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북한군이 우리나라를 쳐들어오지 못하는 이유로 ‘중2병’을 꼽았던 적이 있다. 중2병이란, 사춘기 청소년들이 자신을 세상의 중심으로 여기며 이를 과시하려는 모습을 보고 일컫는 말이다. 요즘 중 2학생들의 경우 어떠한지 잘 모르지만 내가 중학교 2학년 때를 기준으로는 꽤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대학교 2학년이 된 지금, 다시 유행처럼 번지는 ‘대2병’이 있다. 사회로 나와 현실을 마주하고 자신의 실질적 미래를 그리며 삶에 대한 고민과 두려움이 많아지는 것을 대2병이라고 한다. 

6년 전까지만 해도 근거 따윈 신경 쓰지 않고 자신감에 충만해 있던 우리가, 불과 6년 만에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 것이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어쩌면 우리가 수많은 현실에 부딪혀가며 깨달아간 결과이겠다. 대2병으로 인한 그 고민과 두려움은 사람마다 다양하지만, 보통은 한 가지로 수렴한다. 지금 공부하고 있는 분야가 적성에 맞는지, 잘 할 수 있을지, 그리고 미래에 이와 관련한 직업을 가졌을 때 내가 행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카이스트생의 끝나지 않는 고민인 대학원 진학까지, 확실하지 못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다. 

며칠 전,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 최근에 힘들었던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모두 같은 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친구들이고,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었지만 각자 길을 찾는 방법은 다양했다. 경영, 프로그래밍 등 다른 공부를 하며 다양한 길에 대한 가능성을 만들기도 하고, 비슷한 고민을 했던 여러 사람을 만나며 자신의 구체적인 계획을 먼저 세우는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누구도 미래의 뚜렷한 방향을 찾은 친구는 없었다. 그래도 모두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며 하루하루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2년 전, 처음 고등학교 졸업 후 모였을 때보다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자신에 대해 알고 있었다.

우리뿐 아니라, 아니 카이스트 학생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전국의 대2들이 이와 같은 고민에 잠겨 있을 것이고, 나와 내 친구들이 했던 것처럼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이들이 상당수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게 아무 의미 없는 것일까? 물론 걱정에서만 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미래에 대해 수없이 고민하며 더 나은 우리가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 아닐까. 

주위에 우리 말고도 많은 고민과 두려움을 갖고 있을, 소위 말하는 ‘대2병’을 앓고 있을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대2병’은 병이 아니라 성장통이다. 나보다 전공 중간고사를 잘 본 같은 과 친구 A도, 매 학기 딘즈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친구 B도 모두 비슷한 고민을 갖고 현재를 잘 헤쳐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미래라는 문제에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우리는 찾은 미래가 정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금 하고 있는 고민 하나하나가 결국 나 나의 성장을 위한 다디단 양분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층 가벼워지는 것 같다. 어쩌면 결국 나는 내가 누군가로부터 듣고 싶었던 말을 여기에 적고 있던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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