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방에 살면 가장 귀찮은 일은 청소다. 매일 쓰레기는 생겨나고, 먼지는 쌓이고, 머리카락은 떨어지고 방의 청결도를 낮추는 일만 일어난다. 눈에 보이는 먼지를 닦는다던가, 쓰레기를 모아 버린다던 가의 간단한 정리는 매일 하지만, 침대 매트릭스 사이, 책장 안쪽 등 손이 잘 닿지 않는 장소는 청소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귀찮다. 그래서 나는 한 달에 한 번씩 날을 정해 기숙사 방 청소를 한다.

청소를 시작하기 전, 먼지가 방 안에서 날리지 않게 하려고 창문과 문을 연다. 가장 먼저 창틀에 쌓여있는 먼지와 죽어있는 곤충을 물티슈로 닦아 버린다. 아직은 먼지만 가득한 것을 보면 봄은 오지 않은 듯하다. 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철에 창틀을 닦으면 물티슈가 노란색 꽃가루 범벅이 된다. 그 후 책장에 있는 책을 다 꺼내고 서랍에 넣어놓은 물건을 다 꺼낸 다음 책장과 서랍을 닦으면 많은 먼지가 묻어나온다. 매달 청소를 하지만 그 구석까지 들어가서 또 쌓이는 먼지를 보면 먼지도 참 성실하게 쌓인다고 생각한다. 책상 위 청소도 빼놓지 않고 한다. 모니터 뒤 먼지, 구석진 곳의 지우개 가루는 단골손님이다. 가끔 책상 청소를 하다 보면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던 물건을 찾을 수 있다. 찾을 때는 그렇게도 나오지 않던 녀석이 청소할 때 나오는 것을 보면 역시 청소는 바람직한 행위이다. 침대 매트릭스를 들고 그 아래를 청소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어디서 나온 머리카락인 건지 많이도 빠져있다. 내 두피, 모발 건강은 안녕한지 묻고 싶다. 냉장고를 열어 내부의 음식을 다 빼고 청소를 하고 성에 제거를 위해 잠깐 열어놓는다. 그 사이 음식을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언제 냉장고에 넣어놓았는지 모르는 음식이 보인다. 옷장도 청소하고 옷장에 붙어있는 거울도 닦는다. 특히 옷장 안 행거 위에는 먼지가 잘 쌓이기 때문에 옷을 다 치워놓고 쓱 닦아준다. 그다음 바닥 청소를 한다. 책상 밑부터 신발장 앞까지 걸레로 닦다 보면 무릎이 물기에 젖는다. 걸레로 청소하기 싫은 날은 청소기를 가져와 청소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신발장 청소를 한다.

청소를 다 하고 씻고 돌아와 방에 앉으면 개운하다. 깨끗한 방에 앉아 있으면 잠시 기분이 상쾌해진다. 이 기분을 느끼기 위해 청소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 달간은 깨끗하게 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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