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 취득 후 1년간 국내에서 연구해야... 바뀐 제도 득일까 실일까

지난 21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병역 대체복무제도 개선방안이 심의 및 확정되었다. 발표된 개선방안에 의하면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이하 전문연)은 1,000명을 유지하지만, 석사 전문연은 1,500명에서 1,200명으로 감축된다. 또한, 해당 개선방안에는 산업기능요원뿐만 아니라 공공분야 대체복무 등에 대한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이번 개선방안을 통해 병역 자원 부족을 해결함과 동시에 현역보다 상대적 특혜를 받지만 공익적 역할이 미흡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공정성 문제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밝혔다. 국방부는 간부를 증원해 상비병력 50만 명 수준을 유지할 예정이고, 간부 중심의 인력 구조를 통해 안보태세 유지에 이상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

최근 일본의 무역 제재로 인해 고급 이공계 연구인력 양성이 국가적 과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박사과정 전문연은 현 지원 규모인 1,000명을 유지하되 복무를 강화하도록 했다. 복무기간으로 인정되던 박사학위 취득과정을 3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 대신, 박사학위 취득 후 1년 동안 국내 기업이나 연구소 등 연구 현장에서 복무하도록 했다. 이는 2023년 편입 대상자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또한, 심야 작업이나 장기 프로젝트가 있는 대학 연구의 특성을 고려해 박사과정 전문연의 복무 시간 관리를 하루 8시간 근무에서 일주일에 40시간 근무로 전환했다. 다만 복무 부실 시 위반 기간의 5배수만큼의 복무를 연장하도록 하여 전문연 복무자의 책임을 강화했다. 정부는 “하루 8시간 근무라는 제약이 부실 복무의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자율성과 책임감을 부여해 효율적인 연구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석사 전문연은 현행 1,500명에서 1,200명으로 300명 감축했지만, 일본의 무역 제재로 인해 연구가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소재, 부품, 장비 관련 분야 중소기업에 배정되는 인원은 오히려 확대했다. 산업기능요원의 경우 현역 대상자 중 배정하던 인원은 현행 4,000명에서 3,200명으로 감축되지만, 신체검사 4급의 보충역 대상자 중 배정 인원은 7,000명으로 유지한다. 석사 전문연과 산업기능요원의 배정 인원은 5년에 걸쳐 점차 감축될 예정이다.

제47대 대학원 총학생회 <Wave>(이하 원총) 한영훈 회장은 이번 개선방안에 대해 “박사과정 전문연 규모를 유지한 채 주 40시간 근무제로 바꿔 현실성을 고려한 점에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다”라고 전했다. 한 원총회장은 “지금까지 학부 총학생회, 원총 모두 전문연 제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고, 학교 측에서도 한림원 토론회, 4대 과학기술원 전문연 토론회 등을 통해 전문연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해왔다는 점이 이런 결과를 만드는데 일조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승협 학생정책처장은 “초반에는 전문연에 대한 논의가 형평성에 치중돼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일본의 부품 소재 수출 규제의 영향에 따라 과학기술의 국가적 중요성과 더불어 고급 이공계 연구인력 양성에 대한 범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유 처장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국민들이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했다.

학위 취득 후 1년간 국내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근무해야 하는 제약에 관해 묻자 한 원총회장은 “전문연 복무자와 현역 복무를 마친 대학원생의 차이는 출퇴근 시간뿐, 큰 차이가 없었기에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런 변화는 불가피하다”며 “좋다고만 볼 수는 없지만, 현역 복무자와 전문연 복무자의 차별을 둔 것은 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유 처장은 “지금껏 전문연 제도가 궁극적으로는 사회에 기여해왔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병역을 해결한 뒤 바로 해외로 진출하는 경우 등도 종종 있었던 만큼 직접적 기여를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그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절충안이 도출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 스스로 미래 계획에 1년의 시간을 긍정적으로 활용한다면 중요한 경력으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 처장은 전문연 학생들이 성실히 복무하는 것은 기본이나, 이를 악용한 갑질 등의 사례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표했다. 이어 “혹시라도 이에 반하는 사례가 있다면 학생지원팀이나 대학원 총학생회 인권센터 등의 통로로 알려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개선방안을 학내 구성원에게 공지하는 것에 대해 유 처장은 “4대 과학기술원 공동 센터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공지는 되어있지만,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해 학내 포탈이나 전체 메일 공지 등의 통로를 통해 홍보할 것”이라며 “미리 공지해 학생들이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원총회장은 “올해 전문연 논란으로 인해 많은 학내 구성원이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며 “전문연 복무자들이 성실하게 복무해 앞으로도 전문연 제도가 유지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유 처장은 “전문연 논란으로 인해 우리 스스로도 제도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며  “특혜보다는 특례로서 대체복무가 있는 만큼, 국민들이 동의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제도로 정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 스스로 훌륭한 이공계 인재로 성장하고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복무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좋은 혜택을 받으며 사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따뜻한 인재로 성장했으면 한다”고 학내 구성원에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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