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세상을 분석하기 좋은 모델을 제시한다. 특히 확률은 알 수 없는 미래를 예측할 때 인간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도구이다. 그러나 사실 수학적으로 도출된 확률과 실제 세계에서 나오는 결과들이 언제나 일치하지는 않는다. 수학적으로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각각 1/2로 동일하지만 실제로 동전을 던지다 보면 2번 던졌을 때 앞면과 뒷면이 언제나 한번씩 나오지는 않듯이 말이다. 여기서 만약 동전을 더 던진다면 재미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던지는 횟수가 증가할수록 실제 경험으로 얻은 확률이 수학적 확률에 수렴하는 것이다. 이는 수학적으로 증명이 가능하며 큰 수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큰 수의 법칙을 증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시행횟수가 무한한 사건의 실험적 확률이 수학적 확률에 수렴한다는 것을 보이면 된다. 단 조건은 각 사건은 모두 독립이고 동일하다는 것이다. 체비셰프 부등식에 표본값(sample mean)을 대입 후 n(표본의 개수)을 무한으로 보내면 실험적 확률과 수학적 확률 간의 오차가 0이 되므로 간단하게 증명할 수 있다.

이 간단하며 직관적으로 부합하는 법칙은 한 가지 무서운 생각이 들게끔 한다. 이 법칙을 인간의 삶에 적용하여 생각해보면 우리의 운명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일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의 유전자는 평생동안 거의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유전자에는 그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무언가를 성공할 확률이 수학적으로 새겨져 있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인생에는 도전하고 시도를 할 기회가 무수히 많은데 그렇게 수많은 시도를 하며 인생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결국 그 사람이 일평생 했던 도전에서 성공한 것의 확률이 유전적으로 새겨진 그 사람이 성공할 확률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는 참 무서운 생각이다. 태어날 때부터 우리의 삶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것과 비슷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추측에서 간과한 수학적 사실이 있다. 큰 수 법칙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모든 사건이 독립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은 실수를 자주 범하지만 그로부터 배우고 성장한다. 즉 한 인간이 삶에서 하는 모든 도전은 이전의 도전으로부터 무언가 배운 종속 사건들이라는 의미이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실수를 반복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큰 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실수로부터 배우고 끊임없이 자신을 담금질하는 사람은 처음 자신에게 주어진 유전자, 환경 등이 어떻든 큰 수의 법칙에 빨려 들어가지 않고 자신이 바라던 높은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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