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청탁기사를 받아 싣는 일이 쉬울 줄로만 알았다. 그냥 교수님께 부탁해서 원고를 받고, 몇 군데 고쳐서 실으면 될 줄로만 알았다. 그러니까, 마감이 4일 남은 시점에서 철회통보를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기자는 철이 없었다.

기자가 속한 학술부의 고질적인 문제는 아이템 고갈이다. 기자를 포함한 학술부는 신문을 기획할 때마다 머리를 싸매고 중앙도서관을 휘젓고 다닌다. 청탁 기사를 철석같이 믿었던 기자는 결국 마감을 4일 남겨둔 상황에서 다시 중앙도서관을 헤매야 했다.

기자도 학생의 신분이라 퀴즈와 연습반을 식수로 취급할 배짱은 없다. 성적에 대한 걱정은 정상적인 학생이라면 짊어져야 할 당연한 고뇌다. 마침 총학 후보 토론회도 열려 이래저래 바빴다. 그리하여 2일을 남겨두고 취재를 시작했다. 자료가 충분할 리가 없었다.

그리하여 기사와의 전쟁은 시작되었다. 기약도, 대책도 없는 전쟁이었다. 그럼에도 어느새 기사는 완성되었고, 이번 호도 무사히 살아남아 기자수첩을 쓰고 있다. 이는 다소 무례할수도 있는 급작스런 질문에 친절히 답해 주신 교수님 덕이요, 기자의 주린 배를 채워주신 원생기자님 덕이요, 기자의 늦장을 너그러이 기다려주신 부장님 덕이요, 부족한 기사도 괜찮다 허락하신 편집장님 덕이다. 이 지면을 빌어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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