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정부가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한 가운데 우리 학교도 개강을 2주 뒤로 미루는 등 학사일정 조정을 포함하여 감염증의 확산을 막고 구성원들의 건강과 안위를 지키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개방성을 중시하는 대학의 특성 상 해외를 방문하는 우리 학교 구성원들과 해외로부터 입국하는 유학생들이 많아 대학 사회에도 감염병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직 봄학기가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교정에서 감염병의 위험에 대해 실감하기 어렵지만, 학사일정이 본격 궤도에 오르게 되면 혼란과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까지 학교 당국에서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지만, 혼란을 극복하고 정규 궤도로 돌아오기 위해서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몇 가지 원칙들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비상사태에 대한 대응이 이루어지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상당수의 국민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과학적 근거보다는 정치적 판단을 통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대비책이 불러올 정치적 결과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는 것은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정치적 고려에 의해 전문가의 진단을 무시한 대응을 하는 어리석은 판단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국민들의 정부의 판단과 대책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면 극심한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바이러스보다 더욱 무서운 우리 안의 차별의식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 자유와 인권을 내세워온 구미의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아시아인들에 대한 근거 없는 인종차별 현상이 발견되어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도 우리 안의 차별주의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 당장 한국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들이 한국인 입국을 거부하고 있는데 대해 국민들이 분개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그리고 우리 학교에서도 외국인과 유학생에 대한 근거 없는 차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감염병에 대한 대책은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서 전문가의 판단을 따라야 하며, 이를 지킨다면 근거 없는 차별 또한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셋째, 국제화와 개방화의 원칙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대응의 중요한 부분은 결국 교류와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교류와 접촉의 차단이 국제화와 개방화의 후퇴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관찰되는 인종차별주의는 트럼프의 고립주의, 유럽의 극우민족주의와 궤를 같이한다. 한국은 국제화와 개방화를 통해 발전과 번영을 구가해 왔고, 국익 극대화를 위한 ‘과학기술인 사관학교’ 격으로 출발한 우리 학교도 국제화와 개방화를 통해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하였다.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일시적인 교류 중단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만 이 또한 더욱 높은 수준의 교류와 협력을 위한 준비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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