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전시립미술관 국제화 사업의 목적으로 기획한 ‘모네에서 워홀까지’는 1만 9천여점에 달하는 현대미술작품을 소유하고 있고 프랑스의 남동부 루아르 데빠르트망에 위치한 생테티엔미술관의 근·현대 컬렉션 가운데 82명의 작가 대표작 100점을 엄선하여 기획되었다. 또한, 유럽 인상주의부터 최근 경향에 이르기까지 1900년 이후 서양 미술의 흐름을 한 자리에서 모두 맛볼 수 있는 전시기도 하다.

 총 4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모네, 피카소, 페르낭 레제, 앤디 워홀, 리히텐슈타인과 같은 서양미술 대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서양미술사의 명작들을 감상하면서 각 전시관의 특징과 흐름을 이해해보자.

한눈에 보는 근현대 서양미술

 ‘한눈에 보는 근현대 서양미술’, 이 전시를 요약한 간단하면서 중요한 문구다. 이번 전시는 19세기 말 이후 약 100년 동안의 서양미술사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목적을 둔다. 

 ‘모네에서 워홀까지’라는 전시의 제목은 이 전시의 처음과 끝을 상상하게 해준다. 모네는 서양의 산업사회가 등장하면서 함께 등장한 인상주의 미술의 아버지라고 말할 수 있다. 워홀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성향이 있는 후기산업사회와 흐름을 함께 하는 현대서양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전시가 ‘한눈에 보는 근현대 서양미술’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전시는 미술관 전시를 미술사 뿐만 아니라 사회사적인 차원에서 조명함으로써 시민 대중에게 예술을 통한 교육의 가치를 부각하는 전시기도 하다.

 각 전시관은 서양의 근현대를 표현하는데, 첫번째 전시관은 초기 모더니즘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인상주의와 큐비즘, 앵포르멜,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등에 이르는 20세기 전반의 미술은 모더니즘의 시작과 전개과정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두번째 전시관은 팝아트와 신사실주의 미술이다. 이 전시관의 작품들은 정형화한 모더니즘의 틀을 깨고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를 여는 실마리들을 보여준다. 대중문화를 예술작품의 모티프나 방법론으로 끌어들인 팝아트와 정치적인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보거나 상투적인 인식과 감성을 깨는 신사실주의는 모더니즘의 극단이 모더니즘 이후의 미술로 이어지는 변화의 지점을 잘 보여준다. 

 세번째 전시관은 미니멀리즘과 아르테 포베라인데, 이른바 본격적인 모더니즘의 정수를 보여주는 매우 핵심적인 작품들로서 전근대적인 미술에서 이탈해 새로운 태도와 방법을 향해 질주했던 20세기 서양미술의 궁극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마지막 전시관은 1970년대 이후의 미술을 소개한다.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들을 비롯한 동시대 미술의 핵심적인 작가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전시가 모더니즘의 서막과 더불어 모더니즘 이후의 미술, 즉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동시대미술까지 매우 큰 규모를 가지고 있어 수준 높은 전시임을 실감하게 해준다.

▲ 그림1. 클로드 모네, 수련

인상주의 , 큐비즘, 초현실주의

 인상주의의 아버지인 모네의 수련과 20세기 최초의 새로운 운동인 큐비즘의 거장들, 파블로 피카소, 페르낭 레제, 장 뒤뷔페의 수작들과 함께 추상미술 및 잠재의식과 환상을 표현한 다다, 초현실주의 작가들까지 1950년 이전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림1>은 화가가 자신의 집에 있는 연못에서 관찰한 수련이다. 모네의 작품 중에서 수련이라는 제재가 처음 등장한 때는 1893년으로 기존의 공간 묘사의 틀에서 벗어나도록 이끌었다. 수련과 물, 꽃과 잎들의 색조 대비를 이용해 활기차고 무한한 공간이 작품을 밀접하게 둘러싸는 원형의 톤도 판형으로 표현했다. 후기의 대형 판형 등으로 모네는 미국의 서정적 추상화를 이끌어 갔으며 이는 후에 잭슨 폴록과 같은 화가의 작품에서도 나타나게 된다.

 <그림2>는 여인의 모습을 담고 있는 작품 중 하나다. 빨간색을 바탕으로 하여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세 여인을 그려 놓았는데, 이 여인들은 마치 기계적 부품으로 이루어진 기계 인간처럼 보인다. 또한, 여인들의 엄격한 표정, 자세와 더불어 세 여인이 동시에 앞을 보고 있는 일관된 정면성은 비잔틴 성화에 등장하는 종교적인 인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인체에 숨어 있는 기하학적 구조를 기계가 지닌 금속성의 경쾌한 아름다움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레제는 제1차 세계대전 중 미국을 방문한 이후 크고 많은 작품을 제작함으로써 정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또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적인 예술에 대해 큰 관심을 두며 여가활동, 서커스 퍼레이드 등, 현대의 신화를 나타내는 주제를 선택하였는데, <그림3>이 바로 이에 대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노동 후 여가의 즐거움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산업사회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레제는 노동자들의 건강하고 활기찬 삶에 대해 관심이 있었고, 현대 도시 노동자들의 삶을 이 작품으로 그려낸 것이다.

▲ 그림2. 페르낭 레제, 빨간색 바탕 위의 세 여인(1927)
▲ 그림3. 페르낭 레제, 시골파티(1953)

팝아트, 누보레알리슴

 1950년대 초, 미국 뉴욕에서 20세기 예술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치는 획기적인 예술경향인 팝아트가 나타났다. 팝아트는 재사용과 우회적인 표현을 이용해 사회의 비루하고 인위적인 것들을 주로 다룬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누보레알리슴이 등장하였는데 이는 팝아트보다 좀 더 정치적인 성향을 띠었다. 누보레알리슴의 많은 화가는 현실을 자신의 작품에 직설적으로 담아내었는데, 앤디 워홀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림4>는 1700년대 후반 풍텐블로파의 초상화인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녀의 언니>를 다시 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인들의 얼굴과 가슴, 욕조의 하단 부분 등은 쉽게 알아볼 수 있지만, 배경과 더불어 인물들의 몸이 모두 흰 계통의 색으로 채색되어 작품에서 나타내고 있는 장면을 정확하기 알아보기 어렵다. 흰색을 이용해 이 작품의 이미지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한눈에 보기에는 욕조에 들어가 있는 두 여성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들이 행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게 해 이미지 표현의 한계를 실험하고 있다. 

 워홀이 반쯤은 그림자에 잠긴 위엄있는 모습으로 자신의 얼굴을 <그림5>에 담음으로써 마치 연예인이 카메라 앞에 선 것과 같은 느낌을 자아내었다. 자신의 얼굴을 촬영한 사진으로 만든 이 실크스크린 작품은 실제 얼굴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지만, 내면이 아니고 표면만이 남아 있다. 대신 작품에서는 화보 속의 연예인과 같이 우아한 동작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대중매체가 실제로 이미지를 조작하는 방식과 같아 그의 모습도 연예인과 같이 꾸미고 있다.

▲ 그림4. 알랭 자케, 가비 데스트레(1965)

▲ 그림5. 앤디 워홀, 자화상(1966)

미니멀리즘, 아르테 포베라

 미니멀리즘 작가들은 최소 구성의 요소로 회화를 환원시켰다. 평면의 물성, 반복, 모티브의 체계화가 도폭의 다양화에 기여를 했다. 미니멀리즘의 작품들은 입체적이고 물리적인 존재감을 관객들에게 심어줌으로써 작품에서 느껴지는 공간감을 더욱더 강하게 하였다. 아르테 포베라는 제조수단과 재료에 경제성의 한계를 두지 않았다. 덕분에 다양한 재료사용과 많은 화법으로 여러 작품들이 만들어졌다. 이는 당시의 문화성향과 대량소비사회와 들어맞는 경향이다.

 <그림6>은 서양미술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이탈리아의 예술을 이끌어 갔던 페노네의 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사람의 몸과 나무의 가치가 똑같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이 작품은 시적 함축성과 관객들의 상상을 유도하는 잠재력 덕분에 페노네의 작품 중에서도 특별하고 희귀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규모가 크다는 점 또한 이 작품에 다른 작품과의 차별성을 부여한다. 나무와 인간 사이에 낯선 균형 상태를 수평적으로 묘사하였는데 맨 아래와 윗부분의 사이는 대지와 공기, 생명의 근원과 성장 과정의 결과를 의미한다. 작품에 묘사된 실제의 물체가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캔버스에 닿게 함으로써 현실성을 더했으며, 관객들을 압도할만한 거대한 천은 미세한 표현들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하는 자연을 상징한다.

 ‘폴란드 마을들’의 연작 가운데 하나인 <그림7>의 제목인 ‘Parczeczew'은 나치가 파괴한 폴란드에 있는 한 유대교 회당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이 같은 역사와의 연관성은 나무와 판지 위에 펠트를 사용하는 것과 도폭을 여러 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서 그리는 콜라주와 같은 구조주의적 기법을 통해 더욱 강조된다. 기존에 주로 쓰이던 직사각형 모양의 도폭과는 달리 정사각형 모양의 도폭에 줄무늬의 형태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것을 이용함으로써 자신이 얽매여 있던 기본적인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을 표현했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색채를 이용한 새로운 구도를 찾기 위한 노력도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옛날보다 더욱 획기적인 구도를 지닌 ‘바로크 시대’를 예언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림8>은 다양한 장르에 관심이 있던 모리스가 1967년부터 제작하기 시작하여 1974년에 완성한 작품으로 동물의 털로 만든 펠트를 이용한 작품 중의 하나다. 칼 안드레나 도널드 저드 같은 작가같은 그 당시의 작가들이 형태, 구성, 색채 등을 단일적으로 사용하여 같은 형태를 띠고 딱딱한 재료를 사용한 미니멀리즘적 조각품들을 만든 것과는 달리 모리스는 매우 부드러운 펠트를 작품의 주재료로 선택했다. 또한, 그는 작품의 제작 시기와 제작 당시의 상황에 따라 작품들의 형태와 느낌을 달리하여 다양한 디자인과 느낌을 가진 작품을 제작했다. 이 작품의 디자인을 한눈에 보았을 때는 보편적인 회화 작품이 주는 느낌을 받지만 작품제작에 쓰인 천을 자르지 않은 점, 몇 군데를 못으로 고정한 점, 천 자체의 무게로 바닥에 흘러내리도록 한 점과 모노크롬 색상의 천으로 작품이 제작된 점을 미루어 볼 때 이번 전시에서 주로 다루고 있고 내면적인 디자인보다는 외향적인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쉬르파스 화가들의 작품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 그림6. 주세페 페노네, 녹음의 뿌리(1987)
▲ 그림7. 프랭크 스텔라, 파르체프(1971)
▲ 그림8. 로버트 모리스, 펠트소품(1974)

컨템퍼러리

 컨템퍼러리란 20세기 후반에 지배적으로 나타나는 예술이나 문화 혹은 사회현상을 가리킨다. 1970년대 이후의 작품부터 21세기 현대미술까지를 소개한다.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을 비롯한 파브르 곤충기를 쓴 벨기에의 얀 파브르와 유대인 출신인 프랑스의 크리스티앙 볼탄스키 같은 동시대미술의 주요한 작가들을 보여준다는 점이 이번 전시가 환원적 태도를 지닌 초기 모더니즘에서부터 모더니즘 이후의 미술까지, 즉 재현과 서사의 문제를 주로 다루는 포스터모더니즘 미술까지 방대한 스케일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해주는 전시관이다. 

 <그림9>에서는 마치 전쟁이 끝난 후 시신들은 사라지고 갑옷들만 남은 전쟁터의 폐허를 연상시킨다. 이 작품의 작가인 얀 파브르는 파브르 곤충기를 쓰는 등 곤충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이 때문인지 이 작품에서 황당하게도 곤충의 껍질과 갑옷이 단단하다는 유사점을 이용해 갑옷들로 곤충을 묘사하였는데 인간이 사용하는 갑옷으로 곤충을 표현했다는 점이 인간과 곤충이라는 두 개의 세계를 섞어 인간이 곤충이 되도록 곤충이 인간이 되도록 하는 표현을 작가는 작품 속에 담고 싶었다고 말할 수있다. 또한, 작가는 갑옷들을 아무런 순서가 없이 배치함으로써 전쟁터의 혼란을 나타내기도 했는데, 이는 교전 중인 전쟁터에서 전쟁 전략과 권력과 같은 복잡한 정신적인 세계를 표현한다.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우리를 적으로 부터 보호해주고 있는 보호막의 나약함과 자기 자신이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좌절감으로 인한 이상한 슬픔을 느낀다. 

 <그림10>에 등장하는 흑백으로 된 초상 사진들은 보통 초상 사진과는 달리 마치 유령의 모습처럼 흐릿하게 나타나고, 유골함을 연상시키게 하는 주석으로 만든 빈 상자들 위에서 조명을 받고 있다. 조명을 비추고 있는 램프는 모두 초상화의 얼굴을 덮고 있는데 이는 유대인들이 고문실에서 겪었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 고문실의 얼굴이 가려질 정도로 센 빛을 가진 커다란 전구와 복잡한 전선 등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환한 불빛아래 이 작품을 전시했지만 보통 이러한 작품은 약간의 빛만 존재하는 어두운 곳에 전시하거나 설치하는데 이러한 어두운 곳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유대인들이 숨어살아가는 어두운 파리 지하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불탄스키 작품들의 특징은 다른 작가의 작품보다 불확실성과 익명성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이 작품에서도 실제 인물의 초상 사진을 이용하지만 작가가 각 인물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과 사진을 흐릿하게 만듬으로써 초상화의 개인성이 거의 지워지게 한 점이 이러한 특징들을 잘 살리고 있다. 마치 죽은 성자를 기리를 제단과 같은 구성과 실제 인물의 초상화의 사용은 분명 죽음을 떠올리게 하며 그것은 개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익명의 수많은 죽음이라는 것을 이 작품은 의미하고 있다.

▲ 그림9. 얀 파브르, 생귀스/맨티스 풍경(2004)
▲ 그림10. 크리스티앙 볼탄스키, 실제의 사냥(1988)

미술과 삶을 연결하다

 이번 전시는 체계적인 작품 수집을 통해서 근현대미술을 정리하고 대전과 생테티엔이라는 도시 단위의 교류이자 대한민국과 프랑스의 국가 단위의 교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한국의 미술관 문화에도 커다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보통 다른 전시가 단순히 세계적으로 높은 명성을 가진 작가들의 작품만을 전시하는 것과 다르게 각 전시관별로 체계적으로 미술역사를 정리함으로써 다른 전시와의 차별성을 이번 전시에 부여하여 우리나라의 미술관문화를 이끌어 올리는데 기여를 하는 전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를 계기로 과거의 역사를 둘러본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전시를 감상하다 보면 미술관의 컬렉션이 얼마나 중요하고 왜 주체성 있는 컬렉션 정책이 필요한지를 알 수 있으며 미술관이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역사를 정리함과 동시에 미술과 우리의 삶을 연결해주는 매체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모네에서 워홀까지


▶ 전시기간: 2011년 5월 25일~8월 28일
▶ 전시장소: 대전시립미술관 1,2,3,4 전시실
▶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금요일은 오후 8시 30분까지)
▶ 관람요금
-일반: 성인 10,000원, 초중고생 8,000원, 미취학아동 4,000원
-단체: 성인 8,000원, 초중고생 6,000원, 미취학아동 3,000원
-특별할인: 5,000원 / 65세 이상 / 꿈나무사랑카드소지자 / 대전광역시명예증소지자 / 신분증소지교사
▶ 대표전화 : 042-602-3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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