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발생했던 삼겹살 파동을 기억하십니까? 당시 우리나라는 구제역이 확산되며 유례없는 돼지 살처분을 시행했습니다. 2010년 말에 안동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은 서울특별시, 전라남도, 전라북도,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각지로 전파되었습니다. 약 350만 마리의 소, 돼지 등의 가축이 살처분되었으며, 그 피해액은 3조 원에 이르렀습니다. 살처분 이후에도 피해는 계속됐습니다. 생매장한 가축이 비닐을 찢어 침출수가 유출되었다는 보도, 매몰지 부근에서 핏물 섞인 지하수가 흘러나온다는 보도 등 오염 문제들이 화두에 올랐습니다.

약 9년이 흐른 지금,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우리는 또다시 이러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인수 공통감염병은 아닙니다. 하지만 ‘돼지 흑사병’이라 일컬어지며, 한 번 감염된 돼지의 경우 폐사율이 100%에 달합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의 침, 배설물, 혈액 등에 접촉했을 때 감염되는데, 4일에서 19일에 달하는 잠복기를 거친 후 발병하면 10일 이내에 폐사됩니다. 또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말린 고기에서 300일, 냉동 고기에서 1,000일까지도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현재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은 개발되지 못했습니다. 전염속도와 바이러스 변이 형성 속도도 빠르기 때문입니다. 현재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막는 방법은 예방, 발병 후에는 살처분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난 9월 17일, 경기도 파주시의 돼지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경기도 연천군의 돼지 농가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이 보도되었습니다.  10월 6일에는 경기 이남 지역인 충남 보령에서도 의심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현재는 발병 돼지 농가 및 인근 농가를 대상으로 9,800마리 가량이 살처분 진행 중입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2010년과 2011년 발생했던 구제역과 같이 전국으로 산하게 된다면,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여파가 있을 것입니다. 백신의 부재, 폐사율 100%, 높은 전염성 등으로 인해 350만 마리 그 이상이 살처분될지도 모릅니다. 정부와 축산 농가, 관련 종사자들 모두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그 어느 때보다 행동 수칙과 방역 지침을 철저하게 준수하여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다시 그때의 악몽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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