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왕립공대 임용된 ‘순수 토종 박사’ 조정우 교수

계룡초, 고현중, 경남과학고, KAIST 학·석·박사… 초등학교 입학부터 박사학위 졸업까지 모든 과정을 국내에서 마쳤다. 이 ‘순수 국내파’ 학자는 세계적 명문대인 스웨덴 왕립공대(Royal Institute of Technology)에 교수로 지원했고, 1년간의 심사 끝에 최종 임용 통보를 받아냈다. 우리 학교 전기및전자공학과 96학번 동문이자, 현재 동 학과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조정우 교수를 만났다.


▲ 전기및전자공학과 조정우 교수 /조정우 교수 제공

해외 명문대 교수 임용, 심정이 어떤지요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다른 분들보다 오랜 시간 동안 여러 기관을 거쳤어요. 스위스 로잔연방공대에서 1년, 노르웨이와 삼성전자에서 각각 2년, 우리 학교에서 연구교수로 1년…. 생활이 불안정하고 체류기간이 짧다 보니 심지어 편하게 앉을 의자 한 개도 살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한 곳에서 연구를 시작하게 되어 기쁩니다. 이번 소식이 다양한 위치에 계시는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순수 국내파 박사라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데, 정말 ‘순수 국내파’인가요

사실입니다. 박사과정을 졸업한 2005년 여름까지를 보면, 세 차례의 미국 학회 발표, 일주일간의 미국 서부지역 여행이 해외 출국 경험의 전부입니다. 교환학생이나 해외연수 경험은 없고요.

유학을 가지 않고 국내에서만 계속 학위를 밟는 것이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애초에 저의 목표가 ‘교수 임용’은 아니었어요. 다만, 그 어떤 것보다 연구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요.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연구능력을 갖추고 싶었고, 연구를 하려면 교수가 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어요.

박사 논문이 장 이브 르 부덱(Jean Yves Le Boudec)교수에게 인정받아 스위스에서 연구를 했는데, 어떻게 가능했나요

그 논문이 인터넷에서 ‘혼잡 제어’, 다시 말해서 트래픽(Traffic)의 양이 라우터(Router)의 용량을 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에 관한 연구였어요. 르 부덱 교수가 연구원 모집공고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고, 거기에 지원을 했지요. 서류심사에 합격하고, 전화와 영상통화를 이용한 면접까지 통과해 함께 일하게 되었어요. 미국에서도 지원자가 많았었는데 그 중에 저를 뽑은 이유를 나중에 전해 들으니 박사 논문 때문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연구를 시작한 스위스 로잔연방공대는 한국과는 달리 개인주의가 매우 강하더군요. 사제간에 연구에 필요한 말 외의 대화는 거의 없어요. 회식의 개념도 없고, 모여서 식사하는 건 성탄절 행사가 전부에요. 이처럼 문화적 차이가 매우 커서 조심해야 했고, 사람들이 영어를 굉장히 잘 하니까 이 부분도 힘들었어요. 무엇보다도, 요구하는 학문적 독창성과 수학적 엄밀함이 국내에서 겪던 것과는 다른 수준이었던 점이 가장 힘들었어요.

왜 스웨덴 왕립공대에 교수직 응모를 하게 되었는지요

대학 순위 등의 지표를 보면 스웨덴 왕립공대는 우리 학교와 우열을 다투는 수준인데요, 특히 정보통신공학에는 유명한 연구자들이 많아요. 스웨덴 정부에서 IT 산업과 연구에 상대적으로 큰 예산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강점에 더해, 개인적으로도 유럽의 사회체제가 저의 사고방식과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특히 북유럽 쪽을 선호해서 그 쪽에 자리를 알아보고 있던 것이지요.
 

사가 1년씩이나 걸린 이유는요

북유럽에서는 교수 임용을 상대적으로 느리고 신중하게 진행해요. 예를 들어, 지원 서류를 받아서 서류심사 결과를 통보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어요. 면접하기 한 달 전에 서류 합격을 통보했고, 심사위원의 최종 결정까지 두 달, 학과장 승인도 두 달이 걸려서 총 1년간 심사가 진행되었지요. 실질적으로 결정을 한 후 결정했다는 도장을 찍기까지 3주가 걸리기도 해요. 때문에,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기다리는 것’ 자체가 가장 힘들었어요.

저에게 공개된 심사평을 보면, 합격에 도움을 준 요소로 박사 논문이 근본적 성격의 연구였다는 것, 세계적 석학의 지도하에 연구를 했다는 것, 다양한 국가에서 많은 사람들과 여러 연구를 수행했다는 것이 주효했던 것 같아요. 임용 심사 과정에서, 제 논문들의 피인용 횟수가 남들보다 다소 적은 4500회밖에 되지 않는다고 솔직히 말씀드렸더니, ‘피인용 횟수가 뭐가 중요하냐’라며 오히려 심사위원이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제자와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을 보면 교수를 하고자 연구하는 것 같아요. 연구를 하다 보니 다양한 능력을 갖추게 되고, 교수가 하고 싶어지게 되고, 좋은 기회를 잡게 되어 교수를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지요. 교수가 될 확률이 사실 낮은 편이기 때문에, 교수를 학문의 목표로 두고 연구하기보다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구에 중점을 두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학교 학생들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최정예 인력이에요. 다른 나라에서 이런 수준의 집단을 찾기가 매우 어려워요. 이를 여러분 스스로가 아셔야 합니다. 특히, 이에 합당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해요. 자신을 가장 잘 대우하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 여러분이 가진 귀중한, 자신도 모르는 잠재력까지 모두 펼칠 수 있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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