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둘러싼 찬반 논쟁으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조 장관을 지지하는 이들은 조 장관이 권력기관 개혁의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편법과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조 장관은 법무부 장관의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다. 조 장관 주변의 모든 의혹들이 해소된다면, 혹은 조 장관이 사퇴한다면 이 갈등이 해결될까? 이번 사건은 진영간의 극한 대립을 표출시키는 계기가 되었을 뿐이며, 조 장관 문제가 일단락된다고 하더라도 양측의 깊은 갈등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갈등과 대립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갈등이 없는 사회는 존재하지 않으며, 사회적 갈등이 표출되는 것은 민주주의가 작동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민주주의가 그동안 시민들의 지지를 받아온 이유는 다수결의 원리를 의사결정의 원칙으로 하면서도 개인과 소수자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다양한 대립과 갈등을 해소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민주주의는 경제적 양극화, 기회의 불평등 등으로부터 비롯하는 사회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데 실패하고 있으며, 주요 정당들은 소통과 대화를 거부하고 지지자를 동원하여 대립을 확산시키는 정치행태를 보이고 있다.

퇴행적인 정치의 등장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야당인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도 EU 탈퇴 문제를 둘러싸고 존슨 총리와 의회가 기싸움을 벌이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나타나는 극단적인 정치적 대립의 이면에도 역시 1980년대 이후의 급진적인 시장주의 정책의 결과로 심화된 양극화와 불평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조 장관에게 제기되는 의혹들은 경제적 양극화 속에서 기회의 불평등의 실상을 폭로하였고, 트럼프의 집권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논쟁은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소외된 저소득측 유권자들이 느끼는 소외감의 심각성을 보여주었다.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공동체의 번영을 이끄는 가장 효과적인 정치제도로 칭송받아온 민주주의 정치제도가 현재의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적 양극화의 문제를 해결하는 토대를 마련하는데 기여할 것인가? 민주적 과정을 통해 다양한 시민들의 지혜를 모아 공동체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 상대에 대한 존중 없이 자신의 권리 또한 존중받을 수 없으며, 다양한 견해를 가진 집단간의 소통이 없다면 창의적인 해결책은 요원한 일이다. 세 과시를 통해 다수의 힘으로 상대 진영을 제압하고 희화화하는 행태가 지속된다면 현대의 대의 민주주의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 다수결은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한가지 방법일 뿐이다. 민주주의의 근본 원리는 시민들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정치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한번 상기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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