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분쟁, 끝나지 않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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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분쟁, 끝나지 않은 갈등
  • 류제승 기자
  • 승인 2019.12.03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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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땅 위에 집을 지어 몸을 뉘고, 땅으로부터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양식을 얻는다. 모든 인간의 활동에는 그것을 행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며,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영역을 정하며 살아왔다. 사람들이 모여 이룬 국가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영토인 것도 이에 기초한다. 역사에 기록된 모든 시간 동안 사람들은 더 많은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싸워왔으며, 이 싸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왜 싸우는가

국가 체제의 발전은 영토 개념의 확립과 함께 이루어졌다. 국민이 삶을 영위하는 땅은 국가적, 민족적 정체성의 표상이 되며 국가의 힘과 민족의 영향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국가 제도가 확립되어감에 따라 14세기 유럽에서 영토주권 개념이 등장했고, 영토가 국가 권력의 기초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영토는 법적 정의에 따라 국가 그 자체가 되기도 하고, 국가가 소유하는 대상으로 여겨지기도 하며, 국가 권력이 미치는 범위를 결정하고 국가 권리 행사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영토분쟁은 특정 영토에 대한 국가 간의 주장이 상충하거나, 국경선을 정하는 데 있어 발생하는 국가 간의 충돌로 정의된다. 대부분은 국가 간 국경선 확정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일치로 인해 발생하며, 상대국가의 주권을 일부 또는 완전히 부정하면서 발생하기도 한다. 세계 국가의 확장정책은 잦은 국경선의 변화를 불러오며 영토분쟁의 빈도를 높인다. 실제로 많은 영토분쟁이 제국주의 시대 식민지배와 전쟁, 전후처리과정에서 비롯되었으며, 무력충돌을 수반하는 경우도 많았다.
육지뿐 아니라 영해, 영공을 모두 포함하는 영토는 근대 이후 군사적, 경제적 이유로 더 중요하게 다뤄지기 시작했다. 이후 자연국경과 민족국경, 역사적 고유 영토의 모호한 경계 사이에서 수없이 많은 영토분쟁이 발생했다. 국민의 이익을 수호하고 국가의 영향력을 넓힌다는 입장에서 영토 문제는 국가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전쟁으로 이어지는 등 극단적인 결과를 낳기도 했다. 현대 사회에서도 영토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국제사회의 가장 중요한 논제 중 하나로 다뤄지고 있다.

 

영토분쟁의 유형과 사례

국제분쟁 사례를 정리한 많은 연구 중 ICOW(The Issues Correlates of War)는 국가 간 영토분쟁을 중점적으로 정리한 데이터뱅크이다. ICOW는 영토분쟁을 영유권 분쟁, 해양영유권 분쟁, 강 분쟁, 존재 분쟁의 네 가지로 분류한다. 영유권 분쟁은 국경선과 육지 영토를 둘러싼 가장 전형적인 분쟁을 말하며, 해양영유권 분쟁과 강 분쟁은 각각 바다, 강과 호수 등에 대한 권리 분쟁을 지칭한다. 가장 극단적인 유형인 존재 분쟁은 각 국가가 서로의 주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그 영토 전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경우이다. 각각의 유형에 해당하는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카슈미르 분쟁: 역사적 갈등>

영유권 분쟁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카슈미르 분쟁이 있다. 인도, 파키스탄, 중국, 아프가니스탄에 접하는 카슈미르 지방은 몇 차례에 걸친 전쟁의 원인이 될 정도로 격렬한 분쟁이 일어나는 지역이다. 당사국들은 현재까지도 군사적 긴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남부는 인도, 북서부는 파키스탄, 동부는 중국이 나누어 지배하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지배 영역 사이에는 통제선이 그어져 있고, 국경이 확정되지 않은 지역도 있다.

카슈미르 분쟁은 뿌리 깊은 종교적, 역사적 원인에서 기인한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민족적으로 매우 유사하며, 역사적으로도 한 국가로 묶여 있었다. 그러나 영국은 식민지배 과정에서 힌두교, 이슬람교의 갈등을 막기 위해 이슬람 신자들을 파키스탄으로 이주하게 했고, 영연방에서도 종교에 따라 차별을 두어 통치했다. 결국, 파키스탄과 인도는 서로 다른 독립 국가로 인정되었고, 종교적 문제로 생긴 갈등은 국가 분쟁으로 번졌다.

남부의 잠무 카슈미르 지방은 힌두교도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으나 국민의 상당수가 이슬람교도로 이뤄져 있었다. 이로 인해 국경 지역에서 파키스탄으로 복속되려는 반란이 일어나자, 잠무 카슈미르를 다스리던 지도자는 인도로 종속되는 것을 택한다. 파키스탄은 인도가 점령한 잠무 카슈미르와 라다크 지방을 제외한 아자드 카슈미르와 길기트 발티스탄 지방을 점령하고, 해당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한다. 결국, 인도-파키스탄 전쟁이 발발하고 세 차례 반복되는 동안 분쟁은 고착화되었으며, 동쪽 산악지방인 아크사이친 지방은 중국에 의해 지배된다. 인도가 지배하는 잠무 카슈미르 지방 내에서도 독립을 목적으로 하는 분란이 이어지고 있다. 분쟁은 현재 2019년에 들어서며 인도가 잠무 카슈미르 지방의 자치권을 박탈함과 함께 다시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카스피해 분쟁: 바다냐 호수냐>

해양영유권 분쟁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카스피해 분쟁이 있다. 카스피해는 아시아 북서부와 유럽 사이에 위치한 내륙호로,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이란과 맞닿아 있는 세계 최대의 호수이다. 석유, 천연가스 등의 자원이 풍부한 카스피해는 염분이 포함된 물과 그 크기로 인해 바다로 분류되기도 한다.

카스피해를 둘러싼 권리 주장은 카스피해를 바다로 볼 것인지 호수로 볼 것인지로 귀결된다. 카스피해가 바다라면, 인접한 국가들은 카스피해와 접한 면적에 따라 계산되는 영해, 배타적 경제수역, 대륙붕에 대한 권리를 나눠 가지게 된다.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은 이 경우 계산되는 영해 내에 천연자원과 유전을 보유하게 되므로, 바다의 지위를 주장해왔다. 해저 파이프라인의 설치를 막으려는 러시아도 카스피해를 바다로 보는 입장이다. 반면 카스피해가 호수로 인정될 경우 인접한 다섯 국가가 모두 균등한 권리를 가지게 된다. 또한, 해외 선박의 통과를 보장해야 하는 국제 협약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란은 이런 이유로 카스피해를 호수로 볼 것을 주장해왔다.

카스피해 분쟁은 러시아의 강력한 군사력과 미국 등의 서방 세력의 경제적 개입으로 무력충돌의 조짐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각 국가가 해군을 배치하며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마침내 2018년에 열린 카스피해 연안 5개국 정상회담에서 카스피해를 바다와 호수의 중간 지위로 인정하는 협약이 체결되었다. 영해, 배타적 경제수역 등의 부분에서는 해양법 조약을 따르되, 국외선 통과는 인정하지 않는 조약은 비교적 평화롭게 분쟁이 해결된 사례로 남았다.

 

<존재 분쟁: 분단과 독립>

존재 분쟁은 서로 상대국가의 주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극단적인 유형의 영토분쟁이다. 존재 분쟁의 대표적인 사례에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분쟁이 있다.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며 지속적인 군사적 갈등을 빚어내고 있는 이스라엘과 아랍국가의 분쟁은 이미 4차례의 중동전쟁과 수없이 많은 충돌을 만들어내고도 멈추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이 UN의 옵서버 국가로 인정되면서 여러 국가가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인정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아직 서로를 부정하며 다투는 중이다.

해외의 사례로 눈을 돌릴 것 없이, 남한과 북한의 사례도 정의하기에 따라 존재 분쟁에 포함되기도 한다. 휴전 상태가 길어지며 양측 정부의 태도가 과거보다 유연해졌다고는 해도, 남한과 북한은 현재 서로의 주권을 부정하고 있다. 전쟁 이전에 남북한 정부가 따로 확립되었기에 내전으로 분리되지는 않지만, 전쟁 자체가 상대 국가 영토의 완전 점령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분쟁지역으로 분류되곤 한다.

 

동아시아 영토분쟁의 현주소

앞서 언급한 사례 외에도 세계의 많은 국가가 영토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도 많은 영토분쟁에 휘말려있다. 일본은 중국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두고 지속적인 갈등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러시아와 남쿠릴열도의 영유권을 두고 분쟁 중이다. 중국은 중국 내부의 소수민족과 자치지구 등에서 발생하는 주권 주장 등을 제외하더라도, 남중국해 분쟁과 카슈미르 분쟁에 휘말려 있다. 동북공정, 서북공정, 서남공정을 이야기하며 패권주의를 고수하는 중국의 입장은 필연적으로 많은 국제분쟁을 일으킨다.

한편, 독도를 둘러싼 우리나라와 일본의 갈등에 대해서는 여러 시각이 존재한다. 독도 문제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는 영토분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는 반대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긴 실효 지배 기간과 지리적, 역사적, 외교적 자료를 논거로 들며 독도가 우리나라의 영토임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평화로운 해결을 위해서

많은 경우 영토분쟁은 크고 작은 무력충돌을 수반한다. 전쟁을 통한 정복과 점령은 현대 사회로 들어서며 적법한 영토 취득의 방법이 아니게 되었지만, 아직 많은 국가가 무력을 동원하여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일부는 대규모 전쟁으로 발전하며, 대규모의 희생자를 낳는다.

대개 역사적, 민족적 근거만으로 영토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 영토분쟁은 국가의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명확한 이해관계가 없는 명분은 현대 외교에서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토분쟁의 평화적 해결에는 면밀한 외교적 논의와 더불어 당사국의 교섭이 중요하다.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이나 UN 등 국제기구의 중재가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많은 영토분쟁이 군사적 충돌이나 긴장을 낳고 있지만, 교섭이나 중재, 사법 판결을 통해 해결된 다수의 사례는 평화적인 해결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는다.

세계로 눈을 조금만 돌리면 아직도 많은 곳에서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분쟁에 휘말려 황폐해진 지역의 주민들은 고통 속에 생활 중이며, 매일 무고한 피가 끊임없이 흐른다. 모든 분쟁이 사라지고 갈등이 해소되기를 바라는 것은 허무맹랑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분쟁을 해결하려 사용한 무력이 더 큰 비극을 낳는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이성적이고 평화롭게 갈등을 풀 수 있다는 믿음과 노력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

<세계 영토분쟁의 과거와 현재>, 세계영토분쟁연구회, 강원대학교 출판부
<세계의 영토분쟁 DB와 식민침탈 사례>, 배진수, 윤지훈, 동북아역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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