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드 알-카팁 - '사마에게'

(ⓒ(주)엣나인필름 제공)

2012년에 발발한 시리아 내전은 한국 사회에 난민 수용 문제라는 형태로 처음 밀접하게 다가왔다. 그 전부터 시리아 내전은 전쟁 과정에서의 민간인 학살로 국제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그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나 원조를 불러올 만한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약 7,600km에 달하는 알레포와 서울 사이의 거리감이 내전에 대한 관심과 시리아 국민에 대한 연민을 희석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전의 참상을 기록하기 위해, 영화감독 와드 알-카팁은 카메라를 들었다. 내전이 발발하기 전, 와드는 시리아의 자유를 위해 정권에 대항해 민주화 운동을 하는 대학생이었다. 영화는 자유를 향한 갈망과 혁명의 열기가 감돌던 수도 알레포와 내전으로 인해 포성과 폭격이 휩쓸고 간 알레포를 교차해서 보여준다. 내전이 막 시작되었을 때 딸 사마를 낳은 와드는 남편인 함자와 함께 민간 부상자를 돕기 위한 병원을 운영한다. 많은 알레포의 시민이 내전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는 중에도, 와드와 함자는 끝까지 도시에 남기로 한다. 모두가 떠나버리면 딸에게 그들이 태어나고 지키고자 한 도시를 물려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영화는 전쟁과 관객의 거리를 단숨에 좁힌다. 짜여진 각본 없이 현장을 그대로 담아낸 다큐멘터리인 만큼, 파괴된 개인의 삶이 가감없이 포착된다. 전쟁으로 지치고 피폐해진 사람들은, 존재만으로 어떤 영화적 기법보다도 효과적으로 상실된 일상을 표현한다. 포성과 파괴음이 거듭되어도 익숙한 듯 울지 않는 아기, 폭격기와 폭탄 종류를 꿰고 있는 아이들, 아이를 폭격으로 잃고 절규하는 어머니. 카메라에 담긴 모든 것이 자세한 설명 없이도 전쟁의 참상을 보는 이에게 전한다.

영화 말미에 시리아 정부군은 알레포를 거의 탈환하여 사람들을 무차별 학살하기 시작했고, 살아남기 위해 끝까지 남아 있던 마지막 민간인들과 함께 와드 가족은 도시를 떠나 망명길에 오른다. 와드는 전쟁 속에서 태어난 사마에게 자신의 부모가 딸을 위해 내전에 맞서 싸웠다는 것을 알리고,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기 위해 전쟁의 현장을 영상으로 기록한다.

때론 먼 발치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영화는 전쟁에 대해 멀고 분석적인 시선으로는 볼 수 없는 가치를 담아냈다. 시리아 국민들은 내전이 아니었다면 아이를 안전하게 키우고, 밤엔 불을 켜고 지내며, 과일과 먹거리를 자유로이 구할 자유가 허락되어야 할 평범한 사람들이다. 영화는 평범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짓밟힌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직시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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