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말부터 실험, 실습 과목 등 일부 교과목에 대한 대면 수업이 허용되면서 학생들의 강의 방식 선택권이 제한받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대면 수업이 허용된 수업의 경우 대면 수업 방식을 선택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불이익이 주어지기 때문에 집단감염 등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대면 수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감염병의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을 강요받아서는 안될 것이다. 하지만 이 사안을 보다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생 뿐만 아니라 교수와 학교 당국 등 대학사회를 구성하는 주요 행위자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감염병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비단 학생 뿐만 아니라 교수와 교직원 또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근원에는 생명의 위기와 일상생활의 위기 간의 긴장관계가 존재한다. 물리적 접촉을 최소화한다면 죽음에 이를수도 있는 감염병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생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의 비용을 치러야 한다. 경제가 위축되면서 노동자들은 직업을 잃고, 대학생들은 졸업이 미뤄지고 취업을 하지 못하는 사회활동의 위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감염병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경제활동에 대한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대면 강의가 전면 금지된다면 실험 및 실습을 위주로 하는 수업들은 현실적으로 폐강할 수밖에 없다. 우리 학교 당국은 짐작컨데 학생들의 수업선택권을 넓혀주기 위한 취지에서 최대한의 방역을 전제로 대면강의를 일부 허용했을 것이다. 이 강의들을 전면 폐강한다면 졸업 등의 이유로 수업을 수강해야 하는 학생들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업을 이미 개설한 교수들의 경우 수업이 폐강될 경우 심각한 불이익을 받을 학생들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학교의 방역 대책을 믿고 대면 강의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학생의 입장에서는 감염병의 위험을 피해야 하지만 한편에서는 졸업에 필수적인 실험 실습 강의의 수강을 이후로 미루거나 휴학을 한다면 졸업을 연기하는 생활의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감염병이 창궐할 경우 전면 휴교에 들어갔던 과거와 달리 우리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비대면 수업 등 대안적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비대면 방식의 한계가 여전하지만 전면 휴교와 비교할 때 일상생활의 위기의 정도가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대면 수업의 한계 또한 명확하며 일부 영역에서 우리는 균형점을 찾아나가야 한다.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상황에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로 피해자가 최소화되고 다양한 행위자들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대학 당국에서 다양한 해결책을 고민하고 학생 사회에서 현재의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필요한 일이다. 대학 당국, 교수와 학생 모두 머리를 맞대고 협의를 통해 보다 나은 해결책을 찾아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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