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맥카시 - '스포트라이트'

“신체적 학대가 아니라 영적인 학대입니다. 성직자에게 당하면 믿음까지 빼앗기는 거예요.” 지역 유력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의 취재팀 스포트라이트는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 문제에 대한 정보를 조사한다. 하지만 취재를 하면 할수록, 조직적이고 빈번한 성추행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정황은 포착되는 한편 문제를 은폐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부딪힌다.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가톨릭 성직자 아동 성추행 논란을 파헤쳤던 언론인들의 실화를 각색했다.

미국 지역 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은 가톨릭은 강력한 권위를 갖는다. 그중에서도 보스턴은 독실한 가톨릭교도가 많은 지역이다. 사람들은 수십 년간 은폐되어온 진실을 밝히려고 하는 취재팀을 반기지 않는다. 계속되는 방해 공작 속에, 취재팀은 묵묵히 사건을 파헤쳐나간다

"신부 50명을 고발하는 기사를 낸다면, 잡음만 나오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신부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체제에 집중해야 해.” 보스턴에서 아동 성추행을 자행한 신부들의 명단을 확보했을 때, 보스턴 글로브 국장 마티 배런은 기사 발표를 보류하고 장막 뒤에서 이루어진 은폐 정황을 확보할 것을 요구한다. 성추행을 저지른 성직자의 명단을 바로 공개하고 기사를 쓴다면, 신문사는 명성을 얻겠지만 문제를 근절할 수 없다. 그렇기에 보스턴 글로브는 다른 신문사가 보도를 먼저 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가톨릭 상층부가 범죄를 알고도 덮었다는 증거를 확보하기 전까지 기다리기로 결정한다. 모범적인 언론이 무엇인지, 언론은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스포트라이트>는 단순히 절대악인 가톨릭에 대항한 언론인들의 영웅담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사실적이고 입체적이다. 취재팀은 적극적으로 가톨릭 성직자의 범죄 행각을 파헤치지만, 수년 전 그들은 교회에 의한 성범죄 피해자의 제보를 사소한 것으로 보고 조사하지 않았다. 가톨릭교회의 사람들도 단순한 악인이 아니다. 가톨릭교회의 행적을 언론에 알렸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가톨릭교회의 범죄 은폐를 돕는 변호사, 어릴 때 본인도 성추행을 당했기에 자신이 저지른 일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성직자처럼, 사건과 관련된 인간 군상은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는 다면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우린 어둠 속에서 넘어지며 살아가요. 갑자기 불을 켜면 탓할 것들이 너무 많이 보이죠.” 더 일찍 사건을 알릴 수 있었다고 자책하는 기자에게 국장이 하는 말이다. 우리의 주변조차 제대로 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우리는 넘어지고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우리의 발을 건 것이 무엇인지 보기 힘들기에, 가끔 넘어졌다는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무시할 때가 있다. 스포트라이트 취재팀은, 그 이름처럼 어두웠던 보스턴의 불을 켜고 발치에 숨어있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폭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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