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새로운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할 부지로 충청북도 청주시를 선정했다. 지난 3월 27일 신규 방사광가속기 건설 계획이 공고된 이후 나주, 청주, 춘천, 포항의 4개 지자체에서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인 터라 더욱 화제가 되는 소식이었다. 이렇듯 치열한 유치 경쟁의 배경에는 방사광가속기가 가져올 막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에 따르면, 새로 건설되는 방사광가속기는 주변 지자체에 6조 7,00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 2조 4,000억 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 및 13만 7,000여 명의 고용창출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방사광가속기는 기초과학 연구를 넘어 산업적인 용도로도 엄청난 수요를 모으며, 기초과학 및 산업 분야의 발전을 모두 책임지는 중요한 연구 시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방사광가속기란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해왔으며, 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전자빔으로 빛 만드는 방사광가속기

방사광가속기는 입자가속기의 한 종류이지만 다른 입자가속기와는 성격을 달리한다. 방사광가속기가 아닌 다른 입자가속기의 경우, 입자를 가속한 뒤 다른 입자와 강하게 충돌 시켜 새로운 원소를 인위적으로 만들거나, 충돌 후 발생하는 여러 입자를 연구하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된다. 반면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가속하기는 하지만 가속한 전자를 서로 충돌시키는 것이 아니라, 충돌로부터 발생하는 방사광(Synchrotron Radiation)을 이용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빛의 속도에 근접한 속도로 운동하는 고에너지의 하전 입자가 자기장을 지나면 로런츠 힘에 의해 입자의 궤적이 휘어지는데, 이때 휘어진 궤적의 접선 방향으로 방출되는 강력한 전자기파를 방사광이라고 한다. 방사광은 적외선부터 X선에 이르는 넓은 주파수 영역에 분포해 있으며, 세기가 일반 산업용, 의료용 X선 발생 기기의 출력에 비해 매우 커서 초고분해능의 X선 촬영, X선 회절을 이용한 단백질 결정의 구조 분석 등 다른 장비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된다.

방사광가속기는 적용된 기술의 수준에 따라 1세대부터 4세대까지 진화해왔다. 3세대까지의 방사광가속기는 크게 빔 입사 장치, 저장 링, 실험 빔 라인의 세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빔 입사 장치는 선형 가속기(Linear Accelerator), 부스터 싱크로트론(Booster Synchrotron)과 같은 가속 장비를 활용해 전자빔을 광속에 가깝게 가속하고, 전자빔은 빔 전송선(Beam Transfer Line)과 입사 장치를 거쳐 진공 상태의 저장 링에 입사한다. 저장 링에는 입사한 전자빔이 계속해서 링을 순환할 수 있도록 하는 2극 자석, 4극 자석, 6극 자석 등의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2극 자석은 전자빔의 방향에 수직이 되도록 자기장을 발생하여 다각형의 꼭짓점에서 전자빔의 궤적을 휘도록 하고, 마찬가지로 전자빔의 방향과 수직하게 놓인 4극 자석은 중심에서부터 멀어질수록 자기장의 세기가 강해지는 특성을 보이므로 전자빔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방지한다. 그러나 저장 링을 순환하며 방사광을 방출한 전자빔은 방사광이 가진 에너지만큼의 운동에너지를 잃게 되므로, 전자빔이 계속 순환하기 위해서는 손실된 운동에너지를 다시 보충해주는 장치가 꼭 필요하다. 저장 링의 직선 구간에 설치된 고주파 가속 공동 장치는 고주파 전력을 전자빔에 공급함으로써 이러한 역할을 수행한다. 저장 링에서 발생한 방사광은 실험 장비에서 요구하는 파장만이 걸러진 후, 저장 링에 연결된 각각의 빔 라인을 따라 실험 장비에 전달된다. 하나의 방사광가속기에는 여러 빔 라인이 설치되어 있으므로 다양한 종류의 실험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운용 중인 포항방사광가속기 PLS-Ⅱ에는 무려 35개의 빔 라인이 설치되어 있다.

 

방사광가속기, 1세대부터 4세대까지

방사광가속기는 입자가속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발명이다. 가속된 입자에서 방사광이 방출된다는 사실은 1947년 제너럴 일렉트릭 연구소의 전자 가속기에서 고전압 방전에 의한 불꽃을 관찰하던 중 발견되었다. 당시에는 방사광이 입자 빔의 에너지를 감소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만 생각되었으나, 1960년대에 들어서며 역으로 방사광을 활용해 새로운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 시기의 방사광가속기들을 1세대로 일컫는다. 그러나 1세대 방사광가속기는 방사광 방출을 위한 목적으로 건설된 것이 아니라 입자가속기에서 부수적으로 얻어지는 방사광을 활용하는 방식이었기에, 현대적인 기준에서 볼 때 비효율적인 점들이 많았다.

1980년대 들어 개발되기 시작한 2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오로지 방사광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되었으며, 앞서 살펴본 것처럼 2극 자석과 4극 자석 등을 이용하여 전자빔의 전파를 조절한다. 2세대 방사광가속기에서 방사광은 1세대와 마찬가지로 전자빔이 2극 자석을 통과할 때, 즉 다각형 저장 링의 꼭짓점에 해당하는 위치에서 전자빔의 궤적이 휘어짐으로써 방출된다.

3세대 방사광가속기는 2세대와는 달리 언듈레이터(Undulator)를 사용하여 더 강한 방사광을 방출한다. 언듈레이터는 자석이 두 열로 나란히 배열된 구조를 하고 있다. 이때 마주 보는 자석은 극이 서로 반대이며, 각 열에서 이웃한 자석끼리도 극이 반대된다. 언듈레이터에 입사한 전자빔은 언듈레이터의 자석 배열에 의해 교대로 엇갈리는 자기장에 맞추어 진동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방사광이 발생한다. 이렇게 발생한 방사광은 2극 자석을 이용하여 발생한 것보다 파장이 짧고 세기가 세며 집속도도 커서 더 큰 에너지와 집속도의 전자기파를 요구하는 첨단 연구에 사용하기 용이하다. 포항에 설치된 두 기의 방사광가속기 중 1996년부터 가동해오고 있는 PLS 가속기가 바로 언듈레이터가 설치된 3세대 방사광가속기이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구조는 이전 세대의 가속기와는 결이 다르다. 이전까지의 가속기들이 다각형 모양을 하고 있었다면,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일직선 형태이다. 자유 전자 레이저(FEL, Free Electron Laser)라고도 불리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인듈레이터를 통과하는 전자빔의 SASE(Self Amplification of Spontaneous Emission) 현상을 통해 더 우수한 품질의 방사광을 얻는다. 전자빔이 인듈레이터를 통과하면 전자빔의 진동으로부터 방사광이 방출되는데, 방출된 방사광과 전자빔은 상호작용한다. 인듈레이터의 길이가 길어지면 이 상호작용이 반복되며 전자빔 내부의 전자들이 구조적인 형태를 이루고, 방출되는 방사광의 위상과 주파수가 전부 서로 일치하는 결맞음성(Coherency)이 나타나며 이를 SASE 현상이라고 한다. 즉, SASE 현상을 통해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이상적인 X선 레이저 광원을 방출하며, 이를 이용하면 기존 X선 회절 분석 방식의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방사광의 주기 또한 수 펨토초로 매우 짧아 화학 촉매 반응, 분자 결합 반응 등 찰나의 순간에 일어나는 현상을 동역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으며, 방사광의 세기도 3세대 방사광가속기의 1억 배 정도로 훨씬 크다. 포항에 설치된 두 기의 방사광가속기 중 하나인 PAL-XFEL은 2016년 세계에서 4번째로 건설된 4세대 방사광가속기이다.

 

과학 연구와 산업 발전을 견인하다

방사광가속기는 강력한 전자기파 광원을 제공하므로, X선을 통한 나노미터 크기 물질의 구조 분석이 많이 이루어지는 재료공학, 생명공학 등의 산업 분야에 매우 유용하게 쓰이며,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질학 분야의 기초 과학 연구에도 큰 보탬이 된다. 우리나라의 방사광가속기 운영 현황을 살펴보자.

우리나라에는 포항가속기연구소 소속의 3세대 방사광가속기 PLSⅡ, 4세대 방사광가속기 PAL-XFEL가 현재 운용 중이다. PLSⅡ와 PAL-XFEL은 연간 각각 1,600건, 50건가량의 실험을 지원하며, 매년 포항의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500여 건의 연구 논문이 최근 수년간 SCI급 저널에 발표되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2003년에는 국내 제약회사 크리스탈지노믹스에서 PLS-Ⅱ를 활용해 발기부전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PDE5 단백질의 구조를 규명하고, 비아그라 등 여러 발기부전 치료제가 어떻게 효과를 보이는지에 대해 밝혀낸 연구가 학술지 네이처의 표지 논문으로 실리기도 하였다. 한국인이 저술한 논문으로서는 최초였다. 2017년에는 앤더슨 닐슨 스톡홀름 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포항가속기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를 통해 물이 4℃ 이하의 온도에서 오히려 부피가 증가하는 원인을 최초로 규명한 바 있다. 연구팀은 PAL-XFEL를 이용해 물이 어는 동역학적 과정을 직접 관찰하였고, 온도가 낮아질 때 물 분자가 두 가지 다른 결합 방식을 형성하는 것이 원인임을 알아낼 수 있었다. 또한, 산업계의 지원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포항가속기연구소는 2013년부터 산업기술융합센터를 운영하며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등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 향상에도 공들이고 있다. 2016년 포항 지역의 철강업체와 협력하여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각 업체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정밀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공정을 개선하는 과정을 거쳐 고강도 정밀 와이어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방사광가속기는 기초과학 및 산업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국가 및 인류에 이로움을 선사한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청주에 건설될 새로운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이지만, 일직선 구조로 되어 있어 빔 라인을 많이 구축하지 못하는 기존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원형으로 설계될 예정이라고 한다. 신설되는 방사광가속기는 사실상 포항의 PLS-Ⅱ가 감당하던 수요를 분담하며 우리나라 과학 및 산업을 견인할 연구 시설로 거듭날 것이다. 이제 남은 몫은 우리가 이를 얼마나 현명하게 활용하는지에 달려 있다.

 

지난달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새로운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할 부지로 충청북도 청주시를 선정했다. 지난 3월 27일 신규 방사광가속기 건설 계획이 공고된 이후 나주, 청주, 춘천, 포항의 4개 지자체에서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인 터라 더욱 화제가 되는 소식이었다. 이렇듯 치열한 유치 경쟁의 배경에는 방사광가속기가 가져올 막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에 따르면, 새로 건설되는 방사광가속기는 주변 지자체에 6조 7,00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 2조 4,000억 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 및 13만 7,000여 명의 고용창출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방사광가속기는 기초과학 연구를 넘어 산업적인 용도로도 엄청난 수요를 모으며, 기초과학 및 산업 분야의 발전을 모두 책임지는 중요한 연구 시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방사광가속기란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해왔으며, 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참고문헌 |

<Stratospheric controlled perturbation experiment: a small-scale experiment to improve understanding of the risks of solar geoengineering>, John A. Dykema, Royal Society Publi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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