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컴퓨터 비전 기술로 캐릭터의 얼굴과 함께 등장하는 사물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영화 속에 나타나는 성 차별 지적해

이병주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분석 시스템을 이용해 남성과 여성 캐릭터 묘사의 편향성을 분석하는 연구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오는 11월 11일, 소셜 컴퓨팅 분야 학회인 <컴퓨터 기반 협업 및 소셜 컴퓨팅 학회(Computer-Supported Cooperative Work and Social Computing)>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성 고정관념에 도전한 벡델 테스트

영화 산업에서의 성 차별 현상을 지적하기 위해 엘리슨 벡델(Alison Bechdel)이 고안한 벡델 테스트(Bechdel Test)는 영화 속 성 고정관념에 대해 재고해보는 첫 계기가 되었다.

벡델 테스트는 여성 캐릭터의 대화를 바탕으로, 균형적인 성별 묘사를 위한 최소한의 요소가 영화에 나타나는지 알려주는 지표이다. 벡델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선, 이름을 가진 두 명 이상의 여성 캐릭터가 남성 캐릭터와 무관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그러나 벡델 테스트에는 여성에 대한 시각적인 묘사나 여성 혼자 극을 이끄는 경우에는 적용할 수 있는 지표가 없다는 한계점을 가진다.

 

시각자료 분석으로 성 차별 정도 측정

연구팀은 기존의 공개 AI 프로그램을 조합한 이미지 분석 시스템을 이용해 영화의 장면에서 남녀캐릭터의 성별 묘사 편향성을 파악했다. 1초에 24개의 정지 화면이 들어가는 영상을 1초에 3프레임으로 다운샘플링(Downsampling)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얼굴 감지 기술로 캐릭터의 성별, 나이, 감정 표현 등을 분석했다. 사물 감지 기술 YOLO 9000을 이용해 영화 캐릭터와 함께 등장한 사물의 종류와 위치를 확인했다.

영화에서 성 차별이 나타나는 정도를 분석하는 순서도
기존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영화의 각 프레임을 분석해 성 차별 정도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의 순서도. (ⓒ이병주 교수 제공)

 

대부분 영화에서 성 차별 확인해 

새롭게 고안한 여덟 가지 지표들을 바탕으로 2017년과 2018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와 국내 상업 영화 40편에서 성별 묘사의 편향성이 밝혀졌다. 8가지 지표는 다양한 매체에서의 성별 묘사 편향성에 관한 연구 결과에 기반해 선정되었는데, 감정적 다양성, 공간적 역동성, 공간적 점유도, 시간적 점유도, 평균 연령, 지적 이미지, 외양 강조도, 주변 물체의 빈도와 종류이다.
연구팀은 벡델 테스트 통과 여부와는 무관하게 상업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에 대한 편향성이 뚜렷하게 나타남을 밝혔다. 감정적 다양성 지표에 따르면, 캐릭터가 표현하는 감정의 다양성이 남성 캐릭터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여성 캐릭터는 슬픔, 공포, 놀람 등의 수동적인 감정을 더 표현하는 반면, 남성 캐릭터는 분노, 싫음 등의 능동적인 감정을 더 표현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영화에 나타난 그릇된 성 고정관념은

여성 캐릭터의 시간적 점유도는 남성 캐릭터의 56% 정도로 낮게 나타났고, 여성 캐릭터의 평균 연령은 남성 캐릭터에 비해 79.1% 정도로 어렸다. 특히 국내 영화에서는 35세 이상 여성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등 나이에서 편향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주변 물체의 빈도와 종류 지표에 따르면, 여성 캐릭터가 자동차와 함께 나오는 비율은 남성 캐릭터의 55.7%에 불과했으나, 가구와 함께 나오는 비율은 123.9%로 더 높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영화 캐릭터에서 나타나는 성 편향성이 어떠한 정량적 차이를 보이는지 다양한 방면에서 보여준다. 또한, 상업영화에서 남녀 캐릭터 서사의 방향을 어떻게 바꿔 나가야 할지 제시한다. 이 교수는 “영화라는 매체는 우리나라 대중의 잠재의식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라며, “영화 내 묘사가 관객들의 생각에 미치는 영향이 더 연구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영화를 제작해야 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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