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신문 만드는 일을 나름 오래 해왔습니다. 물론 카이스트신문 급의 틀이 잘 잡힌 신문은 아니었습니다. 중학교 때 신문부에 들어가 교지와 신문을 만들고, 고등학교 때도 교지편집부에 들어가 신문을 만들었습니다. 당시에는 한 학기에 8면 신문 한 호를 만들기도 쉽지 않았는데, 카이스트신문에 들어와서는 16면 신문을 한 학기에 7개씩 찍어냈습니다.

이 얘길 들은 주변 사람들은 저에게 글 꽤 쓰겠다는 기대를 합니다. 글을 쓰는 게 익숙하기는 하지만, 사실 글을 그렇게 잘 쓰지는 않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멋들어지는 글을 써왔다기보단, 사실이나 인터뷰를 정리해서 명료하게 전달하기 위한 글을 썼기 때문입니다. 그마저도 기가 막히게 깔끔한 문장을 써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바쁜 학교생활 중 급히 다가온 마감일에 남겨진 분량이 6,000자일 때, 정신없이 글을 휘갈겨내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재미있는 소설, 만화를 보면 저도 글을 써보고 싶어집니다. 정확히 말하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찬 동기 부여와 함께 노트북을 켜거나, 스마트폰으로 문서 앱을 켜서 새로운 파일을 열고 몇 자 두드려보곤 합니다.

하지만 이내 진도가 더 나가지 않습니다. 재미있고 잘 설계된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은 제 이상을 이루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제 자신이 분해서 매일 새벽 잠들기 전에 머릿속으로 아이디어를 생각해봅니다. 그래도 쉽지 않습니다. 정신 차리면 다음 날 아침이 되어있습니다.

글과 문장의 깔끔함은 중요합니다. 아무리 수식을 많이 해도 난잡하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오감을 자극하는 문장을 써내는 것은 굉장한 실력입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 담기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잘 정렬되어 있더라도, 그 알맹이가 매력적이지 못하면 호평받기 힘들 것입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글을 적어보고 싶습니다. 글로 만날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든, 감동을 주든, 좋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글 앞에서 어리면서도 어른스러운 마음을 키워가고 싶습니다. 글에 담을 멋있는 이야기가 제겐 아직 부족하기에, 더 많은 생각과 경험 속에서 내실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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