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 토카르추크 - '방랑자들'

올가 토카르추크의 <방랑자들>은 기존 소설의 전개 방식에서 벗어난 독특한 구성을 보여주는 책이다. 작가는 수필, 서간문, 독백 등 다양한 형태의 파편화된 텍스트를 모아 모자이크처럼 장편소설을 구성한다.

작가는 인간의 끊임없는 여행, 혹은 방랑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시간, 공간의 인물을 통해 다룬다. 옴니버스 구성으로 쓰여 장(章)과 장 간의 서사적 연결고리가 매우 약하기에 읽을 땐 장편소설보다는 단편소설집에 가깝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몇 개의 에피소드는 책 전반에 걸쳐 직접 이어지기도 하고, 이전 에피소드를 언급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100편이 넘는 에피소드들을 읽어나가며 전에 읽었던 이야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방랑자들>의 매력 중 하나이다.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은 두 가지가 있는데, 인간의 물리적인 이동을 중심으로 하는 주제와 인간의 육신에 집중하고 초점을 맞춘 묘사이다. 

에피소드의 화자들은 대부분 여행, 혹은 방랑 중이다. 그들은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잃거나, 깨닫고 여행길에 오른다. 방랑하지 않고 정착한 사람들은 주어진 터에서 소유물을 더 안전하게 보관하고, 재산을 늘릴 방법을 궁리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고인 물이 썩어가듯, 한 장소에 머무르는 사람들은 결국 무기력해진다. “나는 안타이오스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었다. 내 모든 에너지는 움직임에서 비롯되었다.” 역동성이 사람의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임을 역설하는 구절이다. 

책의 곳곳에는 사람의 육신에 대한 구체적으로 묘사가 드러나 있다. 심장, 근육, 힘줄 등 인간의 몸을 감각적으로 표현함으로 작가는 인생에 있어 인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흔히 자신의 정체성을 논할 때 정신에 대한 관심에 밀려 육신에 대한 탐구는 경원시되는 경향이 있는데, 작가는 우리의 육체를 인지하고, 그 아름다움을 깨닫기를 촉구한다.
<방랑자들>은 자신의 몸 외의 소유물을 전부 내려놓고 세상을 누비는 순례자들의 이야기이다. 끊임없이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거나 무언가를 찾아다니는 인간 군상을 통해 책은 사람의 본질을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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