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잠잠해지나 싶더니, 5월 황금연휴 이후로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14일 일요일을 기준으로 지난 2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43명에 이른다. 끝날 것만 같았던 코로나 19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계속 지쳐가고 있다. 가장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료업계 종사자들은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당분간은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을학기 대면 강의 역시 불확실한 상황이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그리고 2020년 코로나 19. 21세기가 된 이래 벌써 네 번째 전염병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이쯤 되면 전염병과의 전쟁은 5년에 한 번은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숙제처럼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그중에서도 특히 코로나 19는 세계화로 인한 빠른 확산 속도, 확실한 치료제의 부재 등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쳐 전 세계적으로 큰 피해를 낳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코로나 19의 세계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나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코로나 19가 만들어낸 언택트 문화는 경제 활동을 크게 제한시키면서 우리 사회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관광업계를 예로 들어보면, 지난 5년간 이어졌던 관광업의 호황으로 항공사의 매출은 날아올랐지만, 무역분쟁, 코로나 19로 불과 1년 만에 위기에 빠졌다. 몇 년 동안 항공업계 취업을 준비하던 취업 준비생들은 갈 곳을 잃어버렸다. 취업이 힘들어질수록 사람들은 공무원 준비에 열을 올린다.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힘든 공무원 시험이지만, 일단 합격하기만 하면 가장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대략 5년 마다 찾아오는 전염병, 약 10년 주기로 반복되는 경제 위기는 소시민의 삶을 뒤흔들어 놓을 만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재난에 대비할 사회적 안전망이 너무도 부족하다. 4대 보험, 실업 급여 등 최소한의 조치는 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직장에서 해고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공무원 준비에 열을 올린다. 너무나 경직된 고용 시장 때문에 재취업이 쉽지 않고, 넘어졌을 때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단 한 번의 실직은 장기적인 실업으로 이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사태로 촉발된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쟁은 매우 반갑게 느껴진다. 코로나 19 이전까지만 해도 기본소득은 먼 나라의 일로만 여겨졌으며, 노력 없이 얻는 불로소득 정도로 취급받았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대부분 산업이 타격을 입게 되면서, 사회적 안전망으로써의 기본소득이 주목받고 있다. 기본소득제의 찬반을 넘어서,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마중물의 역할도 하고 있다. 기본소득이 매우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는, 양날의 검 같은 정책인 만큼 이와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정책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고도의 경제 발전 시대에는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이 존재했다면, 성장 동력을 잃어가는 현시대에는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더 크게 와 닿는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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