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 the Book'展, 나이 든 동심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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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in the Book'展, 나이 든 동심을 그리다
  • 윤아리영
  • 승인 2020.02.25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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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배우기 전, 그림책은 우리가 세상을 배우는 방식이었다. ‘신데렐라’와 ‘아기돼지 삼 형제’를 읽고는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 되겠노라 다짐했으며, ‘행복한 왕자’의 따뜻한 마음씨에 눈물을 지었다. 슬프고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는 일상 안에서도 우리가 희망을 잃지 않는 이유는, 동화 속 교훈들이 마음 깊숙이 자리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은 자라 그림보다 줄글이 익숙한 어른이 되었다. 바쁜 일상에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감성을 빼앗긴 어른들에게는, 어쩌면 그 누구보다 동화 속 이야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호반아트리움에서 열린 《ART in the Book》 展은, 우리 모두를 동화 나라로 초대한다. 훌쩍 자란 마음으로 다시 펼친 그림책에는 이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보물이 가득하다.

(ⓒ호반 아트리움 제공)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

이야기를 전개하는 주요 주체가 글이 아닌 그림이라는 점은, 그림책만이 가지는 고유하고 강력한 특징이다. 다른 책과 달리 그림책 안에서의 일러스트레이션은 단순한 삽화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에, 그림 작가의 개성과 의도에 따라 책의 분위기는 무궁무진하게 달라지게 된다.

프란체스카 델로르토가 그린 <신데렐라>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그림의 좋은 예시이다. 델로르토는 동그랗게 묶어 올린 금발과 빛나는 하늘색 드레스를 입은 디즈니의 공주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완전히 재해석했다. 무대 및 의상 디자인을 전공한 경험을 살려 만든 드레스는 섬세하고 아름다우며, 몽환적인 그림체는 독특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달빛 아래 드레스 자락을 잡은 채 성문을 달려 나가는 그녀의 신데렐라는, 책과 독립된 하나의 작품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전시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음악과 향기, 영상과 소품을 이용해 동화 속 세계에 가까운 공간을 창조해냈다. 테마에 맞추어 장식된 방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라도 낯설고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프란체스카 델로르토, '신데렐라'
프란체스카 델로르토, '신데렐라'
(ⓒ호반 아트리움 제공)

작가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계

동화책을 읽는다는 것은 곧 작가가 만든 세계에 초대되는 것이다.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였더라도, 그 짧은 이야기에는 작가가 바라보는 시대와 가치관이 담겨있다. 전래동화가 권선징악의 교훈을 담았다면, ‘푸른 수염’과 ‘바보 이반’ 등의 동화는 당시 시대상을 맹렬히 꼬집는다. 현대의 동화는 작가가 바라는 세상을 투영하기도 한다.

전시장의 한 벽면을 장식하는 그림책 ‘내가 만약 시장님이 된다면’이 대표적인 예이다. 주인공 라이카는 빈민층의 기본권 보장과 평등을 우선으로 할 것을 주장하며, 무료급식과 협동조합 등 자신이 생각한 정책을 시장 후보에게 보낸다. 후보는 당선된 후 라이카가 제안한 정책들을 실제로 시행한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이기적인 태도를 버리고, 주변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해결책을 물색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지친 당신을 안아드립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한 문장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읽어 주는 어린 왕자와 사춘기 시절 읽어 내려간 어린 왕자, 성인이 된 지금 접하는 어린 왕자는 같은 내용일지라도 다가오는 의미는 다를 것입니다. 이번 전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했습니다.”

세상에 한 송이밖에 없는 장미, 상자 속의 양, 길들여진 여우가 가지는 의미를 어릴 때부터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건을 통해 성장하고, 사랑을 하고, 성숙해지는 동시에 자잘한 감정에 무디어졌을 때, 이 간단한 비유는 독자들의 가슴을 울린다. 어린이들에게 세상을 가르쳐준 동화책은 자라버린 어른들을 위해 이야기를 아직 남겨두었다.

전시는 한 벽면 전체를 관객을 위한 공간으로 두어, 자신이 생각하는 어린 왕자의 모습을 그려 벽면에 걸어 두도록 한다. 아이와 어른이 그린 어린 왕자로 가득한 벽면은, 우리에게 동화는 아이와 어른 모두의 것이라 말을 거는 것 같기도 하다. 

어릴 적 읽었던 그림책을 다시 펼친다 해서 잊었던 동심을 바로 되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예전에 봤던 문장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면, 그 순간 이야기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 되어 전혀 다른 울림을 준다. 성숙하고 상처받은 마음만이 경험할 수 있는 특권이다.

 

장소 | 호반아트리움

기간 | 2019.7.9.~ 2020.2.29.

요금 | 8,000원

시간 | 10:00 ~ 19:00

문의 | 02)6337-7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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