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정해져 있던 개강일을 일주일 정도 앞두고 있습니다. 캠퍼스 라이프의 시작을 맞이하게 될 새내기들의 설렘이나, 또 다른 정규학기의 지겨운 시작이라고 받아들이는 재학생들의 분주함으로 가득 차야 할 캠퍼스가 이번에는 유독 다른 느낌입니다.

이웃 나라인 중국으로부터 시작된 코로나19가 대학생들의 일상에도 깊게 침투하고 있습니다. 당장 우리 KAIST는 개강과 종강이 2주 연기되었고, 다른 대학교는 주6일 수업을 진행하기로 하는 등 익숙하지 않은 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2013년, 우리 학교 안에 결핵이 유행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1명으로부터 시작한 결핵은, 같이 수업을 들은 학우 등 접촉자를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11명까지 늘어났습니다. 당시 학교의 안일한 초기 대응은 많은 비판을 받았고, 외부 언론에까지 흘러나가 지탄받기도 했습니다.

그 후로 2년이 지나 2015년 MERS 사태 때 우리 학교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결핵과는 달리 범국가적인 문제였기에 다양한 대책을 세운 것도 있겠지만, 이때부터 격리를 위해 비어있던 기숙사 건물을 제공해 격리자들의 상태를 하루 간격으로 확인하고 외부와의 접촉이 없도록 분리했습니다. 또한 교내 단체 활동 금지 혹은 자제 권고, 학내 시설 소독, MERS 관련 정보 주기적 제공 등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때 격리를 위한 방 위생 상태나 격리자 관리가 미흡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학내 MERS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코로나19 사태에도 학교는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대응 방식만 보면 MERS 사태 때와 매우 닮아있습니다. 하지만 시기가 개강 직전이라, 학사일정을 갈아엎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는 차이는 있었습니다. 불가항력적이라 해도, 학사일정 조정으로 인해 교환학생, 해외파견 같은 개인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불편함에 대한 학교의 대응은 소극적이고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매번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우리 학교는 조금씩 배우고 보다 나은 대응을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후에도, 학내 구성원들은 유사한 일이 또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매뉴얼을 제작하는 등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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