽영출 총학회장도 투표소에서 투표 용지를 나누어 주고 있다. 투표가 잘 진행되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곽 총학회장은 선선히 답해준다.

 “작년과 비교해 보아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작년에는 52.88%가 투표를 했었는데, 추세를 보면
올해 투표율도 작년과 비슷하게 나올 것 같아요.”


[오후 2시] "투표, 반드시 해야 하나요?"


 오후 2시가 가까워 오자 20여명의 학우들이 대학1호관 투표소에 투표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줄 가운데 서서 선거를 하는 손희운 학우(기계공학과 07)가 눈에 띈다.

“학내 정치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가장 관심이 가고 학내 정치에 도움이 될 선본이라 생각한 선본에투표를 했어요.”

 한편, 전산동에 있는 투표소에서는 2시부터 2시 45분까지 투표자가 한 명도 집계되지 않았다. 투표소 앞을 지나다니는 몇몇의 학우는 눈에 띄지만, 투표를 하는 학우는 찾아볼 수 없다. 전산동 투표소 앞을 무심히 지나가는 이기녕 학우(무학과 11)가 보인다.

“저는 투표를 하지 않았어요. 마음에 와 닿는 공약도 없고, 서로 공약이 비슷비슷한 것 같아요. 투표를 하자니 주관을 잃고,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에 휩쓸릴 것 같아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았어요.”


[오후 3시] "무료한게 문제네요"


 북측 학부식당에는 사람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중선관위원만이 투표소를 지키고 있다. 지루하게 투
표소를 바라보고 있는 한 중선관위원이 있다. 오후 8시 반까지 투표소를 지켜야 한다는 민태일 학우
(수리과학과 09)다.

“오늘 수업이 별로 없어 큰 상관이 없어요. 하지만 학우가 투표소에 없는 시간이 너무 길어 무료한
것이 문제네요.”


[오후 4시] "문제 있었으면 말했어야지"


 한가롭던 대학1호관 투표소가 갑자기 혼란스러워진다. 투표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은 곽영출 총학 회장이 찾아온 것. 곽 회장은 이리저리 투표소를 점검하더니 선거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한다. 곽 회장은 문제가 있었으면 미리 말을 했었어야 한다라며 담당 관리자를 질책한다.

“서로 다른 무늬의 도장이 발견되었어요. 중선관위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모르겠네요. 이 문제에 대해 잠시 후에 중선관위와 만나 이야기를 해 볼 생각이에요.”


[오후 6시] "차기 총학 열심히 했으면"


 북측 학부식당의 투표장에서는 점심시간에 투표를 하지 않은 학우들이 저녁시간에 몰린 모양이다. 점심시간에 투표를 하지 못해서 투표를 하려 투표소를 찾았다는 학우는 박나혜 학우(산업디자인학과 10)다.

“카페베네에 가려다가 투표를 안한 것이 생각나서 들렸어요. 다음 총학은 현 총학이 하고 있는 일을 마저 잘 마무리 하고 일을 열심히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오후 7시] "제 권리를 찾으러 왔어요"


 투표 시간이 막바지로 치닫자 투표를 하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않는다. 그 중에 창의학습관에서 투표를 하고 있는 이진경 학우(생명과학과 09)를 만날 수 있었다.

 “숙제를 하러 과도에 왔다가 투표를 하지 않으면 제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해서 투표를 하러 왔어요. 다음 총학은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고 확실한 주관을 가지고 일을 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사진/ 양현우 기자

[오후 9시] 선거인명부 확인중 오류


 오후 8시에 투표가 마무리 되고, 각 투표함이 총학 중선관위 사무실로 모두 옮겨졌다. 오후 9시, 늦은 시간이지만 개표는 시작되지 않는다. 전산상의 투표자 수와 선거인명부의 인원수가 맞지 않아 확인작업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이 작업으로 2시간 반이 흐른 오후 11시 30분 정도에야 각 과학생회장 선거의 개표가 시작된다.


[24일 오전 2시] '초접전' 선거 마무리


 밤을 새며 개표를 진행한 끝에 투표율 미달로 유권해석이 필요한 산업및시스템공학과를 제외한 모든
과에서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아 투표가 마무리되었다.

 쉴 틈 없이 진행되는 것은 총학생회장 선거투표인명부 대조 작업. 이 작업으로 1시간 후 오전 2시에야 총학 선거 개표가 시작된다.

 투표 결과 <올인원>과 <내일> 선본이 각각 771표, 728표로 43표의 표차로 치열한 접전 끝에 <올인원>이 당선이 확정이 되었고, <두근두근>은 508표를 받아 총 투표율이 52.7%를 기록해 마무리 되었다. 투표가 끝나자 중선관위실 곳곳에서는 아쉬움의 탄식이, 기쁨의 탄성이, 또한, 하나의 일을 끝냈다는 것에서 오는 환호성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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