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국제화는 전 세계의 주요 대학들 사이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화두로 자리 잡았다. 우리 학교를 비롯한 한국의 대학들은 과거 해외 대학으로부터 학문과 대학운영의 지혜를 수입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 우수한 유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해외의 대학들과 경쟁하고 있다. 대학 국제화는 상아탑으로 불리던 대학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대학 평가기관이 제시하는 국제화 지표를 높이는 데에 집중하면서 국제화를 통해 다양성과 개방성을 강화하고 학문공동체의 내실을 다진다는 본래의 목적과 충돌하는 현상 또한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제 대학의 국제화가 갖는 의미가 무엇이고, 대학의 연구와 교육기능을 발전시키고 대학공동체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에 국제화가 필요한가에 대해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에 강화되고 있는 대학의 국제화 흐름은 1980년대 이후 자유시장 중심주의의 전 세계적 확산이라는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기업과 국가에 대한 신용평가기관과 마찬가지로 영미권의 대학평가 기관들은 국제화 지수를 대학평가의 중요한 지표로 제시하였다. 대학들은 이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학의 명성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해외 저널에 출판된 논문실적을 늘리고, 우수한 외국인 교원과 유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대학의 발전과 학문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국제화의 기초 여건을 갖추는데 관심을 쏟기보다는 국제화 지표를 높이는 데 목적을 두다 보니 우수한 외국인 연구자들을 유치하는 데에는 성공하지만 이들이 한국 대학에 적응하지 못하고 해외로 돌아가는 사례가 빈번하며, 많은 대학들에서 무리하게 유학생을 모집하여 내홍을 겪고 있다. 한국인 학자들 또한 국제지표에 도움이 되는 연구에 집중하면서 한국의 여건에 필요한 한국을 위한 연구들이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기가 충실해야 한다. 우리 학교는 해외의 주요 대학들과 경쟁하기 위해 연구와 교육에 많은 자원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화의 선도적 사례로 분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노력이 더 큰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연구와 교육은 결국 교수와 학생, 그리고 교직원 등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학은 학문 공동체이면서 동시에 생활 공동체이다. 우수한 외국인 교원과 유학생을 유치하고 싶다면 이들이 와서 살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영어 수업을 통해 학부교육의 글로벌화를 달성했지만 대학원 연구실에서는 여전히 외국인 유학생들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국인 교원들이 우리 학교에 장기간 정착하기 위해서는 행정서비스 또한 연구와 교육에 버금가게 국제화해야 한다. 그리고 외국인 교원들과 유학생들이 캠퍼스에만 갇혀 지내지 않고 한국 사회에 행복하게 적응하고 기여할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한국어 교육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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